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대학 40% 통폐합 진행

교육부 “통폐합 필수 아니야”

선정 위한 통합은 역효과 불러

 

글로컬대학30 선정 위해 통합 논의 중인 대학들
글로컬대학30 선정 위해 통합 논의 중인 대학들

 

  대학 간 통폐합이 교육계에서 떠오르고 있다. 통폐합을 진행하는 대학들은 기존 체제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최소 20개 이상의 대학이 통폐합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대학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성급한 통폐합을 진행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장기적인 계획 없이 통합을 진행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 전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불거진 통폐합 논의

  지난 10년간 전국 12개 대학이 문을 닫았다. 이 중 지방대가 11개다. 지방대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학령인구 감소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재학생 응시자수는 지난해보다 6.7% 감소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초등학교 학령인구(6~11세)는 2035년까지 44.4%, 중학교 학령인구(12~14세)는 44.1%, 고등학교 학령인구(15~17세)는 31.9%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대학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학년도 수시 원서접수 결과에서도 지방대 116곳 중 82곳의 경쟁률이 6대 1 미만으로 사실상 미달 위기에 놓였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대학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이길재(충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의 정상적인 기능들은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대학의 주요 재정수입인 등록금수익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결국 교육 여건을 상승시키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컬대학30 1차 본지정 현황
글로컬대학30 1차 본지정 현황

 

  수도권 지역과 비수도권 지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주휘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센터장은 “2015년 이후 산학협력과 관련한 경제규모가 수도권이 비수도권 전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기업조차도 수도권으로 몰려가다 보니 혁신을 일으킬 만한 지역인재들도 계속해서 유출되는 상황이다. 변기용(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도 “인재 유출 현상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교육행정학회에서 발표한 ‘지방대학 위기의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고찰(2021)’ 논문에 따르면 “지역대학의 가치와 중요성은 개인의 자아실현과 지역인재 양성 외에도 지역경제의 성장과 발전, 새로운 경제 성장동력의 확보 및 지역문화의 창달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통폐합 찬성의 주요 논거로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이점 등을 주장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통폐합을 통해 효율적으로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휘정 센터장은 “지역의 중소규모 대학들은 교수를 많이 뽑을 수 없다 보니 기본 과목을 개설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강사를 써야 하고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통폐합의 우수 사례로 2012년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의 통합이 거론된다. 두 대학은 통합 후 캠퍼스 이원화와 신성장 분야 및 생명 분야 특성화를 추진하고 체계적으로 구조를 조정했다. 통합 전과 달리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연차 평가에 최고등급을 받았고 연구비, 취업률 등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면서 교육과 연구 분야 역량을 강화했다. 2024학년도 수시 지원자 수가 7만6000명으로 전국 대학 중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혁신카드로 통합 꺼내든 대학들

  최근 정부 기조 역시 통폐합 가속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2일 통폐합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에는 대학 간 통폐합 시 최대 입학 정원의 20~60%를 줄여야 했다. 정부는 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을 전년도 이상으로 유지한다면 정원 감축 없이 통폐합할 수 있게끔 했다. 통폐합 대상도 확대됐다. 개정 전에는 대학, 대학원 전문대학, 산업대학 간 통폐합만 허용됐지만, 전공대학과 비수도권 사이버대학까지 넓어졌다.

  지난 3월 교육부는 글로컬대학30 사업 추진 방안을 공개하며 혁신 사례로 대학 간 통합을 통한 ‘대학 간 자원 공유’를 언급했다. 예비 지정 평가기준에서 ‘혁신성’ 부분에 높은 점수를 배정했기에 27개의 대학이 통폐합 안을 제시했다. 2023년 본지정된 10건 중 △부산대·부산교대 △충북대·한국교통대 △강원대·강릉원주대 △안동대·경북도립대 4건이 통폐합을 전제로 사업에 참여했다. 글로컬대학30 사업이 통폐합에 불붙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은희 연구원은 “‘글로컬 발 구조조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 간 통폐합, 대학 내 학과 폐지 등 굵직한 변화를 유도한 셈”이라 말했다. 부경대 측은 “교육부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주문했기에 통폐합 모델로 내년에 있을 2차 선정에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경대는 지난 10일 공식적으로 한국해양대에 글로컬대학공동 협력서를 전달했다. 부경대는 한국해양대 측에 글로컬대학 공동 신청과 함께 대학 간 통합 논의를 제안했다. 4월에 예정된 글로컬대학30 사업 2차 선정을 앞두고 여러 대학들이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통폐합을 조건으로 글로컬대학을 선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은희 교육부 인재정책실장은 지난 11월에 열린 브리핑에서 “통폐합을 추진하는 국립대들이 많이 선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립대 통폐합이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주목한 것 같다”며 “통폐합 추진 대학들이 제시한 사례는 비전이 구체적이고 차별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역 안배, 통폐합 추진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추진계획의 적절성, 성과관리의 적절성, 지자체 지원 및 투자 계획만 평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폐합, 실질적 구조조정 가져가야

  최근 늘어난 통폐합 논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의 사례를 교훈으로 실질적인 구조개혁이 없다면 부작용만 되돌아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은희 연구원은 “참여정부시절 통폐합을 조건으로 대학에 예산지원을 해줬으나 통폐합됐던 대학들의 캠퍼스는 오히려 특성화되지 못하고 부작용만 남았다”고 말했다. 당시 경북대와 통폐합한 상주대의 경우 기존 농림 산업 특성화 대학의 이점이 사라졌다. 학생정원이 감소하고 교수진과 교직원의 수가 줄자 공동화가 시작됐다. 이에 상주대 동문을 중심으로 통합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성급하게 통폐합을 논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현준(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글로컬대학30사업 1차 본지정에서 4개의 사업이 통합을 조건으로 선정됐기에 앞으로의 대학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통폐합으로 구조혁신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 단순 사업 선정을 위한 통폐합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인호(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공과 장점이 서로 다른 비슷한 수준의 대학 간에는 시너지가 창출될 수도 있지만, 역사와 문화를 가진 두 대학이 하나의 조직으로 거듭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이어 “통폐합은 한가지 요법일 수는 있어도 해법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글|도한세 기자 dodo@

인포그래픽|배준성·설서윤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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