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별점: ★★★★☆

한 줄 평: 두 번 보면 더 좋은 영화


  첫인상은, “이런 영화가 나왔네.” 우연히 지나가다 영화 포스터를 보았다. 모나리자를 오마주한 듯한 포스터에 두 남녀. 직관적인 제목까지. 흔한 이별 로맨스 영화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별하는 데 결심까지 할 일이야?” 하는 조금은 삐딱한 마음과 함께 다시 포스터를 보니, 정말 어떠한 강렬한 결심이라도 한 듯 강렬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뻔한 로맨스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전체적인 색감이 무거운 시트러스 우디 향의 무언가를 떠오르게 했다. 진하고 묵직한 색감의 배경 속에 서래의 진한 초록색의, 바다처럼 반짝이는 원피스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소품뿐만 아니라 물결이 휘몰아치는 무늬의 벽지, 충격적인 살인사건 현장이 된 수영장 등 배경 디자인 역시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돌아보면 그 속에 복선과 의미가 숨겨져,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기 싫었다.

  재관람할 ‘결심’을 했을 때의 내 목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미장센을 음미하는 것이었다. 해준이 도대체 언제부터 서래를 사랑한 건지, 서래는 왜 사랑하면서 죽음을 택한 것인지 이해 안 되는 것투성이였다. 그러나 다시 한번 장면마다 곱씹으며, 이해하게 됐다, ‘마침내’.

  인간은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낄 때 뛰는 심장과, 설렘을 느낄 때의 두근거림을 구분할 수 없다고 하던가? 암벽 등반과 추락사가 선사하는 두근거림과, 위험한 사랑에 빠질 것 같음을 직감했을 때의 두근거림. 바닷바람에 섞인 지독한 피 냄새를 맡았을 때의 아찔함과, 이포에서 재회한 그녀가 주는 어지러움.

  “나한테 선물을 꼭 하고 싶다면, 그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주세요. 난 좀 갖고 싶네.”

  까마귀 사체를 묻으며 그녀가 한 ‘심장을 가지고 싶다’는 말은, ‘살인사건 용의자 잠복 감시’의 핑계로 그녀를 몰래 바라보던 해준의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했을 것이다. 두려움 뒤에 숨겨져 인지하지 못한 설렘. 나는 이 장면을 좋아한다.

  이 장면에서 까마귀를 묻어줄 때 사용한 양동이는 서래가 스스로를 묻을 때 또 한 번 등장한다. 그에게 영원히 ‘미결’로 남아, 가슴 깊이 파묻히고 또 기억될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속마음을 까마귀와 함께 묻어둔 것처럼.

  그들의 사랑은 나에게 어려운 것이었지만, 작년 여름, 내 가슴을 미친 듯이 뛰게 하기엔 충분했다. 두 번 보길 잘했다.

 

박희원(디자인조형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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