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로 새는 빗물 받아

사비로 수리 진행하기도

학교, 리모델링 계획 중

 

(좌) 22일 체육생활관 1층으로 두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우) 체육생활관 1층 펜싱부실 벽에 금이 가 있다.
(좌) 22일 체육생활관 1층으로 두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우) 체육생활관 1층 펜싱부실 벽에 금이 가 있다.

 

  고려대 체육생활관(체생관)에서는 체육교육과 전공 수업, 스포츠 교양 수업, 운동 동아리 활동이 이뤄진다. 2019년 고대신문은 노후화와 시설 내부 관리 문제를 지적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대신문 1871호 ‘빗물 새고 발목 삐는 체생관, 전면보수 필요해’) 외벽이 부식되고 금이 간 상태지만 일부 환경개선 작업만 이뤄졌을 뿐이다.

 

  숨쉬기 불편한 내부 환경

  체육생활관 1층 복도와 2층 행정실의 천장재는 석면이다. 정부는 2009년 발표한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제품 제조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석면 노출에 우려를 표했다. 펜싱부원 박경민(보과대 보건정책23) 씨는 “펜싱부실이 좁은 탓에 복도에서 스트레칭하고 있다”며 “복도 천장이 석면 재질이라 호흡기 질환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체생관 1층 동아리방, 2층 농구장, 복도는 벽 대부분이 갈라져 분진이 나온다. 습기로 부식된 벽에서는 페인트 가루가 떨어진다. 펜싱부 주장 조민혁(공과대 건축사회환경20) 씨는 “청소할 때 발생하는 약한 충격에도 페인트가 벗겨져 가루가 날린다”고 말했다. 3층 무용실에서 ‘댄스스포츠’ 수업을 진행하는 김은비(고려대·사범대학) 강사도 “페인트 가루가 바닥에 떨어져 있어 학생들에게 바닥에 앉으라고 말하기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오래된 창문을 여닫기 힘들어 환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2층 피트니스 룸에서 ‘피트니스앤헬스’ 수업을 듣는 최윤정(공과대 건축20) 씨는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냄새가 심하다”고 말했다. 

  펜싱부실 벽에는 과거 에어컨을 설치할 때 뚫은 구멍이 남아 있다. 구멍이 완전히 메워지지 않아 유입된 습기로 벽과 천장에 곰팡이가 슬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역도부실 천장에선 물이 떨어질 때도 있다. 역도부 주장 이원빈(생명대 식품공학21) 씨는 “천장에서 물이 새면 양동이로 물을 받아 갈아 주곤 한다”고 말했다.

  고르지 않은 바닥도 지적 대상이다. 조민혁 씨는 “바닥이 울퉁불퉁해 펜싱 연습을 할 때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간다”며 “균형을 위해 매트를 깔아 봤지만 미끄러져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내부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펜싱부실의 경우엔 일부 콘센트가 고장나 있다. 조민혁 씨는 “펜싱 경기 특성상 전기 신호로 심판을 보기에 전기 사용이 필수”라며 “멀리 떨어진 멀쩡한 콘센트에 멀티탭을 연결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으로 시기 확답 불가

  체육교육과는 노후화된 부분을 수리 중이라 밝혔다. 다만 정해진 예산 내에서만 수리하고 있어 근본적인 개선은 요원하다. 천승현 체육교육과 학과장은 “물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비용을 계속 들여 때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환경 개선은 학교 도움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역우회(역도부 교우회) 회장 이혁범(임학과 83학번) 교우는 500만원을 들여 역도부실 환경 개선을 진행했다. 역도부실 내 파손된 마루판을 교체했으며 형광등을 LED로 바꿨다.

  이에 리모델링을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허광수(상학과 65학번)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3억원, 역우회가 3억원, 체육교육과 교수들이 1억원, 정영열(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1억원을 쾌척했으며, 지난 1월엔 김형종(체육교육과 86학번) 교우가 1000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조기찬 건축팀 부장은 “체생관 리모델링을 할 때 석면 공사까지 진행할 예정”이라면서도 “학교 건물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어 정확한 시점은 안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성 경영전략실 차장은 “체육생활관 리모델링은 120주년 기념 사업 중 ‘사범대학 리모델링’ 항목에 포함돼 있지만 모금 성과에 따라 사업 진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 당국은 리모델링에 필요한 금액과 현재까지 모인 금액을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글 | 황효원 기자 hbbang@

사진 | 염가은·황효원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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