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린 기획2부장
김아린 기획2부장

 

  배드민턴이 질려 테니스를 배우러 가던 날, 누군가 그랬다. "MZ들이 그런 운동 많이 한다더라." 밤샐 때마다 마시는 녹차가 떨어져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을 때도 누가 그랬다. "MZ들이 차를 그렇게 좋아한다며?" 할머니 집에 있던 약과를 아메리카노와 먹고 있을 때도 그랬다. "MZ들이 약과에 미친다더라."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도대체 MZ가 안 하는 건 뭘까?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신조어인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개념의 탄생 이후 언론과 정치권에선 우후죽순으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약과와 탕후루를 먹고 제로 탄산을 마시며 광장시장이 그들의 핫플이고 더현대서울의 팝업스토어에 열광한다. 테니스, 골프, 복싱, 필라테스, 등산, 캠핑, 낚시를 즐겨하며 인스타와 블로그에 중독돼 있다.

  신기한 건 사회적 통념과 내 주변인들의 접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행이라는 보도 이후 유행을 좇기 위해 이를 따라 하는 친구들도 있다. "크룽지가 뭔지 궁금해서 먹어 봤어"라며 크룽지를 먹어 보는 친구, "탕후루가 유행이라며?"하며 탕후루를 먹는 친구들을 보면 언론이 유행을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 부실한 실체에 비해 언론의 서동요가 만들어낸 환상은 너무나 비대하다.

  세대 전체의 존재감이 강해지면 개인의 개성이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의 모든 선택과 그 이유가 세대론에 갇혀 'one of them'으로 여겨지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MZ'라는 용어로 세대를 묶어 간편하게 규정짓는 방식은 편견을 고착화했다.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를 이해하려 사용하던 용어가 오히려 세대 간 오해와 몰이해의 원인이 된 것이다. 관심 끌기를 목적으로 MZ를 끌어 쓰는 언론의 '손쉬운' 보도 관행이 시정되길 바란다. 시대와 세대의 차이가 우리의 다름을 결정지을지라도 벽이 되진 않기를. 이제는 MZ를 놓아줄 때다.

 

김아린 기획2부장 a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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