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대한민국밖에 없는 줄 알고 살던 내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지난 9월, 고연전이 끝난 직후였다.

긴 비행시간과 낯선 곳에 대한 초조함으로 피곤해진 발걸음을 내딛은 미국에서 제일 처음으로 우리 일행을 반겨주신 분은 바로 고려대학교 뉴욕 교우회 선배님들이셨다. 47학번 백발의 할아버지 선배님부터 89학번 아저씨 선배님까지 한국에서 온 후배들을 환영한다며 따뜻한 김이 오르는 저녁밥을 준비해놓고 우리를 반기시는 선배님들의 모습에 나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평소 고려대학교 출신들이 한국사회에서 잘 뭉치기로 유명하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새내기로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고, 그것이 고대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거나 지나친 학벌주의의 조장이라며 곱게 보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고대’라는 이름 하나에 자신들의 바쁜 생계 활동을 접어두고 서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후배들을 그렇게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는 것이 과연 학벌주의일까? 막걸리(미국에서는 수입주라 매우 비싼) 한 잔을 앞에 두고 막걸리 찬가를 힘차게 부르며 웃을 수 있는 고대의 따뜻한 학풍에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 나로서는 느끼지 못한 자, 말하지 말라고 감히 이야기해 본다.


YALE과 HARVARD 대학교에서 이루어진 문화교류 프로그램은 우리 일행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발표와 현지 학생들과의 토론, 1대 1 교류로 진행되었다. 프레젠테이션은 크게 세 주제 -한국의 전통음악, IT산업, 고려대학교에 대한 소개- 로 이루어졌는데 현지 학생들이 한국의 IT산업, 특히 핸드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서 한국에도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또한 가장 좋았던 시간은 1:1 교류를 하는 시간이었다. 1:1교류는 우리와 YALE, HARVARD의 학생이 한 명씩 짝을 지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것을 통해 미국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나는 YALE대학교 친구의 기숙사 방에 초대를 받아 기숙사 내부를 구경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곳의 기숙사는 우리학교의 기숙사와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로, 역시 미국다운 자유분방함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HARVARD 대학교에서 있었던 강의 청강은 현지 학생들의 공부내용과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가 들은 과목은 ‘심리학’으로 교양수준의 내용이었다. 수업 내용이나 형태는 우리학교의 수업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으니 학생들의 진지한 정도와 수업참여도가 매우 높았다. 수업 중에 질문이나 반박거리가 있으며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중간에도 손을 들어 질문을 하고 반박을 하는 빈도가 매우 높아서 교수님이 말을 끊는다고 화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이밖에도 YALE과 HARVARD의 멋진 교정과 학생 중심의 편의시설, 합리적인 학제 등은 왜 이들 학교가 세계적인 명문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8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번 프로그램의 참가는 내 인생의 소중한 재산이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지금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큰 동기부여가 되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소중한 경험을 함께 나눈 언니, 오빠, 친구들도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나의 보물이다.

이 기회를 빌어 고려대학교 뉴욕 교우회 신상헌 선배님과, 동암연구소의 전혜성 박사님, 학교관계자님과 총학생회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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