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 기자
       김아린 기자

 

  메이플스토리 캐릭터의 손 모양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지난달 23일 게재된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한 캐릭터 홍보영상에서 ‘남성 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다.

  김창섭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지난달 26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몰래 드러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홍보영상을 만든 외주사 ‘스튜디오 뿌리’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다.

  당사자로 지목된 외주업체 소속 직원은 과거 SNS에서 ‘SNS 계정 막혀 몸 사리고 다닌 적은 있어도 페미 그만둔 적은 없다’며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30일 경향신문은 문제가 된 영상의 최초 콘티는 ‘뿌리’가 아닌 다른 업체의 40대 남성이 담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언론에 나온것 외에도 부자연스럽게 해당 손 모양이 포착된 장면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러 주장이 오가고 있어 아직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넥슨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전 강경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IT노조는 1일 성명을 통해 “넥슨의 홍보영상에 나온 게임 캐릭터의 손 모양이 이른바 ‘집게 손’이라는 주장은 단순한 오해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며 “사태를 키운 것은 게임업계”라 지적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4일부터 13일까지 게임업계 10곳에 대해 고객 응대 노동자 등 보호조치 특별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넥슨 노조는 지난달 29일 민주노총 탈퇴를 시사하며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며 전날인 28일 넥슨 규탄시위에 동참한 민주노총에 불만을 드러냈다. 넥슨 노조는 게임업계에서 처음 생긴 노조다.

  손가락 하나가 불러온 사회적 파장을 보면 헛웃음이 나면서도 그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남녀 혐오 논란과 사실 공방 속에서 넥슨의 초기 대응은 아쉽다. 예민한 주제인 만큼 더욱 확실한 진상 조사가 있어야 할 텐데, 결론부터 먼저 짓고 비난의 화살을 외주사로 돌린 것은 분명 실책이다. 외주사도 피해자일 수 있는 상황이다. 확실치 않은 비판에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리기보다, 바른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었지 않을까.

 

김아린 기자 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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