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호 1면 기사는 전공의 파업 후 고려대 병원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진료를 받지 못해 생기는 환자들의 어려움과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았다. 기사에 환자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의료공백 현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간호사들의 고충을 담는 것 이상으로 비상 의료대책의 허점을 메울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담았다면 심층적인 기획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사건의 원인이 된 전문의 사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생략됐다. 취재 협조에 어려움을 겪었을 거라 예상해 보지만, 안암병원 전공의들의 주요 공식 입장은 담았어야 했다.

  2면의 경우 다소 심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울총학 재선거에 단독예비후보가 등록했다는 단순 사실 보도가 상단을 차지했다. 지난해 선거에 단독 출마했던 선본이 투표율 저조로 개표하지 못하고, 다시 단독출마로 재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이 학생사회의 초라한 민낯을 보여준다. 사실 학생사회 참여저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판하기에는 너무 낡은 주제가 된 것일까? 총학 선거는 가장 큰 학내 이슈다. 설령 더 이상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학보사는 이를 엄청난 사건으로 취급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보도는 학내 사안이라 예의상 써준 기사라는 인상이 든다. 하단에는 세종캠 휘트니스센터 재개장 소식이 실렸다. 그러나 이 주제가 과연 2면에 실릴만한 내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휘트니스센터는 자금공개가 불투명했다는 학생들의 항의가 있었고, 이에 대한 학생회의 공식 입장이 있었다. 이러한 뒷배경을 생략하고 단순 재개장 사실만을 보도하니 기사가 빈약해 보인다. 언론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의제 설정이다. 또한 학보사가 기성 언론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정체성은 보도면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아쉽다.

  이외 특집면의 신임 교수 인터뷰가 눈에 띈다. 학교에 새로 발을 들인 우리의 가족은 새내기뿐 아니라 교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애기능동아리 박람회 기사와 더불어 새 학기 새 출발의 싱그러움을 담았다. 고대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 역시 고대신문의 몫이다. 앞으로도 학교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길 바란다. 학보사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이걸 누가 볼까?’라는 의구심이 기자를 괴롭힌다. 언론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마냥 따라가서는 안 된다. 때론 귀를 닫고 있는 사람들의 귀 옆까지 찾아가 소리쳐야 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란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송다영(글로벌대 영미학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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