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불렀던 노래다. 가사 속 흔한 단어 대신 한약이나 꽃이 들어간다면?

  서울엔 특정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유통·판매하는 시장들이 있다. 한약, 꽃, 옷 등을 다루는 특별한 시장 6곳은 저마다의 특색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시장에는 각각의 고유한 매력과 삶의 향기가 가득했다.

 

  다같이 즐기는 오늘날의 시장, 플리마켓(Flea Market)

  벼룩이 나올 정도로 낡은 중고품을 사고판다는 의미에서 플리마켓(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최근엔 ‘누구나, 내가 만든’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온다. 지난 5일, 본교 서울캠 정문 앞 제기동에도 플리마켓이 열렸다. 10명 내외의 상인들은 손수 만든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오직 이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상품의 매력에 손님들은 큰 흥미를 느끼고, 상인들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제기동 골목을 따라 플리마켓 진열대가 늘어섰다.
제기동 골목을 따라 플리마켓 진열대가 늘어섰다.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 중인 손님.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 중인 손님.

 

한 플리마켓에서 손수 만든 목걸이를 판매하고 있다.
한 플리마켓에서 손수 만든 목걸이를 판매하고 있다.

 

  새벽에 풍기는 꽃향기, 양재화훼단지 꽃시장

  계절마다 색다르게 피는 꽃처럼 알록달록한 입구에 들어서자 꽃향기가 몸을 감싼다. 양재화훼단지 꽃시장이다. 이곳에서는 꽃 외에도 여러 화분과 나무도 살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정 무렵 푸릇푸릇한 꽃이 들어오면 꽃시장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화훼꽃단지 내 상점 효선원 사장 윤치권 씨는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꽃을 살 수 있어 도매상, 플로리스트, 취미로 꽃을 사려는 사람들로 1년 내내 북적인다”며 “일찍 올수록 예쁜 꽃을 데려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생화 꽃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꽃을 정돈하고 있다.
생화 꽃 도매시장에서 한 상인이 꽃을 정돈하고 있다.

 

신문지에 싸인 꽃을 한 아름 안고 가는 손님.
신문지에 싸인 꽃을 한 아름 안고 가는 손님.

 

효선원 사장 윤치권 씨가 꽃을 포장하고 있다.
효선원 사장 윤치권 씨가 꽃을 포장하고 있다.

 

  도심 속 바다내음 가득한 노량진 수산시장

  지하철 노량진역에 내리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바닷냄새를 맡을 수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이 보인다. 시장은 2층으로 구성된다. 1층은 전국 각지에서 들여온 수산물을 판매한다. 가게마다 다른 간판 색은 판매하는 수산물의 유형을 보여준다. 2층엔 생선회, 초밥 등 식당이 자리했다. 1층에서 산 수산물을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요리해준다.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싶은 손님들과 생선을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로 노량진 수산시장은 항상 왁자지껄하다.

 

손님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산물 포장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산물 포장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색깔의 노량진 수산시장 간판들. 파란 간판은 활어, 주황 간판은 어패류, 분홍간판은 냉동, 초록 간판은 죽은 고기인 선어를 의미한다.
다양한 색깔의 노량진 수산시장 간판들. 파란 간판은 활어, 주황 간판은 어패류, 분홍간판은 냉동, 초록 간판은 죽은 고기인 선어를 의미한다.

 

오성수산 사장이 갓 잡은 생선을 회 뜨고 있다.
오성수산 사장이 갓 잡은 생선을 회 뜨고 있다.

 

  ‘한방’이 있는 제기동 약령시장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한 약령시장. 본교 서울캠퍼스와도 가까운 이곳은 대한민국 한약재 거래량의 약 70%를 점유하는 국내 최대 한약재 전문시장이다. 약령시장 상점에 펼쳐진 약재는 저마다의 이름과 원산지를 내걸고 손님을 기다린다.

  선조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의약을 활용했다. 그들의 지혜는 오늘날 서울약령시로 이어져 많은 사람이 꾸준히 찾고 있다. 약령시장에선 특이한 한약재만 오가는 것은 아니다. 약재상을 운영하는 김명수 사장은 단골손님 대부분이 평범한 주부라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옵니다. 일반 사람들도 차를 우려먹으려고 둥글레, 결명자, 돼지감자 등을 자주 사가죠.”

약재를 분류해 보관하는 약장이 군데군데 열려있다.
약재를 분류해 보관하는 약장이 군데군데 열려있다.

 

각종 약재가 자루에 담겨 있다.
각종 약재가 자루에 담겨 있다.

 

믿음당한약방 앞 상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믿음당한약방 앞 상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전국 모든 옷이 오가는 동대문 의류시장

  한적한 밤, 동대문은 오후 11시가 돼서야 북적이기 시작한다. 새벽에 택배를 부쳐야 전국 각지로 옷이 빠르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동대문 의류 산업은 한국전쟁의 아픔에서 유래됐다. 동대문에 정착한 실향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옷가지 등을 팔았다. 이 생활이 이어져 오늘날의 의류시장이 형성됐다. 어느덧 빼곡하게 늘어선 가게 사이로 상인들이 바쁘게 짐을 포장하고 나르고 있다. 동대문에서 출발한 수많은 옷은 고객 품에 안겨 저마다의 매력에 맞게 꾸며진다.

 

옷더미는 수레에 실려 전국 각지로 떠난다.
옷더미는 수레에 실려 전국 각지로 떠난다.

 

동대문 쇼핑몰 복도를 따라 옷 샘플이 걸려있다.
동대문 쇼핑몰 복도를 따라 옷 샘플이 걸려있다.

 

포장된 옷을 어깨에 한가득 이고 걸음을 재촉하는 운송업자.
포장된 옷을 어깨에 한가득 이고 걸음을 재촉하는 운송업자.

 

  고기 문화의 보고(寶庫), 마장동 축산시장

  “고기를 배우려면 마장동으로 와라.” 대한민국 육류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마장동 축산시장은 60년 역사를 자랑한다. 매일 새벽 갓 도축된 고기들이 줄줄이 늘어서면 거리가 선홍빛으로 물든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뿐만 아니라 특양, 염창, 선지 등 보기 힘든 부위들도 볼 수 있다. 시장 골목은 분주하게 고기를 운반하는 오토바이 소리와 손님을 맞이하는 상인의 목소리, 고기를 씻고 자르는 소리로 채워진다.

 

대야 속 손질된 고기를 냉장실에 넣고 있는 상인.
대야 속 손질된 고기를 냉장실에 넣고 있는 상인.

 

특양을 손질하는 쌍둥이네 사장.
특양을 손질하는 쌍둥이네 사장.

 

한 상인이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상인이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염가은·하동근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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