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간다.

거리에서는 캐럴이 울리고 있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축제 준비로 바쁘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아버지로, 누군가의 자식으로, 누군가의 친구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으로, 나름의 의미로 축제를 즐길 것이다. 지금도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 솟아오르는 눈물을 참는 아이가 있으리라. 또한 많은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지나가는 한해를 되 뇌이며, - 물론 담소가 아닌, 다른 것을 취하는 나와 같은 주객도 있으리라 -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이들도 있으리라. 그리고 마지막 밤에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모두들 모여 보신각 종소리를 함께 할 것이다. 엊그제 씰이 붙여진 엽서를 받았다. 해마다 다른 그림이 그려진 12장의 씰을 보면서, 번쩍거리는 것이 신기하다고 중얼거린 기억이 난다. 벌써 크리스마스 씰이 나왔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있다.

또 한 해가 간다.

이번 한해도 수많은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이 교차했던 한 해였다. 올해는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라고 하지만, 어디 많은 일 없었던 한 해가 있었던가. 우리도 격동의 시대는 아니지만, 역동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지금쯤 한 수험생은 재수라는 쉽지 않은 단어를 되 뇌이고 있을 것이다. 한 어머니는 조용히 잠들고 있는 아기의 얼굴을 보며, 가만히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한 무리 동갑내기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다음 년에는 우리도 잘나갈 것이라며, 큰 소리를 치고 있을지 모른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모든 것을 분절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말이다. 물론이다. 누군 한계라고도 한다. 한계이면 어떠한가. 결국 우리는 이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다시 한 번 가질 수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축배를 들고 있을지 모른다. 누구는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모두들 2005라는 숫자를 써보며, 다시 새로운 꿈을 꿀 것이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있다.

   
또 한 해가 간다.

새로운 해가 올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부당해질 것이고, 다시 맞춰가야 할 것이다. 다른 허무를 경험해야 할 것이고, 다시 채워 넣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흘러 갈 것이다. 고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가끔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있으리라. 하지만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역시도 변할 것이다. 수 십장의 사진이 남았고, 다시 수 십장의 사진이 남을 것이며, 그 안에 고정된 우리를 그리워 할 것 이고, 다른 우리를 기대 할 것이다. 그렇게 다시 한 해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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