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할 통계적 확률>

별점: ★★★★☆

한 줄 평: 평범한 듯 특별한 사랑 이야기


  ‘첫눈에 반할 통계적 확률’은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 ‘해들리’가 지각으로 비행기를 놓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연히’ 놓치게 된 비행기로 인해 해들리의 일정이 지연되고, ‘우연한’ 기회로 남자 주인공 ‘올리버’를 만난다. 해들리와 올리버는 수많은 우연이 쌓여 서로를 더 깊게 알게 된다. 둘은 번호를 교환하지만, 우연히 휴대전화를 떨어트리는 바람에 둘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전화번호가 사라지게 된다. 

  짧게 설명한 영화 도입부에만 ‘우연’이라는 단어를 네 번이나 사용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비현실적인 우연이 겹치는 줄거리와 각종 클리셰가 범벅인 비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동시에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올리버와 해들리가 같은 상황을 각각의 시점으로 전개한다. 사랑 이야기에서 인물별 감정과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이 시청자의 감정 이입에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이러한 연출이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인물이 책을 읽어 주듯 이야기의 흐름을 해설한다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다. 기존 로맨스 영화들과 달랐던 점은,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와 사랑도 함께 다룬다는 것이다. 감독은 영화 제목에서 첫눈에 반한 해들리와 올리버의 사랑을 내포함과 동시에 부모와 아이가 처음 마주했을 때 첫눈에 사랑하게 된다는 의미도 담은 것 같다. 

  ‘첫눈에 반할 통계적 확률’은 사랑과 인생을 주제로 여러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다.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쳐 사랑의 감정을 잊어가거나, 뻔하지만 편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운명은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러줄 때만 운명이 될 수 있다.” 영화 속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운명을 겪고 만나며 살아가지만, 스스로 운명이라고 믿고 싶은 것만 운명이라고 믿으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은 어쩌면 인간의 믿음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이서연(디자인조형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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