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의 1440호(11월 18일자)가 안암총학생회에 의해 탈취되는 사건이 있었다. 안암총학생회는 고대신문의 특정기사가 사실과 달라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신문을 수거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대신문에서도 문제의 기사에 대해 어느 정도 사실과 다른 내용이 나타남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안암총학생회는 신문 수거와 재발행을 요구했고, 고대신문은 이미 발행·배포된 신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거 불가와 다음 신문에서의 정정보도, 반박글 게재를 제안했다. 결국 총학생회는 고대신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신문을 무단으로 수거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할 수 없도록만들었다.

어느 신문이든지 언론매체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규범이 있기 마련이다. 이 규범은 기사를 쓰고 지면을 짜는 자세와 과정에 관한 것이며, 그 결과에 관한 것이 아니다. 결과는 상황에 따라 변혁운동을 유발할 수도 있고, 공동체의식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의 다양성에 관계없이 신문의 자세는 한결같아야 한다. 그것은 환경에 대한 정확하고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는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판단과 사고의 지평을 형성하고 자신의 삶을 합리적으로 설계하게 된다. 고대신문은 본교 구성원들이 나름대로의 대학생활에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문화를 인식하고 보다 유용한 정보생활을 영위하도록 안내할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모든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한다. 고대신문은 특정집단이나, 이념의 유혹이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편견없이 보다 정확하고 균형된 사회인식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고민하는 자세다. 무엇이 중요하며 무엇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길인지 항상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편집권의 자유란 바로 고민하는 자유이며, 이러한 고민은 바로 학생기자들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번 사태의 문제와 실마리를 찾아가는 데에도 이러한 대학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원론적 담론은 정확한 잣대가 될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화한 고대신문은 독자들에게 정확하고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하는 자세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언론의 자율권이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최대한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오보에 대한 인정과 정정보도, 반박문 게재에서 나아가 필요하다면 사과문까지 내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고대신문이 그러한 노력을 다하였다면 안암총학생회는 그것을 정중히 수용하여 독자들에게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실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어야 옳다. 서로의 논리와 주장이 충돌할 때에는 서로 한 발짝 물러나 원리와 원칙에 따르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안암총학생회는 물리력을 동원해 신문을 탈취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正道를 외면했을뿐 아니라 자치적이고 민주적인 학생 단체로서 갖춰야할 襟度마저 저버리는 우를 범했다. 교육의 장이어야 할 학교에서 이러한 반민주적 사태가 일어난 것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심지어 이러한 사태가 학생회장 선거를 앞둔 학생들의 정치싸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소리까지 공공연히 나도는 마당에 고대신문은 학내 언론의 책임자로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 고대신문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며 언론의 정도를 지켜나가기 위해 반성하는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고개숙여 사죄 드린다. 아울러 안암총학생회도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이전에 이유불문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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