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한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시간은 흘러 4월의 한 주가 지났다.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는 동문들은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다고 하면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하는 것을 듣곤 한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니 외부와 담을 쌓고 지냈는데 변화하였다고 하니 학교도 많이 변한 모양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문화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예전에 학기초에는 막걸리 사발식을 치른다고 고함을 지르면서 북적되고 토한 것으로 주변이 어지러웠던 기억이 있다. 특히 학생시위와 최루탄 냄새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정말 변해도 많이 변했다. 학교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대외이미지도 위상도 많이 변했다. 더구나 고려대학교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 살아있는 활화산이다. 최근에는 지진을 동반한 큰 불덩이를 내뿜으며 거대한 용암을 분출하면서 국내?외 대학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본교는 최근 각종 대내외 평가지표 중 국제화부분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영어강의비율에서는 국내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사회에서는 국제화, 세계화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어 왔다. 군사정권 이후 어설프게 탄생한 문민정부부터 세계화를 부르짖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이러한 용어가 생소하기만 하고 개념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미국 등 강대국과 약소국간의 힘의 논리인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로서 우리가 이에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제3세계의 시장논리인 또다른 종속이론으로서 해석하는 부류도 있어 많은 갈등을 야기하였었다.

본교에서도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고대를 표방하며 국제화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The Times의 세계대학 평가 및 중앙일보 등 각종 언론매체 평가에서도 국제화지표가 주효하여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정부에서도 행?재정 국고지원을 국제화부분에 집중하겠다는 정책을 공표한 바 있어 국내 모든 대학들도 국제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교수 초빙 및 외국인 학생 유치, 영어강의비율 확대, 복수학위 및 공동학위제도 운영, 해외인턴십 및 교환학생제도 실시 등이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학사정책들인 것이다.

선진외국대학들을 벤치마킹하다보면 왜 그러한 대학이 세계대학으로서 명성을 얻고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이 모여드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처럼 인위적인 그리고 형식적인 국제화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오랜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명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탁월한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벨상 수상 경력이 있는 교수들의 확보 여부가 여러 국가로부터의 우수교원과 우수학생들이 모여들게 하는 주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이 영어강의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홍콩과기대와 싱가폴국립대 등 아시아의 명문대학들 모두가 강의를 전부 혹은 대부분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는 것은 좋은 예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국인들을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인은 이미 세계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우리의 국부가 상당한 정도로 외국으로 누출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외부로 나가는 국민의 수가 아니라 상호적으로 유입되는 외국인들도 많아야 된다. 외국대학과의 학술교류협정에 의해 추진되는 교환학생제도만 해도 외국으로 나가는 학생은 많고 본교로 오는 외국학생은 거의 없는 수준이 되어서는 본교가 국제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외형적인 국제화에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국제화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한국적 민주주의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듯이 고대적 국제화를 통한 세계대학으로 자리매김하여야 한다. 한류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고려대학이 생산한 학문을 이제 세계시장에 수출할 때인 것이다. 우리 학문분야를 경제적인 것으로 비유해 보면 상품을 생산했다고 해서 소비자가 구입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어떻게 하면 수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여야 한다. 국제화된 환경에서 다국적 대학이 되어야 하며 주문생산도 하여야하고 현지공장도 세워 현지인을 고용하여 활용하여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부단한 연구개발과 투자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의 특성화와 차별화, 그리고 부가가치를 높인 고대학풍이라는 신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병행하여 신시장을 개척하여 학문이라는 상품수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러한 경영방식을 통해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대학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변화와 개혁이 그리고 창조적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네 탓이 아니 내 탓이고 나만은 괜찮겠지가 아니라 내가 먼저 변화해야지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될 때이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매일 위기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생활화하고 삶의 일부로 내면화하여 어떤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면역성을 기를 수 밖에 없다. 부단한 자기계발과 함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기 직분에 충실할 때 고려대학교는 분명히 세계 100대 대학진입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음의 고향 안암동산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만발할 것이다. 목련과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철쭉, 장미의 화사함, 풍요로움과 꽃내음이 우리를 감동시킬 것이다. 4월의 시점에서 과거 고려대학교의 선배들이 이룩한 꽃보다 아름다운 고대정신을 반추해 본다. 자유, 정의, 진리의 민족 대학, 독재에 항거한 4.18 의거, 경제개발의 동력, 민주화 운동 등 가슴설레는 우리 고대다운 것들이 스쳐지난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되 강화하고 시대에 적합한 또 다른 발전된 전통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2007년 올해는 안암캠퍼스의 연구실, 강의실 및 행정부서의 사무실이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모든 구성원이 정말 열심히 하여 고려대학교가 재도약을 기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완종(교무처 교무지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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