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여러분, 지하철 6호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6호선은 단순히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하철 창 너머로 서울 곳곳에 숨겨진 장소를 보고, 맛보고, 즐길 수 있습니다. 안암역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월곡역과 고려대역, 서쪽으로는 녹사평역, 합정역, 망원역에서 내리면 세계 6개국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매력적인 음식들을 느끼러, 지금 출발!

 

  망원에서 생긴 일 ‘발리 인 망원’

 

  망원동 골목에 숨어있는 ‘발리 인 망원’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현지 메뉴가 있다. 오래된 건물 외벽에 ‘BALI IN MANGWON’ 간판이 걸려있고, 가게 내부엔 휴양지를 연상케 하는 소품이 가득하다. 모든 소품은 사장 김재원 씨가 1년에 1번 발리에 방문해 직접 공수한다. “우리 식당 음식을 먹으면 ‘이거 발리에서 먹은 거 아냐?’라고 느끼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지 셰프들에게 레시피를 배웠고, 직접 소스를 만들며 현지의 맛이 잘 드러나게 했어요.”

  대표 메뉴는 미고랭, 렌당사피, 바관 자궁이다. 미고랭은 인도네시아의 볶은 국수로, 야채와 고기를 에그누들과 함께 볶아 만든다.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인 렌당사피는 소고기와 다양한 야채를 발리 향신료로 양념한 다음 코코넛 밀크에 조려 만든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선정한 5대 국민 식(食)에 꼽히는 렌당사피를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발리에 온 느낌이다. 바관 자궁은 바관(튀김)과 자궁(옥수수)을 합친 용어로, 밀가루에옥수수, 샬롯, 마늘, 쪽파, 고수, 달걀 등을 넣고 반죽을 만든 뒤 주문 즉시 튀겨낸다. 발리로 떠나고 싶다면 다양한 메뉴가 있는 발리 인 망원이 제격이다.

 

  ¡Quérico<정말 맛있군요!>! 멕시코 맛의 향연 ‘살사리까’

 

  스페인어로 맛있는 소스라는 뜻인 ‘살사리까’는 음악, 인형, 소품들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살사리까 사장 이승준 씨는 사람들이 미국 타코가 아닌 멕시코 현지 타코를 먹어보길 원해 가게를 시작했다. 멕시코 본연의 미(味)를 살리고자 현지에서 레시피도 직접 배웠다. 덕분에 잘 알려진 타코, 부리또, 과카몰레, 나초 이외에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 멕시코 음식도 경험할 수 있다. 엔칠라디스 베르데스는 토르티야 위에 닭고기, 치즈, 샤워 크림, 살사 소스를 듬뿍 얹어 먹는 음식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파는 멕시코 현지 음식 판시따도 별미다. 소 내장이 들어간 얼큰한 곱창전골인 판시따는 고수와 양파, 라임을 넣어 먹거나 같이 나오는 토르티야를 적셔 먹는 등 다양하게 즐긴다.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연상케 하는 고르디따는 두껍게 반죽한 토르티야를 튀기고 반을 갈라 그 안에 원하는 재료를 넣고 만든다. 완벽히 현지화한 메뉴 덕인지 가게에는 외국인이 북적인다. 합정 살사리까에서 멕시코를 간접체험 해보면 어떨까.

 

  모로코로 떠나고 싶을 땐 '카사블랑카'

 

  해방촌에서 가장 개성 넘치고 독특한 식당을 꼽으라면 단연 이곳이다.  프리카 모로코식 샌드위치와 샥슈카를 파는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에서 온 사장 와히드(Wahid)가 형제와 함께 13년 동안 운영 중이다. 모로칸 샌드위치는 바삭한 바게트에 15가지 이상의 향신료로 맛을 낸 닭고기와 감자, 양상추, 고수, 토마토 등을 넣어 만든다. 이는 스페인식 바게트 샌드위치인 ‘보카디요’가 모로코에 건너와 다양한 모로코식 고기 요리와 향신료가 더해져 현지화된 음식이다.

  “모로코 음식을 온전히 보여드리기 위해 레시피를 바꾸지 않았어요. 해방촌에 놀러 온 사람들은 오리지널 스타일의 음식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샌드위치뿐만 아니라 샥슈카도 이 집의 인기 메뉴다. 에그 인 헬을 떠오르게 하는 샥슈카는 양념에 재운 고기와 토마토 페이스트, 야채, 계란을 풀어 바게트 위에 올려 먹는 음식이다. 낯선 듯 익숙한 맛으로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카사블랑카에선 생소한 모로코 음식을 접할 수 있다.

 

  나마스떼 안암 '비나 레스토랑'

 

  본교 서울캠퍼스가 위치한 안암역 3번 출구, 다양한 인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비나 레스토랑’은 네팔에서 온 사장 나라얀(Narayan)이 18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 인도 카레 집은 인도인이 운영할 거라는 편견을 깬 것이다. “인도와 네팔 요리는 거의 비슷합니다. 가까워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보니 더 접하기 쉽죠.” 비나 레스토랑은 여러 가지 카레와 난, 탄두리 치킨, 인도식 라이스, 라씨를 판매하고 있다. 인도와 네팔 분위기를 풍기는 인테리어는 물론 사장과 종업원 모두 현지인이라 입구에서부터 남아시아 여행을 온 기분이다. “인도 내에서도 인도 동쪽과 북쪽 음식이 매우 달라요. 한국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레시피를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기후 차이로 재료가 어쩔 수 없이 차이 나는 것 빼고 다 같죠.” 난을 만드는 방법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의 전통 진흙 오븐인 탄두르에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굽는다. 가스, 전기로 굽지 않고 숯으로 익히기에 시중에 파는 난과는 맛이 다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많아 꾸준히 인기가 많은 안암 로컬 맛집인 비나 레스토랑에서 색다른 한 끼를 즐겨보자.

 

  쏟아지는 향신료의 나라로 떠나자 ‘프릭타이’

 

  보라색 문을 열면 태국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은 고려대역에 위치한 ‘프릭타이’다. 테이블엔 기호에 따라 섞어 먹을 수 있는 소스 통도 준비돼 풍미 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태국에 3년 동안 거주한 사장 양서윤 씨는 음식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다. “쌀국수 말고는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계속 먹다가 어느새 좋아하게 됐어요. 처음 태국 요리를 배우고자 여러 식당을 돌아다녔지만, 잘 알려주지 않아 철수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현지 주방장을 한 분 모시게 돼 함께 시작할 수 있었어요.” 재료, 소스, 인테리어 소품은 모두 태국에서 공수했다. 태국을 자주 가는 편이기도 하고, 남편이 여행사 직원이라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직접 사주기도 합니다.” 프릭타이는 방문자들에게 “태국 여행 갔을 때 먹은 맛과 비슷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소고기 쌀국수와 똠얌꿍 같은 쌀국수류는 현지 레시피로 하고 있어요. 카오팟 꿍은 굉장히 심플한 맛인데,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짝 바꿔 만들고 있죠. 사이드 메뉴를 제외하고는 다 태국 레시피예요.”

  레몬을 짜 땅콩 가루와 섞어 먹는 태국 볶음 쌀국수 팟타이와 야채 향신료 수프에 새우를 국물 재료로 추가한 똠얌꿍, 바질과 다진 돼지를 볶은 팟 카파오 무쌉은 순식간에 태국에서 먹는 듯한 맛을 낸다. “요즘은 사람들이 맛을 더 잘 알아요. 향신료가 강하다고 빼는 것보다 최대한 현지답게 하는 걸 원하시죠.” 강한 향신료 때문에 태국 음식이 망설여진다면 프릭타이에서 도전해 보자.

 

  월곡을 작은 독일 거리로 ‘비너발트’

 

  연말이 되자 더욱 분위기가 무르익는 이곳은 월곡에 있는 독일 음식점 ‘비너발트’다. 소시지에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가진 사장 육동주 씨가 비너발트를 시작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등산복 매장을 운영하던 그는 처외삼촌의 권유로 처음 독일 음식을 접했다. “제가 워낙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시지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40살에 독일에 가서 공부하고 아우스빌둥을 수료했습니다.” 오직 열정 하나로 취득하기 어려운 아우스빌둥 코스를 완벽히 밟았다. 슈바인학세는 슈바인(돼지)과 학세(소나 돼지의 발목 윗부분)을 합친 용어로, 독일에서도 조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그릴에 굽기도, 물에 삶기도, 오븐에 넣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바삭함을 느낄 수 있는 바이에른 슈바인학세와 촉촉하고 훈제 향을 느낄 수 있는 비너발트 슈바인학세 두 가지가 있다. 불 쇼 퍼포먼스도 볼 수 있어 눈도 즐겁다. 이곳은 맥주에도 진심이다. 파울라너 헤페, 크롬바커 바이젠·필스 등 독일 전통 맥주들이 있다. 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에 쓰인 맥주를 직접 공수해 온다.

  “제가 월곡에서 등산복 매장을 했고, 오래 살기도 했습니다. 제 목표는 이 거리를 작은 독일 문화 거리로 만드는 거예요.” 유학 시절 독일의 모든 지역을 다니며 모든 슈바인학세 집을 방문해 공부할 정도로 뜨거웠던 그의 열정은 오늘도 사람들을 비너발트로 이끈다.

 

염가은 기자 7r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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