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청(百年河淸). ‘중국의 황하강은 늘 흐려 맑을 때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 사자성어다. 황하의 물이 맑아지려면 백년이 넘을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어떤 일이 이뤄지기 위해선 상황에 맞는 지혜로운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백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의 흔적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면 우리의 삶 속에 자리한 유산은 자연스레 잊히게 된다. 특히 삶과 가장 밀접히 맞닿아있는 주거 유산은 관리 주체가 모호하고 거주민의 소유권이 우선시된다는 이
밝은 빛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안암 하늘을 가로지른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동안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빛은 잠깐 반짝이다 금세 사라진다. 그 짧은 순간에 원하는 소원을 떠올리고 빌었다면 정말 절실한 것일 테다. 만약 소원이 이뤄진다면 별똥별이 아니라 간절한 마음 덕분이지 않을까. 하동근 기자 hdnggn@
중랑천 산책로에선 버드나무가 바람이 부는 곳을 향해 잎을 흔들며 오가는 사람들을 반긴다. 자전거를 타고 꽃을 피운 나무 아래를 지날 때면 마치 봄 녘 농촌 풍경 한 폭이 그려진다. 중국에는 떠나는 이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풍습이 있다. 계절이 변하고 봄은 떠나지만, 버드나무는 여전히 이 자리에 우뚝 서 내일도 찾아올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언젠가부터 한껏 짧아진 봄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건넨다.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한희안 기자 onefreaky@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 이후 전국 생존자들이 잇따라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소녀상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기억하고 일본군의 반인륜적 범죄를 고발하는 의미는 하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길 바
지난 12일 서울 응원OT가 열린 화정체육관에서 학우들이 새 학기의 첫 페이지를 물들였다. 어두운 관내를 환히 밝히는 불빛이 대학 생활을 시작한 학우들에게 마음속 깊이 남길 바란다. 붉은 기억들이 별무리처럼 빛나 우리가 헤쳐 나갈 터널을 비춰 주길. 우리의 열정은 저물지 않고 청춘은 더욱 붉게 타오른다. 진송비 기자 bshnfj@
사진은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리는 예술이다. 인화지에 필름을 덧댄 뒤 빛을 쬐면 필름의 상을 따라 인화지가 타면서 사진이 완성된다. 그렇기에 암실은 외부의 빛을 막기 위해 항상 어둡다. 지금 당장 빛 한 줄기 보이지 않아도 희망을 놓지 말자. 아름다운 것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탄생한다. 하동근 기자 hdnggn@
지난 22일 모두가 잠든 새 내린 2월의 마지막 함박눈. 때 타지 않은 소복한 길을 걷던 누군가의 작은 발자국이 눈에 띈다. 늦겨울의 시린 바람을 가로지르는 비행 전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잠깐의 휴식이었을까. 방배동 구석진 골목에 세 개의 발자국만 남긴 채 훨훨 날아가 도착한 그곳엔 푸른 잎이 만발하고 있을지 모른다. 다시 돌아올 땐 우리에게도 봄을 데려다 다오. 한희안 기자 onefreaky@
낙서는 일기장과도 같다. 떠오르는 생각을 마음 가는 대로 끄적이는 것이기도 하고, 지나가 버린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기도 하다. 남몰래 마음을 표현한 글자는 오래도록 그곳에 남아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서울 곳곳에 무심히 새겨진 낙서 속 다양한 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고대인의 낙서 낙서는 학내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빛이 바래 희미한 자국으로 남아있는 교양관 강의실의 낙서부터 학관 벽에 새로이 채워지는 낙서까지. 학생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새하얀 벽을 물들이는 색색의 낙서, 벽화 벽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
2024년, 갑진년의 해가 밝았다. 갑진(甲辰)은 육십갑자 중 41번째다. 푸른색을 의미하는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을 합쳤기에 올해는 청룡의 해다. 사람들은 다가온 새해를 각양각색의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맞이한다. 새해의 첫발을 내디딘 사람마다 품은 새해의 염원도 다양하다. 건강, 사랑, 우정, 학업, 재물…. 우리 모두 청룡의 기운을 받아 높게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되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龍! * 복혜구족(福慧具足): 복과 지혜가 가득 참. 하동근·진송비·한희안 기자 press@
지난 6일, 서울 노원구청부터 지하철 노원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로수들이 곱게 단장했다. 가을을 지나 앙상한 가지만 남긴 나무를 감싼 알록달록한 색동옷, 주민들이 직접 수놓은 작품이다. 한 땀 한 땀 정성껏 뜬 손뜨개 속 포근함이 한겨울의 길거리에 은은하게 퍼진다. 추운 겨울 가로수 옆을 지나며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의 마음이 저 손뜨개처럼 따뜻해지길 바란다. 진송비 기자 bshnfj@
크리스마스 트리가 안암역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사용되는 상록수는 사계절 내내 푸른 모습으로 한겨울에도 초록빛을 다시 내뿜는다. 언제나 싱그러움을 유지하는 상록수는 우리에게 희망이자 위안이다. 힘들고 지쳤던 일이 있었다면,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며 빛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보자. 항상 푸른 저 상록수처럼. 하동근 기자 hdnggn@
승객 여러분, 지하철 6호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6호선은 단순히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하철 창 너머로 서울 곳곳에 숨겨진 장소를 보고, 맛보고, 즐길 수 있습니다. 안암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월곡역과 고려대역, 서쪽으로는 녹사평역, 합정역, 망원역에서 내리면 세계 6개국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매력적인 음식들을 느끼러, 지금 출발! 망원에서 생긴 일 ‘발리 인 망원’ 망원동 골목에 숨어있는 ‘발리 인 망원’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현지 메뉴가 있다. 오래된 건물
지난 23일 추운 겨울밤, 아직 시험 기간이 아니어도 백주년기념관 불을 밝히는 사람이 있다. 한 학생이 백주년기념관에서 나와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눈앞 글씨에 몰두한다. 찬 바람에도 도서관은 여전히 북적거린다. 불철주야 열심히 하는 당신들에게 원하는 결과가 찾아오길. 틈틈이 소소한 행복과 쉼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길. 염가은 기자 7rrlo@
땅- 땅-건널목에 경적이 울린다. 곧이어 빨간불이 켜지고 차단기가 내려오자 열차의 소음이 귓가를 가득 메운다. 갈 길을 재촉하던 택배기사도, 쌩쌩 달리던 차도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우리 삶에도 수많은 건널목이 있다. 마음 급히 달리다가도, 멈춰야 할 때가 있다. 아무렴 어떤가. 열차가 지나가는 순간만이라도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해 보자. 빠르게 지나가는 열차에 잡념을 담아 보내버리자. 언젠가 다시 파란불이 켜질 때, 그때 다시 힘차게 출발하면 된다. 하동근 기자 hdnggn@
‘동행: 같이 길을 감.’ 세상엔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 존재가 더해질 때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과정은 동행이라 불린다. 약자를 배려하는 자세에서, 도움을 건네는 손길에서, 곁에서 함께 하려는 마음에서 우리는 동행을 느낄 수 있다. 학교 내외 다양한 곳에서 발견한 동행에 다가가 그 마음을 담았다. 같이 뛰기에 더 멀리 가는, 러닝크루 20·30세대를 중심으로 러닝크루 열풍이 뜨겁다. 진입장벽이 낮고 별다른 장비나 장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궂은 날씨에도 러닝을
코스모스(Cosmos)는 질서와 조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코스모스(Kosmos)에서 유래됐다. 꽃잎 8개가 질서 있게 자리 잡은 모습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따르면 창조주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빚었다고 전해진다. 한없이 가늘고 연약해 보이지만 생명력이 강해 태풍 등으로 꽃대가 쓰러져도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다. 다른 꽃과 얽히지 않고 독립적으로 피는 코스모스는 조용히 나만의 속도로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다채로운 코스모스는 비로소 가을이 왔다는 것을 또렷이 느끼게 해준다. 염가은 기자 7rrlo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는 물속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졌다. 그 모습을 만지려 손을 대자 물에 비친 얼굴은 흐트러졌다. 결국 그는 물속의 자신을 껴안으려는 욕심 때문에 물에 빠져 죽음을 맞이했다. 강에 비친 풍경은 선명하다. 하지만 곧 바람에 강물이 일렁이자 풍경은 사라지고 만다. 그토록 바라고 욕심내던 것들은 어쩌면 강물에 비친 허상과도 같지 않을까. 우리는 나르키소스가 아니다. 한순간의 일렁임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빠져버려선 안 된다.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가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동근 기자 hdnggn@
고대인이 사랑하는 막걸리. 오늘도 안암골엔 빈 막걸리병이 쌓여간다. 쌀이나 밀을 발효시켜 만드는 막걸리는 ‘지금 막 거른 술’과 ‘마구 거른 술’이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흐린 모습 때문에 탁주, 하얀 색깔을 가져 백주, 농사지을 때 마신다고 해서 농주 등 막걸리를 칭하는 이름은 다양하다. 농부들이 농사를 지으며 함께 나눠 마시던 막걸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길 바라며, 다 함께 건배! 오늘날의 막걸리 전통술을 계승하고 발전하다 염가은·하동근 기자 press@
지난달 28일, 동서울 터미널은 추석 연휴를 맞아 방방곡곡 흩어지는 사람들로 붐볐다. 매표소 앞 할머니 한 분이 짐을 내려놓은 채 멍하니 누군가를 기다린다. 바쁜 발걸음과 기대로 가득 찬 터미널엔 다양한 목적과 이야기가 교차한다. 모두 각자의 길을 찾아가느라 분주하지만, 명절의 의미와 가족의 소중함을 마음에 품고 있다. 행복도 건강도 보름달처럼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셨길. 염가은 기자 7rrlo@
‘시장에 가면♪ 사과도 있고♬’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불렀던 노래다. 가사 속 흔한 단어 대신 한약이나 꽃이 들어간다면? 서울엔 특정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유통·판매하는 시장들이 있다. 한약, 꽃, 옷 등을 다루는 특별한 시장 6곳은 저마다의 특색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은다. 시장에는 각각의 고유한 매력과 삶의 향기가 가득했다. 다같이 즐기는 오늘날의 시장, 플리마켓(Flea Market) 벼룩이 나올 정도로 낡은 중고품을 사고판다는 의미에서 플리마켓(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최근엔 ‘누구나, 내가 만든’이라는 의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