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담배> (2003) 짐 자무쉬(Jim Jarmusch)감독 2006년 7월 27일 개봉
일상 속에 녹아 있는 가볍지만 진지한 순간들, 커피와 담배

   

굳이 카페인과 니코틴이라는 성분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커피와 담배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테이블 하나를 마주하고 앉은 당신과 나 사이의 알 수 없는 간극을 채워줄 그것. 스산한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손에 쥐게 되는 커피 한 잔, 기도를 따라 흘러들어가는 담배연기 한 모금의 간절함...

미국 인디 영화의 거장감독 짐 자무쉬가 돌아왔다. 11개의 단편들이 옴니버스 형태로 오밀조밀 모여 있는 흑백영화 <커피와 담배>를 들고서.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허름한 동네 커피집에 앉아 사적이고 가벼운, 엉뚱해서 헛웃음을 유발시키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끌벅적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느린 영상의 연속이지만 짐 자무쉬 특유의 위트 넘치는 대사들이 연방 터져 나온다.

정작 영화는 커피와 담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다. 시시껄렁한 농담과 무의미하게 들리는 대화들 속에서 커피와 담배는 소품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당신도 동의하게 될 것이다. ‘커피와 담배’ 만큼 이 영화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제목도 없다고. 일상 속의 평범한 순간을 재치있게 포착하면서도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 영리함이 엿보인다.
“그럼 그렇지. 짐 자무쉬! 이 천재 같으니라고”  


<천리주단기>(2005) 장이모우(張藝謨)감독 2006년 7월 20일 개봉
왕의 귀환 - 장이모우의 절절하고 애틋한 父情 이야기

   

감독 본인은 ‘방향 선회’, ‘복귀’와 같은 표현에 동의하고 있지 않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겠다. ‘왕의 귀환’

장이모우의 <집으로 가는 길>, <책상 서랍 속의 동화> 와 같은 예전 영화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천리주단기>는 그야말로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영화들로 가득 차 있다. <영웅>과 <연인> 등 연속적인 상업 영화의 성공으로 이전의 스타일을 잊은 것처럼 보였던 그가 절절한 부성애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영화를 선보인다. 영화는 오랫동안 떨어져 지냈던 아들이 불치병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 아버지가 평소 중국 경극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을 대신하여, 중국의 조그만 마을을 방문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중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완성된 영화는 합작 영화의 모범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아름다운 영상과 스토리뿐만 아니라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 역할을 분한 일본의 성격파 배우 다카쿠라 켄(Ken Takakura)과 해맑은 웃음과 범상치 않은 연기력의 아역배우 양젠보(Yang Zhenbo)의 열연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거장의 노련한 연출미를 놓치고 싶지 않은 장이모우의 팬이라면 꼭 챙겨볼만한 수작. 

  
<카> (2006) 존 라세터(John Lasseter)감독 2006년 7월 20일 개봉
픽사의 굳히기 한 판 ! 애니메이션의 한계에 도전한다 '카' (Cars)

   

유머와 센스 넘치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향연?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있는 테크놀로지의 절정판? 픽사(Fixa)의 애니메이션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이미 <인크레더블>과 <니모를 찾아서>에서 관객들에게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던 픽사가 내놓은 야심작 <카 (Cars)>! 관객을 압도하는 카레이스를 시작으로 상영 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 애니메이션은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편견을 잊게 한다.

자칭 자동차광인 존 래세터 감독이 <벅스 라이프> 때부터 구상해 두었다는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화려한 성공과 갈채를 꿈꾸는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목소리: 오웬 윌슨 분)은 경주에서 성공하는 것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타오르는 청춘. 하지만 피스톤 컵 챔피온쉽에 참가하기 위해 달리던 중 경쟁과 함성과는 동떨어진 '래디에이터 스프링스'란 한적한 시골로 들어서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인생이란 목적지가 아닌, 여행하는 과정 그 자체이며 명성과 스폰서, 트로피 뒤에 가려진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속도와 첨단의 상징인 자동차가 말하는 느림의 미학이 모순되게 느껴지지만, 이걸 어쩌랴? 이미 눈과 귀는 즐거운걸! ^_^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