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30일 영화 <달콤한 인생> 시사회에 함께한 쿠키닷컴 회원들.
우연히 영화 시사회 홍보 글을 자게에서 보게 되었고, 무심코 신청하였는데 운 좋게도 당첨되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영화 <달콤한 인생>을 그 덕분에 남보다 며칠 앞서서 만날 수 있었다.

시사회는 성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렸는데 그 곳에 도착하였을 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몇 분 간 지연되는 바람에 극장 안은 다소 소란스러웠지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냥 들떠 있었다.

마침내 영화는 시작되었다. 무수한 잎들이 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이 눈앞에 아련하게 펼쳐졌다. 이윽고 주인공인 선우(이병헌)의 내레이션이 흘러 나왔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이 장면-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 은, 나중에 주인공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 다시 나온다.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쉽게 읽게 하려고 감독이 영화에 심어 놓은 일종의 표지판 같았다. 

   
간단한 줄거리를 말해보면, 선우는 조직의 촉망받는 넘버 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직의 보스(김영철)가 선우에게 자신의 애인(신민아)에게 남자가 생긴 것 같다면서 처리를 부탁한다. 마침내 선우는 보스의 애인이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남자를 죽이지 않고 돌려보낸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보스는 선우를 죽이려 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선우는 조직을 상대로 복수를 하게 된다.

여기까지만 말한다.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이 많으실 테니까.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시놉시스의 분량이 대충 감이 잡힐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영화가 재미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대략 두 시간 정도의 러닝타임동안 영화는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시종일관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영화 <올드보이>의 잔혹성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액션에 찰감이 있고 그래서 보는 맛이 좋았다. 대역을 쓰지 않은 배우의 액션을 감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주었다.

조직의 넘버 투로서 보스를 위해 오랫동안 몸 바쳤던 선우가 어떻게 보스에게 배신을 당하는지 지켜보면서 관객들도 "왜" 라는 질문을 갖게 된다. 그 대답은 결국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보스의 입에서 들을 수가 없으니 그 대답은 우리가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선우가 죽음의 위기를 맞고 또 거기서 탈출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있다. 그러나 영화의 클라이맥스 격인, 선우가 보스를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 짧고 또 너무 쉽게 이루어져 오히려 아쉬웠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한 인간이 어떻게 복수를 결심하게 되고 또 실행하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인물의 심리 변화는 나뭇가지 등의 상징으로서 잘 나타내 영화를 보는 내내 막히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왜 보스가 선우를 죽이려 했는지, 또 선우가 보스 애인의 남자친구를 왜 살려주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관객들이 스스로 유추할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선우가 빌딩의 유리벽에 자신의 모습을 비춘 채 혼자서 권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영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김지운 감독은 밝힌다. 나는 그것이 영화의 모든 게 다 ‘꿈’이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정도로 이 영화를 평가한다면 내가 너무 과소평가 하는 것일까? 김지운 감독에게 다소 실망했다면 내가 너무 이 영화에 기대를 한 것이었을까? 자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김세영 (경영 02)

   
  ▲ 3월 30일 영화 <달콤한 인생> 시사회에 함께한 쿠키닷컴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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