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전산망 먹통 사고가 일주일에 4번이나 발생했다.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 선보인 슬로건 ‘정부 혁신,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지난 17일 공무원 행정전산망 ‘새올’이 중단돼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망이 마비됐고, 같은 날 정부 온라인 민원 플랫폼인 ‘정부24’도 먹통이 됐다. 지난 22일엔 주민등록발급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고, 23일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전산망이 멈췄다. 24일엔 정부 모바일 신분증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오류가 발생했다. 모바일 신분증은 이번 박람회에서 부스를 운영할 정도로 자랑하던 서비스였으나 이번 오류로 부스 운영이 중단됐다.

  문제는 국가 시스템이 먹통이 됐는데도 일주일 넘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망 문제가 터진 이유는 장비 노후화도, 해킹도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목한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4 스위치를 고치는 데엔 1~2시간이면 충분함에도 ‘정부24’는 하루 뒤에, ‘새올’은 이틀 뒤에 복구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편 TF를 조직해 원인을 규명하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행안부는 국가 행정망 마비를 사회 재난으로 명시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접속 오류보다 심각하다. 카카오톡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며 대체 수단이 있지만, 세금으로 구축된 정부 전산망은 대체하기 어렵다. 서비스 및 제도 정비를 통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뜯어봐야 한다. 행안부가 관리하는 데이터 품질이 어떤지, 통합 관리 필요성은 없는지, 담당 공무원이 부족하진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강국’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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