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6일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 녹화 방송에 함께한 쿠키닷컴 회원들.

△ 이번에 MBC를 방문하여 ‘웃으면 복이 와요’를 직접 방청했는데 방송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은?

   
-유민우: 우선 MBC를 처음 가보게 돼서 기분이 매우 설렜다. 개인적으로 PD를 지원하는 사람으로서 현장감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앞으로 좀 더 이런 현장을 직접 찾아다녀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최기혁: 방송국에 직접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극이나 뮤지컬 등을 보러 간 적은 있었는데, 방송국의 호흡이 그 곳과는 무척 달랐다. 녹화 내내 현장을 지키던 스탭들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 ‘웃으면 복이 와요’를 방청했는데, 재미있게 보았는지?

-유: MBC 최초로 스탠딩 개그를 도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대를 많이 했다. 기획의도를 보니 타 방송사와 달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기획의도를 잘 살렸는지 의심스러웠다.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이는 것 같다.

-최: 글쎄… 새로움 보다는 익숙함을 택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기존의 타 방송사 프로그램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디어의 부재와 시청률 압박 속에서 급조된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유: 우선 소재의 빈곤이다. 군대문화 비꼬기, 조폭 미화, 뉴스 패러디 등 기존의 스탠딩 개그에서 다루어졌던 소재를 그대로 답습해 신선도가 떨어졌다. 게다가, 더럽고, 징그럽고, 가학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를 곳곳에 도입하여 정말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최: 역시 소재의 빈곤에서 오는 문제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기재가 새로움 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지 더해진 것이 있다면 더욱 ‘오버’하려는 모습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웃기기보다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그러면 재미있게 본 코너는 전혀 없었는지… 있다면?

   
-유: (웃음) 사실 위에서 말한 것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해병대 가족과 여장한 남자연기자들이 출연하여 배구를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정도가 재미있었던 것 같다. 순간의 과장된 표정과 어투가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바보개그를 좋아하는 편이다.

-최: 바게트 형사를 추천하고 싶다. 반복되는 언어유희가 점점 빠르게 진행되어 관객들의 늘어진 호흡을 다시 긴장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뭐긴(모긴) 뭐야? 모기대장이지. 뭐래(모래)? 모래시계 끝난 지가 언젠데!

△ 스탠딩 개그에 대해 한 마디씩.

-유: 6~7년 전, 침체된 개그계에 개그콘서트가 혜성같이 등장하여 한국 개그계를 휩쓸었다. 이제는 3사 방송국 모두 스탠딩 개그를 도입한 것을 보니 명실상부한 개그의 한 축이 된 것 같다. 코미디에 콘서트적인 요소를 도입하여 방청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현장감 있는 개그를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시청자와 개그맨들의 상호 의사소통이 활발해졌다는 측면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살벌한 경쟁체제의 도입은 깊이 없는 '순간'의 웃음만을 유발하게 하는 단점을 초래한 것 같다. 속도에 쫓기는 개그는 우리들의 삶과도 다를 바 없다. 시청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측면에서 스탠딩 개그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서로에게 하나의 스트레스와 실망감만을 준다면 오히려 역으로 현대인의 속도의 피로를 풀어줄 코미디 프로그램의 등장도 필요하지 않을까 고려해볼 시점인 것 같다.

-최: 스탠딩 개그가 현재 황금기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의 기반이 되는 소극장 연극은 과거나 지금이나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연 예술의 기반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양실조의 상황에서 참신함과 다양성을 계속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웃으면 복이 와요>가 그런 전형적인 한계 상태를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했다.

△ 개인적으로 ‘웃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호르헤 수사는 새로운 지혜를 탄생시킬 웃음을 두려워했다. 그 말은 곧 웃음은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되고, 활력이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위로해주는 것이 웃음이라고 본다. 한 마디로 생산적인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일단 웃음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웃는 사람과 웃기는 사람이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은 반향 된다. 더 큰 공감 속에서 더 멀리 반향 될 수 있는 웃음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 나를 포함한 시청자들한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 웃음에 좀 더 관대해 지자. ‘너 한 번 웃겨 봐라.’와 같은, 살벌한 시청자의 태도는 개그맨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청자들의 ‘웃겨봐’ 강박증은 개그맨들의 ‘웃기기’ 강박증과 만나서 심각한 긴장상태를 유발하는 것 같다. 웃음에 대한 강박증에서 서로 벗어나자.

-최: 웃음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 포용적이고 관용적인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삶의 전반적인 부분이 경쟁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래서 웃기도 힘들고 웃기기도 힘든 것은 아닐지. 마음을 열고 편하게 웃으면 그만큼 복도 오지 않겠는가.

유민우 (사회학과 99) · 최기혁 (철학과 99) 

   
 ▲ 3월 16일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 녹화 방송에 함께한 쿠키닷컴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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