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에서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대통령경호처에 의해 퇴장당했다. 항의 대상인 윤석열 대통령은 4대 과학기술원의 올해 예산 총액 약 10%를 삭감하려 했다. 피켓을 든 신 대변인은 KAIST 전산학부 석사과정 졸업생이다. 머지않아 삭감의 여파를 맞을 졸업생을 향해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고 발언한 윤 대통령은 졸업생의 외침에 입막음으로 답했다.

  연구하는 목적이 고연봉이든 학문의 발전이든, 과학기술 인재에게 연구 동기를 불어넣는 건 적절한 보상과 재량이다. 그러나 ‘물질적 빈곤’이 이공계 대학원생을 괴롭힌다. 그들이 생활비를 확보하는 주 경로는 연구 과제에 딸린 인건비인데, 2021년 석·박사 학생연구원의 월평균 인건비 지급액은 각각 63만원, 99만원으로 최저시급에 한참 모자랐다. ‘재량의 빈곤’은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를 옥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통제를 받는 출연연은 인건비를 편성할 때는 기획재정부, 내부 규정을 바꿀 때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보안 사항에 대해선 국가정보원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 1996년 도입된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하에서 각 출연연은 정부 수탁사업을 적극적으로 따내기 위해 잠재적 협력자와 불필요한 경쟁도 벌인다.

  정책과 법률은 창조자인 인간을 닮아 불완전하다. 공직자라고 해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순 없으므로, 과거에 만든 제도가 지금에 와서 비효율을 초래한다면 논의와 개정을 통해 문제를 줄여나가면 된다. 이제는 공직자의 태만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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