실업리그 어려움 여전

유소년 육성에도 경고 등

경기력수익성 강화 모색

 

5월 13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현대글로비스 럭비단(파란옷)과 OK금융그룹 읏맨 럭비단이 맞붙었다. 빈 관중석을 두고 선수들이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5월 13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현대글로비스 럭비단(파란옷)과 OK금융그룹 읏맨 럭비단이 맞붙었다. 빈 관중석을 두고 선수들이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럭비가 올해 도입 10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정부의 럭비 육성 의지가 부재한 가운데 민간 기업마저 투자를 외면하면서 프로리그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실업리그 참여 구단 수와 경기 수 역시 부족하다. 대한럭비협회(협회장=최윤)는 실업리그 활성화를 위해 리그 전반의 수익성과 경기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에 경고등이 울려 한국럭비의 생존 가능성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5인 명단 꾸리기도 버거워”

  2019년부터 3년간 럭비 리그 전체 경기 수는 2019년 6경기, 2020년 2경기, 2021년 2경기에 그쳤으며 참여 구단은 평균 3개였다. 대한럭비협회는 참여 구단 수와 경기 수 확대에 주력했다. 지난해 코리아럭비리그가 코리아슈퍼럭비리그로 개편되며 실업팀 4개와 대학팀 4개가 리그에 참여했고차 대회에서 각 11경기가 진행됐다. 올해엔 OK금융그룹 읏맨 럭비단(OK금융그룹 읏맨)이 새롭게 합류했으나 국군체육부대와 단국대 럭비부가 리그 참여를 포기하면서 1차 대회 기준 9경기로 축소됐다. 국군체육부대가 2차 대회에 복귀했지만, 참여 팀이 부족해 일반부와 대학부를 분리하지 않고 경기가 진행됐다.

  리그 활성화는 스포츠 종목 성장의 필수 과제다. 하지만 럭비는 상업성과 실력 있는 선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럭비 실업팀의 대부분은 온전히 기업 투자로 운영된다. 삼성중공업 럭비단 출신 A씨는 투자기업의 경영난으로 팀 해체를 겪었다. A씨는 “프로팀과 달리 실업팀은 정규 프로리그를 통한 기업 홍보 같은 마케팅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실업팀은 경영진이 구단 해체를 결정해도 이를 막을 두터운 팬 층이 없다”고 전했다.

  선수 부족도 문제다. 지방 고교 럭비부 감독인 B씨는 “올해 단국대 럭비부의 리그 참여 포기도 선수 충원의 어려움에서 기인했다고 들었다”며 “선수들이 적은 상황에서 15인제 경기를 버거워하는 팀이 많다”고 말했다. 전 연세대 럭비부 출신 C씨는 “과거에는 대학 럭비부가 비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경기가 흥미진진했지만, 선수 수가 줄며 일반부와 대학부 모두 소수 팀의 독주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코리아슈퍼럭비리그 1차 대회에서 일반부 1위 팀과 4위 팀 간 득실 차는 211점, 대학부 1위 팀과 3위 팀 간 득실 차는 98점이었다.

 

  붕괴 위기 겪는 유소년 럭비

  한국럭비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한 유소년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대구상원고 박성민 감독은 “리그를 활성화하려면 여러 팀이 있어야 한다”며 “중고교 유소년 양성 과정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소년 선수 양성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성남고 럭비부는 올해 성남서중 럭비부가 폐지되며 난관에 봉착했다. B씨는 “수도권 럭비 명문 성남서중의 럭비부 폐지는 유소년 선수 수급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창원공업고 역시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럭비부를 생활체육 중심의 스포츠 클럽으로 전환했다.

  중고교 럭비부는 학교마다 예산 차이가 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박성민 감독은 “야구와 같은 대중 스포츠와 달리 럭비는 경기장 마련부터 어려움을 겪는다”며 “대중화되지 않은 럭비 특성상 경기장이 부족한데 유소년 경기 역시 평일이 아닌 주말에 진행돼 경기장을 구하기 더욱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교 럭비부 감독 D씨는 “주말리그제에 참여하기 위해 2주에서 3주 간격으로 타지역에 원정을 가는데 이동 경비를 학교에서 지원받지 못해 지역 체육회에게 간신히 도움을 받았다”며 “리그 흥행 여부를 떠나 럭비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오는 ‘효자 종목’이 아니어서 공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방 고교 럭비부 코치 E씨는 “중등학교 지방 럭비부는 사실상 없어졌다 봐야 한다”며 “학교 경영진들은 대회 성과도 내지 못하고,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지지도 않는 럭비부를 폐지하려 한다”고 전했다.

 

  변혁 시도 이어가는 한국럭비

  한국럭비는 어려움 속에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코리아슈퍼럭비리그는 지난해 출범 후 많은 변화를 모색했다. 대한럭비협회는 일본럭비풋볼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어 외국인 심판 제도를 도입했다. 럭비는 판정 과정에서 심판의 주관성이 일부 작용하기에 심판의 경기 조율 능력이 경기 질을 좌우한다. 부산대 오제승 주장은 “국제대회에서는 외국인 심판 판정을 따라야 하는 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외국인 선수 제도 정착도 핵심 과제다. 외국인 선수를 가장 먼저 도입한 OK금융그룹 읏맨을 비롯해 올해 외국인 선수 7명이 3팀에서 활약했다. 현대글로비스 럭비단의 이모시 라바티(Emosi Labati)는 적절한 태클로 공격권을 가져와 2차 대회 우승에 기여했다. 대한럭비협회 서인수 상임심판은 “하나의 대회만을 위해 외국 선수들을 단기 임대하기보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을 비롯한 민간의 관심도 중요 요소다. 대한럭비협회는 리그 전반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지난해 유료 입장 제도를 도입했다. OK금융그룹 읏맨 한구민 주장은 “유료 입장 제도로 관중 수가 줄까 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관중 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주말 리그제를 전면 도입해 관중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업팀 선수 F씨는 “지난해 주말 리그제가 도입되며 경기장을 찾는 관중 수가 늘어 열띤 응원을 받으며 더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료 입장 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해 유료 관중 수입은 약 3600만원이었다.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두드러지는 성과를 창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OK코리아 슈퍼럭비리그를 프로리그 형태로 운영하고, 실업프로 럭비를 위한 연맹 출범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등 한국럭비 부흥을 위한 럭비인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글|이경준·정혜원 기자 press@

사진제공 | 현대글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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