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이하 다 빈치)가 평생 겨우 15점의 회화를 남겼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머지는 모두 인물 드로잉이거나 건축과 과학적인 발명품을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이다. 이는 다 빈치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예술 창작에 무관심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는 왜 풍요로운 상상력으로 충만한 예술가의 삶으로부터 냉혹한 과학자로 돌아섰을까? 그리고 모나리자의 미소를 비롯해 그의 회화에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얼굴표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 지점에서 그의 탄생의 비밀과 유년기의 체험으로 돌아가야 한다.

실제 이런 궁금증에 대한 연구는 미술사가보다는 정신분석학자나 심리학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이트는 최초로 다 빈치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연구를 본격화한 사람이다.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은 다 빈치를 신으로 받들었지만, 프로이트는 그를 ‘환자’로 만들어 버렸다. 프로이트는 그의 성적인 억압과 신경증, 사디즘적 충동 등의 결점을 강조하고 그의 소극적이고 관념적인 동성애를 폭로했다.

프로이트는 자신보다 500년 앞선 천재 다 빈치를 자신과 동일시했다. 그에게 매혹된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첫째는 다 빈치의 유년기가 자신과 매우 흡사하며 정신분석학적으로 연구될 수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가 그로 하여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탐구하게 유도했던 것처럼, <모나리자>(1503∼05)와 <성안나와 성모자상>(1508∼10)을 비롯한 다 빈치의 몇몇 작품에 나타나는 그 신비한 미소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인물상을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성안나와 성모자>의 밑그림이 완성되었을 당시 이틀 동안이나 수많은 남녀노소가 마치 장엄한 축제를 가는 것처럼 줄을 이었다. 미술사가 바사리는 모든 이가 “이 그림의 완벽함에 넋을 잃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그림으로 다 빈치는 대대적인 찬사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미술평론가들은 세 인물의 기묘한 결합과 자유로운 움직임, 얼굴에 부드럽게 펴진 명암, 그리고 스푸마토 기법(sfumato: ‘연기’라는 뜻의 이태리어로, 회화에서 공중에서 사라지는 연기같이 색깔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 지을 수 없도록 부드럽게 옮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그려진 멀리 있는 듯한 산의 모습에 감탄하곤 한다. 이와 더불어 아기 예수를 희생양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지극히 모성적인 마리아와,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속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딸의 행위가 부질없다고 딸을 만류하는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식의 상식적인 수준의 이해를 하고 있다.

이 작품에 관한 프로이트의 분석은 여느 미술사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관점을 지니며, 다 빈치의 생애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프로이트는 사생아로 태어난 다 빈치가 두 어머니를 제시하고 있으며, 유년기를 친모와 양모 사이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부드러운 표정의 할머니 안나는 다 빈치가 세 살과 다섯 살 사이에 아버지 집으로 가기 전 그를 기른 생모 카테리나의 재현이고, 젊은 마리아는 의붓어머니의 재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마 두 여인을 모녀지간이라고 보기엔 나이 차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프로이트의 분석이 그럴듯하다고 여길 것이다. (계속)

유경희
미술평론갇서울시립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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