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훈 미디어학부 교수
               정세훈 미디어학부 교수

 

  최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손흥민 선수와 이강인 선수의 갈등과 화해 이야기가 뉴스를 장식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 경기 전날 대표팀 내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 몇몇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탁구 치던 것을 주장 손흥민 선수가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강인 선수와 충돌하였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언론에서는 ‘어린 선수의 하극상’과 ‘인성 논란에 광고 모델 손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이강인 선수를 비난하는 성격의 기사가 주를 이루었다.

  시간을 22년 전으로 되돌려 보면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간에 다소 다른 성격의 일화가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는 한국의 경직된 선후배 문화가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히딩크 감독은 이러한 문화를 바꿔 보기 위해 선후배 선수들끼리 반말을 사용하라고 요구해서 당시 대표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 중의 한 명인 이천수 선수가 대표팀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 중의 한 명인 홍명보 선수에게 “명보야 밥 먹자”고 해서 다른 선수들이 황당해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일화들을 보면서 필자는 각 국가와 사회의 문화적 특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홉스테더(Geert Hofstede)는 문화차원이론(cultural dimensions theory)을 통해 여러 가지 문화의 차원을 제시하면서 사회를 분류하였다. 네덜란드나 미국은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낮은 권력거리(power distance)’라는 문화적 특징을 가진 반면, 우리 사회는 ‘집합주의 또는 집단주의(collectivism)’와 ‘높은 권력거리’라는 문화적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개인주의와 집합주의’는 개인의 권리 또는 공동체와의 조화를 얼마나 중시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는데, 북미나 서유럽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 사회인 반면 아시아나 남미는 집합주의적 사회로 알려져 있다. 또 ‘권력거리’는 권력이 작은 구성원이 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를 수용하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아시아나 아랍과 같이 권력거리가 높은 사회에서는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잘 수용하는 반면 북미나 서유럽과 같이 권력거리가 낮은 사회에서는 수평적이고 민주적 권력관계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 사회의 문화적 가치에 소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효과적일까? 문화적 가치에 소구하는 광고 마케팅 효과를 검증한 연구들을 통합하여 정리한 최근의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홉스테더의 문화적 차원 중에서 특히 ‘개인주의-집합주의’ 차원에 소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문화적 가치에 소구하는 광고의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과거에는 문화적 가치에 소구하는 광고가 효과적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그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에는 서양의 개인주의적 가치가 아시아 사회에 확산되고 반대로 아시아의 집합주의적 가치가 서양에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져서 각 사회별로 문화적 가치의 차이가 감소하는 경향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과거에 손흥민 선수가 ‘어린’ 선수였던 시절 주장이었던 박지성 선수를 매우 어려워했다고 한다. 과거 ‘어린’ 선수와 주장의 관계는, 현재 ‘어린’ 선수와 주장의 관계와 다를 수 있다. 어떤 특정한 문화적 가치가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쁠 수 없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개인들 간의 가치의 충돌, 또 문화적 가치의 충돌은 어찌 보면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간의 갈등과 충돌이 팀의 위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선수들 간의 갈등과 충돌을 특정한 가치의 틀 속에서 보도하는 언론과 그러한 언론의 틀에 갇힌 우리 사회가 오히려 더 큰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세훈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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