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통폐합, 학생사회 혼란 키워

“통합 이유 자세히 설명해야”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소통

 

지난해 11월 17일 부산대와 부산교대 학생대표간 좌담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17일 부산대와 부산교대 학생대표간 좌담회가 열렸다.

 

  글로컬대학30 2차 예비지정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통폐합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 빠르게 통합을 시행하려다 보니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휘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센터장은 “충분한 의사소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급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갈등 해결이 주요과제

  글로컬대학30 사업으로 벽을 허무는 대학개혁 가속 추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강원대와 강릉원주대는 ‘강원 1도 1국립대학’을 제시해 지난 11월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2025년까지 통합을 완료할 예정이다.

  강원대 측은 “총 4개 캠퍼스가 각 지역과 밀착해 지역인재 양성과 함께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학내구성원들은 통폐합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강원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동문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동문의 거부로 일부 임원만 차담회를 진행하는 데 그쳤다”고 언급했다. 김호진 강릉원주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들도 통합에 대해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학교 측이 공식적으로 전달해 주는 정보가 많지 않아 사업의 진행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형배(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학내 구성원들이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내용은 합의된 게 없다”며 “국립대 입장에선 글로컬대학에 선정돼야 교육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일단 ‘당첨’되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역시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경북도립대와 안동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박재준 경북도립대 총학생회장은 “통합까지 시간이 많이 남긴 했지만, 통합 조건상 12개 학과를 4개로 줄여야 한다”며 “나머지는 안동대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니 학사적인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한밭대와 통합을 논의했던 충남대는 구성원 간 갈등에 부딪혔다. 충남대 교수회는 “글로컬대학 사업과는 엄연히 별개의 사안인 통합문제를 결부시킴으로써 구성원이 합의했던 ‘통합 논의 시작’을 구성원 간 합의도 되지 않은 ‘통합 추진’으로 둔갑시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수회는 이어 “통합에 대한 설명과 이른 시일 내에 총장이 참석하는 교수회-본부 주관의 공청회 개최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학생 반발로 통합이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경북대와 금오공대는 통합 논의를 중단했다. 양 대학 총장은 경북 구미의 반도체·방위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두 대학이 통합해 지역 산업 생태계의 연구 거점을 구축하는 데 뜻을 모았으나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넘지 못했다. 김상천(경북대 윤리교육22) 씨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며 “유기적이고 화학적인 결합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통합이 이뤄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경북대 학생들은 통합 대책 본부를 꾸려 학생 총궐기를 통해 학생 의견 반영 없는 졸속 통합에 반대했다.

 

  서로를 위한 충분한 시간 필요

  대학 통합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중복된 학과 통폐합, 교직원의 고용 승계, 대학 본부 및 주요 단과대학 소재지 결정, 정원 감축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 간 통합은 단기간에 진행될 것이 아닌 오랜 기간 대학 구성원의 의견수렴 등을 비롯한 여러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생들에게 어떠한 이점이 돌아가는지 분명히 설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변기용(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형식상 통합은 학생과 지역사회에 모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구성원들끼리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과 학교 그리고 사회를 위해서 뭐가 도움이 되는지 설득해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소통이다.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통폐합 논의가 바람직한 사례로 꼽힌다. 글로컬대학30 1차 본지정에 선정된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지난해 5월 통합을 조건으로 사업에 지원했다. 당시 양교 학생들의 강한 반발로 통합에 난항을 겪을 것이 예상됐지만, 지난해 11월 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우려는 사그라들었다. 이미나 부산대 기획팀장은 “최초에 학생들이 반대했던 이유는 정보의 부재였다”며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학생들도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서 기존의 오해가 풀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유동(부산교대 영교23) 씨는 “통합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구성원 간 존중이 뒷받침된다면 양교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성사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2월엔 양교 총학생회의 첫 공식 간담회도 열렸다. 김태우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들 간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자주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창준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11일에 부산교대와 공동 워크숍을 갔다오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도한세 기자 dodo@

사진제공|채널P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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