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이탈리아 로마로 여행을 떠났다. 가장 기대했던 콜로세움에 입장하기 위해 티켓을 사러 매표소로 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여자는 입장료가 무료? 바로 3월 8일이 국제 여성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콜로세움을 비롯해 판테온 등 여러 유적지에서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여성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교환학생으로 온 이후, 이탈리아의 이런 세심함에 놀란 것이 처음이 아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거의 모든 식당과 카페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마련돼 있다. 하나의 메뉴를 채식주의자들도 먹을 수 있도록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든 식당도 많다. 내가 느낀 이탈리아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기 좋은 나라’였다.

  파견 초에는, 실수 아닌 실수를 하기도 했다. 열심히 한식을 만들어 외국 친구들에게 대접했는데 그중에는 채식주의자 친구가 있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상대방이 채식주의자인지에 관해 고려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외국 친구로부터 한국은 채식주의자가 살기 힘든 국가라는 말을 들었었다. 유럽에 오니 친구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와 함께 파견된 한국 친구들은 평소 다양한 식습관에 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견교에서 만난 유럽 친구들은 함께 밥을 먹을 때면 필수적으로 식습관과 알레르기 유무를 물어봐 줬다.

  그들의 세심한 배려를 경험하며 한국 사회에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스며들었으면 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은 ‘맵찔이(매운맛을 잘 못 먹는 사람)’가 살기 힘든 나라라는 말이 있다. 매운맛에 자부심을 지니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이 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음식 선택의 폭이 필요하다. ‘채식주의자가 살기 힘든 나라’, ‘맵찔이가 살기 힘든 나라’가 아니라 다양한 입맛이 살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이탈리아에서 작게나마 바란다.

 

윤혜정(문과대 한국사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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