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같이 길을 감.’ 세상엔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의 배려와 도움, 존재가 더해질 때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과정은 동행이라 불린다. 약자를 배려하는 자세에서, 도움을 건네는 손길에서, 곁에서 함께 하려는 마음에서 우리는 동행을 느낄 수 있다. 학교 내외 다양한 곳에서 발견한 동행에 다가가 그 마음을 담았다.

 

  같이 뛰기에 더 멀리 가는, 러닝크루

 

러닝은 시작 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러닝은 시작 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5일 정릉천 러닝 트랙은 KUTR 크루원들의 거친 숨소리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지난 15일 정릉천 러닝 트랙은 KUTR 크루원들의 거친 숨소리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러닝크루 열풍이 뜨겁다. 진입장벽이 낮고 별다른 장비나 장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궂은 날씨에도 러닝을 향한 이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본교 러닝크루 동아리 ‘KUTR’는 주 2회 정릉천과 서울캠퍼스 일대를 뛴다. 크루원들은 저마다 다른 계기로 러닝을 시작했다. 강현웅(공과대 기계19) 씨는 군대에서 시작한 러닝에 재미를 붙여, 전역 후에도 그 습관을 이어가고자 들어왔다. 크루원들은 “다 같이 함께하기에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는 것”이 러닝크루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가은(사범대 가교21) 씨는 “혼자 뛰면 짧은 거리라도 금방 포기하게 되지만, 같이 뛰다 보면 평소에 뛰던 거리보다 훨씬 더 많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섭(공과대 신소재17) 씨는 “혼자 뛰면 외롭지만, 크루와 함께한다면 응원도 받고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지난 15일 늦은 밤, 그들은 정릉천을 따라 달렸다. 오랜 뜀박질에 지칠 때면 옆 크루원이 활기를 불어넣었다. 몸은 점차 지쳐가지만, 크루원들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했다. 쌀쌀한 밤공기가 동행의 가치로 훈훈해졌다.

 

  동물과 함께해서 행복한, 동행

 

지난 13일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센터가 개소했다.
지난 13일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센터가 개소했다.

 

  지난 13일 안암오거리에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센터(동물복지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동물복지센터는 유기된 동물을 데려와 치료하고 임시로 돌보는 기관이다. 동물 보호 교육과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도 진행한다. 센터로 들어온 유기 동물들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입양된다. 한국동물구조협회가 공고한 유기 동물 중 안락사를 앞둔 동물들을 데려온 다음 검사와 치료 및 교육을 진행한다.

 

이윤후·송혜진 씨는 동물복지센터를 통해 고양이를 입양한 1호 가족이다.
이윤후·송혜진 씨는 동물복지센터를 통해 고양이를 입양한 1호 가족이다.

 

  이후 입양을 희망하는 가족과 연결해 준다. 입양 절차가 완료된 후에도 동물복지센터는 관리를 이어간다. 입양 가족이 동물을 돌보는 모습을 글,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공유하도록 장려한다. 한지선 동물복지센터 주무관은 “쉽게 입양하고, 쉽게 버려지는 가벼운 인식이 유기 동물 문제를 키워나가는 것 같다”며 “동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물과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평소에도 고양이 관련 봉사를 자주 하며 동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이윤후(남·40) 씨와 송혜진(여·39) 씨는 동물복지센터 개 소식에 맞춰 고양이 ‘엘리’를 입양했다. 이윤후 씨는 “지구는 사람만이 사는 곳이 아니므로, 사람이 동물을 키운다기보단 사람과 동물이 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대학교 고양이 쉼터는 부스 활동을 통해 동물 보호 인식에 힘썼다.
고려대학교 고양이 쉼터는 부스 활동을 통해 동물 보호 인식에 힘썼다.

 

  동물복지센터의 서포터즈로 본교 동아리 ‘고려대학교 고양이 쉼터(고고쉼)’가 함께 한다. 고고쉼은 본교 길고양이의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로 고양이 중성화 수술과 캠퍼스 내 고양이 배식 활동을 하고 있다. 고고쉼은 이날 부스에서 고양이 장난감을 만드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동화 고고쉼 회장은 “학생들이 SNS를 통해 고양이 상태와 위치를 계속 알려줘 고양이를 쉽게 포획해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물복지센터에는 수많은 고양이와 강아지가 보호되고 있다.
동물복지센터에는 수많은 고양이와 강아지가 보호되고 있다.

 

  조금 특별한 커피, 장애인 카페

 

‘조금 느려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객의 배려를 부탁하는 문구가 카페 곳곳에 있다.
‘조금 느려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객의 배려를 부탁하는 문구가 카페 곳곳에 있다.
임지혜 씨가 원두를 갈고 있다.
임지혜 씨가 원두를 갈고 있다.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원하고, 각 지역의 장애인센터를 비롯한 기관이 운영·관리하는 장애인 채용 카페다. 전국에 수십 개 지점이 있어 다양한 지역의 지적 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서 직업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이갓에브리씽은 장애인 재활시설을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일터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인재개발원점은 동행의 의미가 잘 드러나는 지점 중 하나다.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원내에 있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원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바리스타 임지혜(여·27) 씨는 청소 근로자로 일하던 중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조아라(여·35) 씨는 다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중 매니저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됐다. 그들은 함께 일하며 서로 도움받는 순간이 많다. 다량의 주문을 동료 바리스타와 함께 받고, 같이 설거지하며 많은 일거리를 손쉽게 해치운다.

 

매니저 김태선(왼쪽) 씨와 조아라(오른쪽) 씨가 커피를 담고 있다.
매니저 김태선(왼쪽) 씨와 조아라(오른쪽) 씨가 커피를 담고 있다.

 

  카페 운영에는 비장애인 직원들의 도움도 있다. 매니저 김태선 씨는 자체적인 메뉴 개발과 홍보에 힘쓴다. 카페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의 원활한 근무 환경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하고, 시스템적 부분은 비장애인 직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장애인 바리스타에 대한 고용이 계속 이뤄져야 하며 매출도 신경 써야 한다. 장애인 직원들은 오랜 시간 근무하기도 쉽지 않다.

  매니저 김태선 씨는 카페에서 일하며 장애인의 열악한 환경과 사회의 부족한 인식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가서 자활(제 힘으로 살아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별로 없어요. 중증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은 자활하기가 어렵거든요. 카페 활동이 나중에 창업으로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같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사회가 많이 고민하고, 또 해줘야 한다는 거죠.” 신예서 부장은 공간 활용의 중요성을 짚었다. “우리는 장애인분들과 함께하려면 복지관 같은 시설을 찾아가야 해요. 근데 이런 시설이 일상적인 공간과 분리될 필요는 없거든요. 우리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장애인이 함께할 때 장애 인식이 개선될 수 있어요. 어느 곳에서든 장애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같이 만들어 가는 하모니, 본교 합창단

 

본교 합창단은 베이스, 알토, 소프라노, 테너로 구성된다.
본교 합창단은 베이스, 알토, 소프라노, 테너로 구성된다.
오르간은 합창에 아름다움을 가미한다.
오르간은 합창에 아름다움을 가미한다.
서로 다른 단원들이 쌓아가는 하모니는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낸다.
서로 다른 단원들이 쌓아가는 하모니는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낸다.

 

  본교 합창단은 1955년 음악부라는 이름으로 창단돼 국내 최초의 대학 합창단으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합창단은 매년 정기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정기 연주회에서는 본교 출신 지휘자, 졸업 후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졸업생, 외국인 유학생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본교 ‘합창 음악의 발성법 이해’ 강의에서 합창의 매력을 처음 접한 박윤규(경영대 경영19) 씨는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여러 번 연습하며 맞춰가다 보면 어느새 화음이 잘 쌓인다”며 “그 순간이 가장 재밌다”고 전했다. 합창은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크고 작은 난관이 존재한다. 권현우 합창단장은 수십 명의 단원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만, 단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합창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연습에 참여하도록 배려하다 보면 단원 간 유대감이 형성돼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정기연주회 지휘를 맡은 김세종(화학공학과 74학번) 합창단 지휘자는 합창단원과 함께 나아갈 방향을 항상 고민한다. “학생들이 선입견과 테두리를 벗어나서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알아갔으면 해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도 늘 고민하는 중이에요.”

  합창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예술이다. 본교 합창단은 올해로 어느덧 82번째 정기연주회를 맞이했다. 그들의 전통과 역사는 단원 모두가 다 함께 목소리를 내어 화음을 쌓아갔기에 가능했다. 단원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김아린·하동근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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