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탈락·불법체류 우려

유학 비자로 불법 취업하기도 

“관리에서 관심으로 나아가야”

 

지난 8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서울시 9개 구와 3개 시를 관할하며 △내·외국인의 출입국심사 △외국인 등록 △외국인 거소 및 동향 조사 △출입국 사범 단속·수사 등을 담당한다.
지난 8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서울시 9개 구와 3개 시를 관할하며 △내·외국인의 출입국심사 △외국인 등록 △외국인 거소 및 동향 조사 △출입국 사범 단속·수사 등을 담당한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대학 위기 극복 △해외 우수인재 확보 △연구 경쟁력과 글로벌 역량 제고 등이 추진 배경이다. 발표 후 전국 대학에서 유학생 확보를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 역시 올해 정원 외 외국인 학과인 글로벌자율학부를 개설했다.

  동시에 유학생 중도탈락률과 불법체류율도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관리도 어려워지기에 이탈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중도탈락자 중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유학생은 농수산업이나 영세제조업 등에 취업하며 안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생활한다. 함승환(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학생 유치가 대학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지만 무분별한 유치로 교육의 질과 여건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치 위해 심사 기준 완화

  국내 대학 유학생은 2012년 8만6878명에서 2022년 16만6892명으로 지난 10년간 2배가량 증가했다. 유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도 늘어났다.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유학생 중도 탈락자는 4년제 일반대학 기준 2019년 4770명에서 2022년 7072명까지 늘었다. 중도 탈락을 결심하는 이유는 △학내 부적응 △재정 불안정 △언어·문화 장벽이 대표적이다. 앤드류 밀라드(Andrew Millard) 창원대 국제교류원장은 재정 문제에 대해 “개발도상국에서 오는 유학생 중 한국의 높은 물가를 인지하지 못한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베트남 유학생인 박혜창(Xuan Trang, 경희대 관광·엔터테인먼트학23) 씨는 “고깃집, 통닭집, 베트남 쌀국수 식당, 피자집, 뷔페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베트남과 한국은 환율이 많이 차이 나 생활비를 감당하려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2019년 2만1970명이었던 불법체류 유학생은 2022년 3만6067명까지 증가했다. 2021년엔 중도 포기 외국인 대학생 1만335명 중 6947명이 불법체류자가 됐다. 2019년에는 인천대 어학당 164명이 잠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부분은 어학연수(D-4) 비자로 입국해 3개월 후 자취를 감추며 어학연수를 불법 취업의 다리로 이용했다. 이창원 이민정책학회 연구교육실장은 “유학을 국내 취업의 루트로 인식하는 유학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석 위덕대 국제교육원장은 “법무부가 비자 발급 및 입국 심사를 담당하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은 모두 대학에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아르바이트·비자 연장 번거로워”

  유학생이 한국에 입국할 때는 비자를 통해 체류자격을 얻는다. 가장 많이 발급받는 비자는 정규학위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학(D-2) 비자와 어학연수 비자다. 유학생은 비자 종류, 소속 대학의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 여부, 한국어 능력 시험 등급에 따라 근로 시간이 상이하다. 함승환 교수는 “내국인이 시간제 취업을 하는 것과 달리 유학생에게는 학업을 위한 비자를 발급했기에 경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허용해 주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학생들이 느끼는 비자의 가장 큰 불편은 근무 가능 시간의 제한이다. 유학 비자의 경우 학부 과정에선 주당 최대 30시간, 대학원 과정에선 주당 최대 35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어학연수 비자는 입국 6개월 이후부터 최대 25시간으로 제한된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델(Adel Toleubekova, 공과대 전기전자21) 씨는 “아르바이트가 허용되는 방학엔 유학생 대부분이 귀국하기에 학기 중 시간이 제한돼 있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조화림 전북대 국제협력처장은 “경제적으로 힘든 유학생이 많기에 규정 시간이 확대되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유학생의 아르바이트를 어렵게 한다. 중국에서 온 맹정이(孟婧祎, 대학원·글로벌 한국언어·문화협동과정) 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면 고용주 서명이 담긴 서류를 고려대 글로벌리더십센터에 확인받아야 한다”며 “글로벌리더십센터의 동의서와 계약서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하면 비로소 허가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요코노 타카토(横野高任, 정보대 컴퓨터23) 씨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걸 시도해 본 적이 있으나 서류 절차가 귀찮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도민수(Minh Thuỷ, 미디어22) 씨는 “아르바이트를 찾고 나서 근무할 때마다 비자 문제로 걱정하는 게 지친다”며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면 생활고에 허덕이는 유학생은 줄 것”이라고 전했다.

  여러 제약에 불법 취업하는 학생도 많은 실정이다. △통역·번역 △요식업 보조 △일반 사무보조 △관광 안내 보조 및 면세점 판매 보조는 허용되지만 △개인과외 교습행위 △첨단사업체 연구소 △사행행위 영업장소 △유흥주점 등은 제한된다. 이탈리아에서 온 일반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생인 A씨는 “절차가 복잡해 단기 알바의 경우 불법으로 일하는 유학생을 많이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유학생인 B씨는 “유학생이 하면 안 되는 아르바이트인 걸 알면서도 영어 과외를 진행했다”고 이야기했다.

  비자 연장도 번거롭다. 유학 또는 어학연수 자격으로 입국하는 경우 1회 2년까지 체류 기간을 부여받기에 주기적으로 비자 연장을 해야 한다. 유학생들은 비자 연장 절차의 간소화를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에서 온 쥴리아 킴(Iuliia Kim, 미디어22) 씨는 “연장받기가 번거로워 비자 유효 기간을 늘리거나 절차를 간소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맹정이 씨는 “비자 연장을 하려면 2~3달 전에는 출입국사무소에 예약해야 한다”며 “일주일 동안은 학교와 출입국사무소를 계속 오가야 해 매우 번거롭다”고 설명했다. 추가 학기 신청을 위한 비자 연장은 더욱 까다롭다. 러시아 유학생인 소피아 애나니아(Sofia Ananina, 경영전문대학원) 씨는 “한 학기 더 수강하려면 제출해야 하는 은행 잔고증명서 금액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대학원생의 경우 한국 학생처럼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한 학기 더 수강할 여유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취업 어려워 불법 체류 결정도

  까다로운 취업 비자 취득도 졸업 후 유학생 취업의 걸림돌이다. 2022년 기준 유학생의 졸업 후 국내 취업 비율은 8%다. 근무 직종과 연관성 있는 학위 소지, 임금 국민총소득(GNI) 80% 이상 등 취업 비자인 전문인력(E-7) 비자 취득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은 전문인력 비자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한다. 이하루(李嘏慺, 문과대 일문23) 씨는 “대학 졸업 후 한국 취직까지가 너무 어렵다는 인식이 유학생들 사이에 만연하다”고 말했다. 한국이민사회전문가협회 측은 “취업 비자 종류가 적고 문턱이 높아 ‘빨리 돈 벌고 가자’고 생각하는 유학생이 많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취득이 쉬운 유학 비자를 악용해 불법체류를 하는 경우도 계속해서 발생한다. 유학 비자와 어학연수 비자로 한국에 들어 온 불법체류자는 2021년 누적 3만2673명에 달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어학연수 비자 외국인 6만4904명 중 39.9%인 2만5898명이 불법체류자다. 오정은(한성대 예술학부) 교수는 “내국인 인력을 찾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농업·제조업 분야는 외국인 인력 수요가 높다”며 “국적과 불법 여부에 상관없이 일할 사람 자체를 반기니 외국인 인력 안내 브로커가 생긴다”고 이야기했다. 이창원 연구교육실장은 “코로나19 시기 경북의 한 대학에 유학생 인터뷰를 하러 갔지만 학교가 아닌 농업 현장에서 이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공부하러 온 학생도 대학 분위기로 인해 불법 취업으로 빠지기도 한다. 이 실장은 “재정 능력이 검증됐더라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불법 체류로 빠지는 경로는 다양하다. 유학생에게 브로커가 직접 연락하는 경우부터 유학생 네트워크 사이에서 오간 정보를 바탕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경우까지 있다. 처음부터 유학생 신분을 이용한 불법 취업 목적으로 한국에 오기도 한다. 오정은 교수는 “현지 유학원을 통하면 학교와 일자리가 연결된 곳을 추천하는 등 일자리를 보장받고 입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비자 취득에 대해 이창원 연구교육실장은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면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내국인보다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초이(Edward Choi,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는 “해외도 전문인력 비자는 내국인 노동자 보호를 위해 문턱이 높다”며 “외국인 인력이 필요한 한국은 전문직 비자 요건이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조건에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이창원 연구교육실장은 “두 가지 트랙으로 나눠 단순 노무나 숙련 기능 인력을 희망하는 유학생을 위한 국내 취득 비자를 허용해 취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새로운 비자 제도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지자체 함께 관리해야

  급격히 유학생이 늘어나며 정부와 대학의 노력이 촉구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유학생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재정 능력 심사 기준 완화 △시간제 취업제도 개선 △한국어 능력 입증 방식 다양화 등이 내용이다. 수도권 대학의 유학 비자 재정 능력 심사 기준은 달러에서 원화로 변경됐으며 기존 2만달러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지역 대학은 1만8000달러에서 1600만원으로 완화됐다.

  자체적 심사 기준을 통해 교육부가 대학을 감시하고 비자 발급의 유연성을 제공하려는 시도도 있다. 교육부는 △불법체류율 △등록금 부담률 △공인 언어능력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율을 기준으로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대학과 비자 발급 제한 대학을 지정한다. 우수 인증대학에는 비자 심사를 완화하고 비자 발급 제한 대학은 1년간 유학생 신규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 교육부는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통해 비자 발급을 완화·제한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매뉴얼도 요구된다. 교육부는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 업무처리 요령’을 통해 포괄적인 관리와 원론적 매뉴얼만을 제공한다. 교육부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위원인 장서현(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도권 대학에서는 학업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지역 대학은 지역 소멸 등을 걱정한다”며 “지역마다 유학생 유치 현황이 다르기에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매뉴얼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별 관리 지침과 더불어 대학의 책임감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이창원 연구교육실장은 “정부는 ‘유학생을 많이 유치할 수 있게 도와줬으니 유치 후엔 대학이 관리하라’는 입장이다”며 “유학생이 필요해서 받아들인 대학이 일차적으로 유학생 관리를 해야 하고 자신이 없으면 유치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증가하는 불법 체류율을 낮추기 위해 입출국 관리와 같은 방법으로 유학생을 감시하는 국제처도 있다. 중도탈락률 4% 미만을 기록하는 수도권 C대학 국제처장은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해 국제처 직원은 자퇴 유학생이 공항에서 출국하는 것까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김명석 위덕대 국제교육원장은 “지방의 D대학에서는 경비용역직원을 동원해 이탈한 학생을 잡는 체포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유학생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쥴리아 킴 씨는 “신입생 때는 한국어로 제공되는 학내 정보를 쉽게 탐색하기 어렵다”며 “미디어학부 유학생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자체 영어 방송국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장서현 교수는 “예산, 재정관리, 장학금 신청 같은 정보가 유학생에게 제대로 공유되고 있지 않다”며 “학교가 유학생을 위한 내용을 더 정확하고 세심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대학 내 일자리 도모도 유학생 재정 안정화 방법 중 하나다. 장 교수는 “현재 고려대 사회학과 대학원에 외국 국적 조교가 처음 뽑혔다”며 “근로 장학생 일자리를 유학생에게 홍보하는 등 유학생 관리에서 나아가 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하수민 기자 soomin@

사진|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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