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멸 해결책으로 외국인 유치

지자체-대학 연계 필요

“거주하고 싶은 지역 만들어야”

 

지방자치단체 유학생 현황 (출처: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유학생 현황 (출처: 행정안전부)

 

  지역 소멸이 심화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외국인 유치에 힘쓰고 있다. 지난 1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 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250만7584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4.89%를 차지한다. 늘어나는 외국인에 대한 관리와 지원은 절실하다. 이향수(건국대 행정학전공) 교수는 “이민청 신설 등 하루빨리 외국인 유치 및 이주 정책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지역 대학 외국인 유치 열풍

  지난해 2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지방소멸 위험지수’에 의하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118곳에 달한다. 이 중 소멸 고위험 지역은 51곳이다. 비수도권은 인구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는 세수가 줄며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상권이 침체하며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수도권으로 젊은 층이 빠져나가며 지역은 노동 인력도 줄어들었다. 통계청 ‘2022년 농림어업조사’에 의하면 국내 농가인구 중 40세 미만은 13.1%에 불과하다.

  지역 소멸 위기 속 외국인 근로자는 주요 인력이 됐다. 특히 농촌에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제주 농업 고용노동 인원 26만4253명 중 27.7%인 7만3396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4월 전년보다 73% 증가한 3만8418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농업 분야 인력으로 배정했다. 홍준현(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농촌에서는 청년 인구 유출로 젊은 외국인 근로자로 농업인력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배경에는 지역 대학 등록률 감소가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지역 대학 충원율이 급감했다. 2022년 지역 대학 214곳 중 44곳이 신입생 충원율 80% 미만을 기록했다. 홍 교수는 “정부 재정 지원 대상 선정에 충원율 지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학생이 부족한 지역 대학에 유학생 유치를 통해 충원율을 만회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주 위해 비자 사업 신설

  인력 유치를 위해 정부는 이민 문턱을 낮춘다. 한국의 기존 취업비자는 단기 취업(C-4), 전문직(E-7), 계절 근로(E-8), 비전문 취업(E-9) 등으로 나뉜다. 정부는 계절 근로자 비자 확대와 지역특화형 비자 신설 등 외국인 유치에 새로운 통로를 만들었다. 

  지난달 25일 법무부는 농번기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계절 근로 제도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 부모를 계절 근로자(C-4, E-8)로 초청하는 ‘유학생 부모 계절 근로 초청 제도’ 시범 사업이 내용이다. 김태영(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법무부도 오죽하면 이런 정책을 내세웠겠나”며 “지금보다 더 전향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시범 사업이 이민 정책을 가족 이민 정책으로 확대하는 전환점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휴(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유학생이 방학 때마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한국에 생활하는 가족 이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에 정주할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선 가족의 정착이 가장 효과적이다. 윤인진(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배우자와 가족을 초청하는 선진국의 제도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개 중 18개에서 지역 대학 유학생이나 외국 근로자가 5년 이상 체류를 조건으로 발급하는 지역특화형(F-2-R) 비자도 신설됐다. 경상북도의 경우 지난해 9~11월 외국인 280명이 유입됐다. 가족 초청으로 입국한 인원까지 포함하면 438명이다. 지역특화형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은 의무 기간 거주한 후 정주 여부를 결정하기에 외국인 친화적인 지역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향수 교수는 “의무 기간이 끝나도 지역에 머무르게 하려면 인구 소멸 지역을 거주하고 싶은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총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 (출처: 행정안전부)

 

  취업까지 책임져야

  지역 대학은 유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지원 △심리 상담 △생활 지원 사업을 확대 중이다. 구교준(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교는 유학생의 역량을 기르고 지자체는 이들을 기업·지역 사회에 연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역 일자리와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 졸업 후 일자리 보장을 통해 지역 정주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일 경상북도는 외국인 이민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했다. 외국인공동체과는 △영주·귀화 지원 △외국인 초기 정착금 지원 △외국인 사회적응 지원을 담당한다. 이어 경상북도는 지난 1월 외국인 정책 통합 플랫폼 ‘K-드림외국인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지난달엔 유학생과 이주 근로자의 취업 교육과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경북 글로벌 학당도 설립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어 교육이다. 지난해 8월 광주광역시 유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학생 65.5%가 대학 학습과 대인관계 등 언어능력 및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중국에서 고교 졸업 후 바로 본교에 입학한 성신(星宸, 미디어22) 씨는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장 걱정된다. 그는 “자취방을 구할 때 집주인이 나이 드신 분인 경우가 많아 사투리를 알아듣는 것이 힘들다”며 “집주인과의 소통이 겁이 나 메신저를 통해 대화한다”고 이야기했다. 구교준 교수는 “한국어 능력이 뒷받침돼야 유학생이 직장을 얻고 정착할 수 있다”며 “대학은 유학생이 졸업할 때쯤 직장에서 한국어로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노동력으로만 보면 안 돼”

  정주형 이민을 권장하는 국내 정책 속 여러 사회 이탈 현상 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에 부족한 노동력을 충원하기 위해 이민자를 적극 수용했다. 2021년 기준 프랑스 전체 인구 중 이민자는 10.3%로 OECD 국가 중 5위다. 프랑스, 스웨덴 등 이민에 적극적인 국가는 이민 2세로 인한 내국인과 외국인 간의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 차별 등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한국이 외국인 유치로 인한 사회적 마찰을 줄이기 위해선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 이향수 교수는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노동력으로만 보는 게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며 “1960~70년대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중 독일에 남고 싶어 뿌리내린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환경이 좋으면 자발적으로 정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애나 플로호트누이크(Anna Plokhotnuik, 대학원·국어국문학과) 씨는 “2018년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방문한 후 한국 캠퍼스와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바로 유학 계획을 세웠다”며 “계명대 어학당을 거친 후 2022년 고려대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전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를 단기 체류자로 여겨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플로호트누이크 씨는 “한국어 의사소통을 잘해도 한국인과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문화 차이와 고정 관념으로 인한 곡해를 늘 걱정한다”고 전했다. 이향수 교수는 “외국인을 초대해 놓고 원주민과 이주민을 구분해 정책을 내세우고 차별하는 것이 옳은 정책인가”라며 비판했다. 윤인진 교수는 “이민자를 ‘국민’이라는 단어로 배척하기보다 ‘주민’이라는 표현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하수민 기자 soomin@

인포그래픽|김성민 미디어부장 meenyminym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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