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유일한 탄소 감축 수단

인허가 절차 간소화해야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2050년에 재생에너지 비율이 70%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0일 원전 분야 예산이 약 1820억원 삭감된 반면 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은 대폭 증액됐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예산은 2302억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예산은 1620억원 늘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탈탄소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위주의 발전 방식이 중요하다”며 “탄소 중립은 원자력보다 재생에너지가 효율적”이라 주장한다.

 

  - 원전 예산안 삭감을 어떻게 보나

  “에너지 기술이 정치적 수단이 됐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재생에너지를 정치적 쟁점의 수단으로 만들고 있어요. 여당 지지자는 원자력을 지지하고 야당 지지자는 재생에너지를 지지하는 구도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예산을 확대할 필요는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이 많이 삭감됐거든요. 특히 연구개발 예산이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이 축소돼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습니다. 태양광이 대표적입니다. 관련 분야에선 수요가 없어 산업계의 구조조정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전반적인 흐름은 재생에너지를 주력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를 위축시키는 정책은 적절하지 않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예산도 필요합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 청정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각각의 역할과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별개로 원자력을 상징적으로 축소한 정책은 정치적 갈등 구도를 명확하게 만들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 전기 요금이 상승하는 이유는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부채가 200조원인데도 사람들은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전기요금을 올리는 원인은 탈원전이 아니라 유가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비용이 올라가면 전기요금이 당연히 올라가야죠. 다른 나라는 전기요금이 1.5배에서 3배까지 오르는데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을 통제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분야의 생태계가 망가졌죠. 생태계가 다시 활력을 찾을 방안을 마련하긴 쉽지 않습니다. 다음해 총선 이후에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릴 것인지도 의문이고요.

  2030년 대한민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한 국제사회의 검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이 목표인데, 우리나라는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산업적인 규제나 글로벌 규제가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전기요금 체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나

  “원자력은 고정적으로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기저층보단 부동층이 많아요. 지금처럼 정치화되기 전까지 원자력에 대한 여론은 5대5였습니다. 탈원전 추진 동력 자체가 탄탄하지 않았던 거죠. 독일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 동안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탈원전 정책은 실패했죠.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정책 실패 사례가 원자력 정책이라 규정하고 원자력 진흥 정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탄소 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탈탄소 수단 중 가장 중요한 방향은 전기화 혹은 전력화입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1차 에너지원 중 전기가 20~25%를 차지하는데, 이 비율을 최소한 2배 이상 올려야 해요. 전기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의 에너지원이 석유에서 전기로 바뀐 겁니다. 그러려면 두 배가 된 전기 수요를 채워야 합니다. 원자력 산업계는 원자력발전소를 지금 있는 만큼 추가로 더 지어 2050년에도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원자력발전소를 20개 정도 더 지어야겠죠. 원자력발전소와 송전선을 지을 때 사회적 갈등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전망은

  “잠재력은 있지만, 상품으로 나와 있지 않아 틈새시장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SMR 사업에서 가장 앞선 미국 기업인 뉴스케일(NuScale)에서도 투자 유치를 못 해 프로젝트가 좌초됐어요. SMR 상용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거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전후로 SMR을 상용화시켜 대량 양산할 계획을 세웠지만, 신기술 특징상 지연될 가능성이 큽니다. 새로운 기술은 검증되지 않았고 인허가 문제도 있습니다. 구현될 순 있어도 상품으로서 잘 팔리기 위해선 시장경쟁력도 중요합니다. 지금 유럽이나 미국에선 원자력 산업이 완전히 위축됐어요. 원자력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SMR은 기존 원자력보다 에너지 단위당 단가가 3배에서 5배 이상 비쌉니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기술이지만, 틈새시장을 차지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준공된 가평군 농가참여형 태양광 실증사업 현장.
2017년에 준공된 가평군 농가참여형 태양광 실증사업 현장.

 

  -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은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입니다. 전기 생산이 들쑥날쑥하고 날씨로 인한 불확실성도 있기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으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죠.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탄소 중립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는지, 각국이 재생에너지 비율을 몇 퍼센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탄소 중립 목표에서 국제에너지기구가 제안하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전기 생산의 90%인데 우리는 현재 20%를 넘겼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논의가 합의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재생에너지에 문제가 있어도, 재생에너지를 이용해야 탄소 중립이 가능하다면 도전과제라고 봐야죠. 앞서 나가고 있는 국가에선 재생에너지 비율이 이미 40%가 넘었습니다. 중국도 50%가 넘지만, 우리의 재생에너지 생태계는 상당히 늦어요. 아직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빨리 만들고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그런데 원자력 지지자들은 재생에너지가 문제라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이나 경제지는 재생에너지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크게 보도했죠.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제대로 전기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가 다 함께 가고 있는 길이기에 재생에너지 문제를 해소할 산업들이 생길 겁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관련 산업 생태계가 크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2050년에 재생에너지 비율이 70%는 돼야 합니다.”

 

  - 재생에너지의 생산 비용은

  “재생에너지가 비싼 건 맞습니다. 이유는 모듈 가격과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에 들어가는 인허가 비용입니다. 모듈 가격은 많이 낮아졌지만, 인허가 비용이 문제예요. 우리나라의 인허가 비용은 선진국 대비 3배 정도 비쌉니다.

  1MW(메가와트)짜리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약 9917㎡(3000평) 정도가 필요해요. 법적으로는 부지가 있으면 그냥 설치하면 되지만, 건설 주체가 지역 군의회 등 지역 정치 단체에서 허가를 받아야 해요. 그때 정치적 문제가 있죠. 이해관계가 얽힌 인허가 과정에서 결국 비용이 듭니다.

  재생에너지 시설을 어떻게 많이 설치할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시설을 많이 설치할수록 발전 비용이 줄어드는데, 쉽지 않은 형편입니다. 국가가 재생에너지 인허가 과정을 제도화하고 간소화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지원금도 줄이면 안 돼요. 공격적인 확장과 전력망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 탄소 중립을 위한 다른 방안은

  “재생에너지 말고 탈탄소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이지만, 비싸고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은 현재 석탄 발전 중심입니다. 석탄 발전 비중이 30%가 넘기에 탈탄소화를 제일 먼저 해야 해요. 그런데 우리가 시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은 재생에너지랑 원자력밖에 없어요. 원자력이 주력 에너지 수단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가격이 비싸고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기간이 10년이 넘고,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인허가 등을 생각하면 원자력을 확산시키는 데는 제약이 큽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하는 거죠.”

 

  - 앞으로 에너지 산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에너지에 찬성·반대할 때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적 선호나 정치인에 대한 호감과 반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물론 모든 에너지원에는 세금이 붙기에 정치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다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의견을 취사 선택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에너지를 망치고 있는데, 국가 경쟁력 전반에 에너지가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탄소 중립이나 탈탄소는 중요한 정책으로 부상해야 하는데, 그 노력이 부족해요.

  이번 정부는 탄소 감축 측면에서 비판받을 요지가 많습니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탄소 감축 계획을 보면, 집권기간 동안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갑자기 기술이 개선되거나 혁신적인 기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경우는 없으니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될 겁니다. 이번 정부가 그 숙제를 해결해 주면 좋겠습니다.”

 

글 | 장우혁 기자 light@

사진제공 | 김선교

이미지출처 |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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