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한 50대 택시 기사가 열흘 만에 사망했다. 2008년부터 택시 기사였던 그는 2020년 회사의 사납금제 근로 계약을 거절해 해고당했고, 2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부당해고로 인정받아 지난해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에게 최저임금 미만 월급을 주다가 5월부턴 아예 지급하지 않았다. 그는 7개월간 ‘완전 월급제 정착’, ‘임금 체불 기업 대표 처벌’, ‘택시 기사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1인 시위에 나섰고, 227일째 되는 날 분신을 시도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엔 기업의 변종 사납금제가 있다. 택시 기사가 일정액을 매일 기업에 납부하고  차액을 갖는 사납금제가 2020년 1월 폐지된 후 전액관리제가 전면 시행됐다. 기사가 수입 전부를 기업에 입금하면 기업이 월급을 지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전액관리제의 부작용으로 변종 사납금제가 등장했다. 최소 운송수입금을 못 채우면 월급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사납금이 하루에서 월 단위로 바뀌면서 기사들은 차액조차 받을 수 없게 됐다. 택시 기본요금이 올해 1000원 내외로 올랐지만 택시 기사 수가 올해 2019년 대비 3만명이 감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사 관계에서 가장 중시되는 단어는 ‘소통’이다. 하지만 기업 대표는 소통을 거부한 채 전치 2주 상해를 입히고, 흉기로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부터 해당 기업의 노동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기업 대표는 살해 협박 혐의로 피소됐다. 개별적인 처벌에서 멈춰선 안 된다. 택시 업계와 고용노동부는 변종 사납금제를 금지할 방법을 모색하고, 업체마다 임금 지불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업이 소통을 거부했을 때 남겨진 개인을 보호할 방안도 필요하다. 재판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고, 기업을 상대로 장기간 견딜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 누군가가 희생해야만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뀌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이번 일로 소중한 국민을 잃었다면, 그의 생전 주장은 전면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 변화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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