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994호에서는 유난히 기자 멘트보다 직접 인용이 더 자주 보였다. 물론 인용이 많다는 것은 사안을 충실히 취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접 인용이 과하면, 기자가 인터뷰 내용에만 의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인용 고유의 효과도 희석된다. 적절한 인용을 통해 독자가 기사를 읽는 데 끊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인용은 발화자의 언어로 정리된 말이 필요할 때만 해야 한다. 1면 전임의 사직 기사에서도 마지막 문단이 인용으로 급하게 끝나 버렸다. 기자가 인터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기자의 일은 취재 결과를
새학기를 맞은 봄의 캠퍼스는 연신 들뜬 분위기다. 1면에서 응원OT를 다룬 고대신문을 통해서도 힘찬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합동응원전과 동아리박람회, 장학증서 수여 등 학내 굵직한 사안을 다뤄내며 알찬 보도면을 꾸려냈다. 그러나 보도면의 기사가 무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린캠퍼스 사업, 총학 선본 공약, 총장과의 대화에서 건의된 내용 모두 학보사로서 더 심도 있게 문제의식을 드러냈어야 했다. 정부 주도 사업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일 년 앞당겨 조기 종료시킨 것은 퍽 충격적인 일이다. 학교가 추진하던 대다수 사업과
1992호 1면 기사는 전공의 파업 후 고려대 병원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진료를 받지 못해 생기는 환자들의 어려움과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았다. 기사에 환자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의료공백 현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는 것 이상으로 비상 의료대책의 허점을 메울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담았다면 심층적인 기획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사건의 원인이 된 전문의 사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생략됐다. 취재 협조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 예상해 보지만, 안암병원 전공의들의
기자는 궁리해야 한다. 자신이 보고 들은 사안에 대해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기사에 이를 적용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 순간을 관통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신문에 궁리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료계의 집단행동. 단연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고려대학교와 고대신문도 이를 피할 수는 없다. 1면 기사로 다루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1991호는 의료계 집단행동을 다루기만 했을 뿐, 궁리를 담아내지 못하면서 나머지 절반이 텅 빈 신문을 독자에게 제공했다.
나는 그저 학생일 뿐, 신문과 언론에 빠삭한 베테랑 기자는 아니다. 그러나 고대신문 기자들과 데스크의 노고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1989호를 읽고 다른 언론에서 종종 발견되는 부족한 점이 고대신문에는 없다고 느꼈다. 취재원을 익명으로 섭외하지 않았고, 상반되는 의견을 골고루 담았으며, 알찬 취재 과정이 돋보이는 등 이번 호는 신문에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고대신문 1989호는 우리가 고려대학교 학생이기에, 그리고 대한민국의 청년이기에 더더욱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하는 주제들로 구석구석 채운 신문이었다. 먼저 제54
학내 선거야말로 학보사의 꽃이 아닐까. 앞으로 1년을 이끌 학생 대표자를 선출하는 시기인 종간호는 대부분 각 후보자를 취재하며 공약을 분석하고, 전반적인 선거 과정을 담아내는 보도 면이 꾸려진다. 고대신문 역시 세 보도 면 상단을 학생회와 관련한 기사로 꾸려내며 학내 주요 사안을 다뤘다. 선본과 학생 대표자, 대학 본부와 학생 등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해 의견을 고루 담고자 한 기자들의 열정과 노고가 돋보인 보도 면이었지만, 기사 배치와 일부 기사의 전개에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1면에는 현재 학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정보전달 매체인 신문이 갖춰야 할 특성을 꼽으라면 ‘시의성’이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제작 일정이 매주 금-토로 고정된 학보사는 일간지에 비해 시의성을 챙기기 어렵다. 가령 발행일인 월요일에 발생한 학내 사건은 다음주 월요일이 돼서야 학보사 지면에 담긴다. 학내 소식도 시의성을 갖추기 어려운데, 하물며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떤가. 최근 보도부 기사를 제외한 연세춘추의 기사들은 방학 때부터 발행 일정을 고정해 둔다. 기사에 자세한 상황 분석과 깊은 문제의식을 담아내기 위해 ‘2주 초고제’를 운영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계획
대학 학보라는 점에서 지면이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엄연히 다른 대학의 학생인 만큼 타 학보의 지면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고 배우는 것들이 많다. 서울대는 모든 선거나 축제가 얼추 정리됐는데, 고려대는 이제 본격적인 선거와 가을 축제에 접어드는 시점인가보다. 1986호 1면에 실린 기사는 이런 고대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호는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기자단의 노력이 돋보인다. 먼저 청년 금융 문맹 실태를 교육과 정부 지원의 차원에서 여러모로 검증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기사로는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가정의 영역
시의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주일 간격으로 발행하는 주간지, 그것도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 기자들이 시간을 쥐어짜서 만드는 학보가 기성 언론의 신속 보도를 따라잡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학내 사안 보도라면 또 모를까, 사회문제를 다루는 탐사기획 기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학보사에 있어 시의성은 미덕이지, 필시 지켜야 할 원칙까지는 못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미 3년 전부터 이슈였던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공백 문제를 묶어서 들고나온 편집국의 판단 자체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대신 늦은 사안을 이제라도 꺼내와야만
취재기자들의 땀과 노력이 깃든, 품질 높은 기사를 평가하는 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좋은 말만 하고 싶지만, 분량이라는 맹목적 이유와 함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카테고리를 정해 비평을 해보려 합니다. 1면은 신문의 얼굴인 만큼 주제 선정이 탁월했다고 봅니다. ‘기증품 분실 사건’은 관련 뉴스도 이미 보도가 됐고, 중대한 실수라 뾰족하게 지적할 부분입니다. 내용도 읽고 싶게끔 취재됐습니다. 기보도된 내용과 비교해 취재원 등 추가 취재된 부분도 뚜렷합니다. 문제는 1면 기사보다도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창간 76
1면 편집을 자주 해서 그런 것일까. 고대신문 1983호를 펼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면 헤드라인이 아닌 제호 ‘고대신문’ 옆에 붙어있는 작은 문구였다. ‘2023년 10월 9일은 한글날 577돌입니다’. 자연스레 왼쪽 상단 발행일에 눈길이 갔다. 연세춘추와 달리 고대신문은 한글날에도 휴간하지 않았다. 공휴일임에도 발행을 이어간 까닭은 특집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10면과 11면에는 한글날에 발행하기 알맞은 △국립한글박물관장 인터뷰 △국립한글박물관 전시 스케치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특히 국어국문학과
지난 고대신문 1982호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구성이 돋보였다. 학내와 관련된 크고 작은 현안들부터 구성원들의 문화생활과 강연까지 고르게 담아냈고, 주목한 사회 현상에 대한 분명한 관점의 취재와 후속 인터뷰로 읽는 이들에게 깊이 있는 고찰을 유도했다. 특히 실종아동법을 다룬 기사가 인상적인데, 너무나 익숙하지만 때로는 시끄럽고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실종 경보 문자를 추적하기 시작해 결국 그 가치를 보여내는 전개가 탄탄했다고 본다. 실종법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관계자 사이의 이견이 짧은 인용으로만 대비되는 것이 아쉬웠던 찰나 곧바로 관
학보를 포함해 그 어떤 언론에서도 3건의 오류를 한 번에 수정했다는 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해당 정정보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충분한 자성의 시간을 가졌으리라 믿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고대신문은 개강 직후부터 2주간 고연전 특집호를 포함해 도합 36면의 지면을 쏟아냈다. 기자들도, 선수들도 열심히 뛰어준 덕에 경기 결과부터 신문까지 멋들어지게 뽑아냈다. 다만 그다음이 걱정이었다. 특집호 제작에 품을 많이 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후 평시 신문을 만드는 데에 투입할 동력까지 미리 끌어다 써버리는 건 곤란하다. 안타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을 아는 고대신문입니다. 자연스레 사진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이번 호는 말 그대로 청량했습니다. 이지호 선수의 ‘쉿’ 장면으로 짜릿한 승리를 한 번에 와닿게 한 1면부터 현장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던 사진기획까지 언제나 그랬지만 사진기자들의 공이 돋보였습니다. 8면 상단에 최종 스코어 배치도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갈수록 고연전을 소화하는 방법이 참신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특집에 경기가 끝난 뒤 선수 개별 인터뷰도 당시 여운을 느끼게 했습니다. 소소하게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학우 목소리가 없었습니다. 경기 자체에
고대신문과 연세춘추에 ‘연고전’은 좋은 먹거리가 된다. ‘연고전’은 양교 학보사만 보도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이며, 동시에 독자를 유치하고 신문의 존재를 여러 사람에게 알릴 기회다. 과연 고대신문은 ‘연고전’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 고대신문의 고연전특별호에 대한 비평과 감상을 지면을 빌려 써보고자 한다. 이번 고연전특별호는 수준 높은 분석과 독자 눈높이에 맞춘 인포그래픽이 돋보였다. U리그를 비롯한 각종 외부대회를 분석해 양교 선수단의 전력을 파악했고,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 팀의 예상 전략을 점쳤다.
어느 한 곳도 낭비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채워 낸 1978호 지면을 넘겨보다가 유독 故 이주용 씨, 故 강만길 명예교수의 이야기에 손이 멈췄다. 결국 독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잘 담아낸 기사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두 면을 할애해 담아낸 예비군 문제가 기억에 남는다. 6면의 경우 예비군 학습권 침해 문제가 대학가 전반에 오랫동안 산적해 왔음을 탄탄하게 뜯어본 기사라는 점을 높이 평한다. 특히 결국 인식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지적에 그치지 않고, 이후 7면에서 관련 법제화를 주장한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국가의 책
중앙광장 지하 입구에 고대신문 가판대를 보고 ‘이게 고대신문의 엔데믹 선언이구나’ 싶었다. 코로나 이래로 온라인상의 홍보에 집중했던 근 몇 년을 뒤로하고, 이제는 캠퍼스로 돌아온 학생들 앞에 이 매체를 선보이기 위한 방법론을 고심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정후 게시판에는 매주 발행한 신문 1면을 인쇄해 붙였다. 고대신문이 다시금 지면 매체로서의 생명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는 걸 학교 곳곳에서, 학기 내내 체감했다. 1977호 1면 ‘정신질환 학생 지원 실태’ 기사는 지나치게 긴 상담 대기 시간과 전문의시간 상담 전화 부재 등의 미비점
신문 가운데 두 개 페이지로 펼쳐낸 석탑 대동제와 입실렌티 사진 기획은 싱그러운 젊음의 활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들 표정도 밝고 신나는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축제 운영 과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뉴스는 다소 아쉬웠다. 서울총학생회의 입실렌티 티켓 배부 보이콧 기사는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난 뒤에 신문이 발행됐을 때의 대응에 대해서다. 먼저 1면 스트레이트 기사를 싣는 것이 좋았느냐에 대한 문제다. 사건 당일에는 관심의 집중이었으나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서 뉴스로서 가치가 상당히
화려한 축제의 막이 오르고, 밝은 에너지만이 흐르는 축제 기간이다. 서울캠퍼스에는 낭만이 가득하고, 밝게 웃는 사람들로 가득 찬 민주광장, 그리고 그 에너지가 이제는 고스란히 녹지로 향할 것이다. 지.야의 함성으로 가득 찰 입실렌티는 필자도 기대되는 바이다. 다만, 그 기대와 설렘 뒤에는 문제들이 있었으니, 그 자체로 모두가 즐거워만 하기도 바쁠 그 행사에 여전히 같은 논쟁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 문제와 논란의 흐름이 매번 너무나 비슷하다.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와의 이견으로 인한 갈등 이슈, 그저 지겨울 뿐이다, 도 넘은 대학생의
정원 확대는 호재다. 학생이 는다. 덩달아 등록금 수입도 증가, 재투자가 이뤄진다. 졸업생도 는다. 동문 네트워크가 탄탄해진다. 다양성 역시 올라간다. 표본이 많을수록 정규분포곡선상 양쪽 끝에 위치한 돌연변이의 출연 빈도가 높아진다. 전기전자공학부 정원이 30%가량 늘었다. 축하할 일이다. 여기에 기사와 사설은 준비도 안 된 채 정원만 늘렸다고 태클이다. 교수가 부족하면 강의가 많이 안 열리니 학생들 고생이긴 하다. 기자들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수십억짜리 계약을 따 온 영업사원한테 ‘지금 일손도 없는데!’라고 나무라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