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선거야말로 학보사의 꽃이 아닐까. 앞으로 1년을 이끌 학생 대표자를 선출하는 시기인 종간호는 대부분 각 후보자를 취재하며 공약을 분석하고, 전반적인 선거 과정을 담아내는 보도 면이 꾸려진다. 고대신문 역시 세 보도 면 상단을 학생회와 관련한 기사로 꾸려내며 학내 주요 사안을 다뤘다. 선본과 학생 대표자, 대학 본부와 학생 등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해 의견을 고루 담고자 한 기자들의 열정과 노고가 돋보인 보도 면이었지만, 기사 배치와 일부 기사의 전개에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1면에는 현재 학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기사가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MS 용량 제한을 알리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다른 선거 기사보다 더 우선됐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학내 사안을 다룬 기사와 선거 관련 기사가 번갈아 배치돼 독자들이 학내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사안을 내보이지 못했다.

  가장 유심히 봤던 기사는 2면의 2023년 서울캠 총학 기층단위의 잇따른 선거 무산을 다룬 기사였다. 20개 단위 중 11개 단위의 선거가 무산되며 학생자치가 흔들리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다양한 화제를 다루고 있고 그만큼 힘을 잃어 아쉬운 기사다. 문과대와 동아리연합회 선거 과정 중 불거졌던 잡음은 개별 기사로 다룰 만한 사건이며 그만큼 선본과 문제를 제기한 주체, 해결 과정에 대한 세세한 취재가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전체 기층단위의 선거 과정을 요약하며 일부 언급하는 수준에 그쳐 기사 방향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전달됐어야 할 정보가 생략됐다고 느끼게 한다.

  재학생들의 학생자치 무관심은 입후보자 미등록과 투표율 저조로 나타나며 선거 무산의 원인이 된 듯하다. 개표가 이뤄진 단위는 학생들이 주목하는 의제가 있었기에 학생회의 중요성이 컸으며 적절한 인터뷰로 기사에 담겼다. 앞으로 학생자치를 부흥시키기 위한 해결책을 제안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어지는 내용은 비대위 체제의 한계였다. 결국 기사는 2024학년도 비대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마무리되며 몰락한 학생자치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학생자치 공백이 익숙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학 언론은 단순 사실을 전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다각적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번 고대신문은 반복되는 문제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화두를 꺼내며 학생자치의 위기를 알리는 경종의 역할까지 해냈다. 다음 기회에는 학생자치의 의의, 학생회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의제 설정을 위한 학내 언론의 역할을 진단하는 등 해결책을 내놓으며 건설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대학언론이 되길 기대한다.

 

김도희 중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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