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의 시작 때문일까? 캠퍼스가 떠들썩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캠퍼스를 조금만 벗어나 버스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 가평 자라섬으로 간다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이제 3회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전야제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버스로 한시간, 드디어 자라섬에 도착했다. 정문부터 공연장까지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흙길이 펼쳐져 있었다. 자전거를 대여해서 주변 경치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순회열차를 타고 가면 걷지 않아도 된다),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벌써 공연이 시작되었나 보다! 넓은 잔디밭 여기저기에 자유스럽게 앉아 있는 사람들과 세련된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한 아티스트는 ‘두번째 달’이었다. ‘두번째 달’은 지난해 비평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킨 수준 높은 앨범을 선보이며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한’ 실력파 연주그룹. 아직 한 장의 앨범밖에 내지 않았지만 관객들은 광고와 드라마 등에서 익숙하게 들어온 곡들을 직접 듣는 즐거움에 빠졌다. 드라마 '아일랜드' 주제가 <서쪽 하늘에>, 모 화장품 광고에 쓰인 <The Boy From Wonderland>, 드라마 '궁'의 OST까지... 1시간여에 걸쳐 두 번째 달이 히트시킨 거의 모든 곡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다. 방송 출현을 자주 하지 않는 두 번째 달의 특성상 흔치 않는 기회였다. 석양이 지는 가을하늘과 어울리는 감동적인 무대였다. 
    

뮤지션이 바뀔 때마다 약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이전 무대가 준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찾아가는 곳은 다름 아닌 스낵코너였다 ^_^ 무대 뒤편엔 편의점뿐만 아니라 커피, 샌드위치, 맥주와 와인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있었다. 흔히 공연장에선 ‘먹을 것을 가지고 입장하는 것’이 금지되는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껏 군것질도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사람들 모두 배고픈 것을 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 ^_^)

두 번째 아티스트는 시각장애를 겪고 국내 최고의 하모니카 뮤지션으로 거듭난 전제덕씨가 이끄는 ‘전제덕 밴드’였다. 공연 내내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연주가 계속됐다. 흥이 절로 나는 펑키한 스타일의 재즈부터 감성적인 멜로디 위주의 팝송까지, 계속되는 그의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더욱 감동적인 무대였다. 특히 그가 직접 앵콜송으로 부른 ‘John Lennon’의 <imagine>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의 공연 집중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해맑은 얼굴로 무아지경의 연주를 선보인 그에게 사람들은 박수와 환호소리를 선물했다.

세 번째 아티스트는 이전의 ‘두 번째 달’이나 ‘전제덕 밴드’보다는 다소 덜 알려진 ‘Wave’였다. Wave는 현재 한국재즈계에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기자는 실제 공연을 보고 나서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밴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명 ‘이 사람들 좀 먹히겠는걸’과 같은 생각 ^_^ ) 홍대 등 재즈클럽에선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Wave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카리스마와 놀라운 연주 실력을 선보였다. 베이스의 저음이 약간 뭉개진다는 느낌을 주는 것 이외에는 (아마 스피커와 관련된 기계적인 문제였던 것 같다) 야외공연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음향시설이 좋아 관객들이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근래 보기 드문 수준 높은 연주였다.

전야제라서 그런지 실제로 우리가 ‘재즈’라고 부르는 대개의 음악과는 다른 퓨전스타일의 국내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한계이자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연 예정 스케줄을 본다면 알 수 있겠지만)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펼쳐지는 공연에는 국외 유명 정통 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국내 재즈팬들은 잠을 설치며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무대 시설 (특히 음향과 조명)부터 편의시설과 교통, 숙박에 관련해서까지 모든 부분에서 성의가 돋보이는, 관객들에겐 최고로 기억될만한 축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열리고 있으니 말이다!    

Tips
1. 아무리 초가을이라지만 주변에 큰 건물이나 숲 없이 뻥 뚫린 자라섬의 밤기온은 쌀쌀해요. 게다가 공연시간 내내 몸을 움직이기 힘드니 체감온도는 더 낮은 듯 ^_^; 따뜻한 낮기온에 속지 마시고 가디건이나 자켓같은 여분의 옷을 챙겨가세요.
2. 배가 고프면 어떡하냐구요? 걱정 마세요. 자라섬 곳곳에 스낵코너가 준비되어 있던걸요. 하지만 행사장의 특성상 다른 곳에 비해 음식의 가격이 조금씩 비싼 것 같아요. 메뉴도 한정돼 있으니 김밥이나 샌드위치 같은 것들을 조금 싸가는 게 어떨까요? 출발 전에 든든히 한 끼 먹고 가는 것도 좋겠죠?
3. 재즈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려우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Don't worry! 재즈는커녕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을만큼 대중적이고 즐거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어요.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걱정이신 분이라면 당일 공연 아티스트들을 확인하고 미리 알아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집에서 미리 음악도 찾아 들어보고 프로필도 확인해 본다면 공연을 두 배로 즐길 수 있겠죠?
4. 교통편이 걱정이시라구요? 가평까지 어떻게 가냐구요? 방법이 있죠. 현재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측에선 버스를 대절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강변역 테크노마트 정문에서 30분마다 출발하고 있는 버스를 이용해 보세요. 공연장 정문까지 1시간만에 갈 수 있답니다.
5. 기타 의문 사항은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http://www.jarasumjazz.com/)에 가보세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많으니 꼭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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