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에디슨이 평생 기록한 메모노트는 3400여 권이었고,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도 굉장한 메모광(狂)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7년 탈레반에 억류됐다 풀려난 서명화 씨는 기록할만한 노트나 수첩을 모두 압수당해 자신이 입고 있던 흰색 바지 안쪽에 당시의 일을 빼곡히 기록해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서 씨는 40여 일간의 △억류생활 △몸 상태 △이동경로 △기도 내용 등을 기록했는데 그녀의 피랍일지는 억류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 이아현 학예연구사는 “기록은 현재의 흔적을 기억해 미래에 전달하는 의미 있는 행위”라며 “사소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개개인의 기록이 모여 역사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공병호 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은 그의 저서 <기록하는 리더가 되라!>를 통해 성공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무엇이든지 유심히 보는 습관은 모든 성취에 필수적인 요소며 이는 자주 눈여겨 본 부분들을 기록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 소장에게 ‘어떤’ 기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시간을 기록하라
‘시간가계부’를 작성해보자.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자신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각각의 활동을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생각하면서 그 활동의 △시작시간 △끝 시간 △소요 시간 등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렇게 하면 시간을 투자 우선순위로 배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짧은 시간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를 기록하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일기형식의 기록으로 남기자. 형식은 자유로우며 노트부터 PC까지 다양한 곳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일기의 가장 큰 장점은 기록을 남기는 시간동안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자신이 하는 일이라든가 그날 만난 사람에 대한 기록을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자신의 일에서 일정한 리듬과 균형을 찾는 효과가 있고,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도록 도움을 준다. 공병호 소장은 “하루의 기록은 자신의 내일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고 조언한다.

읽는 것을 기록하라
독서를 더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은 바로 읽은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수많은 책들을 모두 꼼꼼히 읽어보거나 다시 읽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읽은 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독서를 통해 얻은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제목 △읽은 시점 △중요 키워드 △중요 내용 △시사점 등의 내용을 정리하면 된다.

주위의 도구를 활용하라
기록은 자신의 목적에 걸맞은 도구를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공병호 소장은 휴대성이 좋은 소형 수첩을 권장한다. 수첩은 줄이 있는 것보다 백지 형식이 더 좋다. 형식이 없는 노트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적을 뿐만 아니라, 기록하는 행위 자체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노트뿐만 아니라 △녹음기 △개인 홈페이지 △디지털 카메라 △스케치북 등도 이용 가능하다.

간단명료하게 하라
메모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은 메모를 마치 노트 필기를 하는 것처럼 착실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메모는 간단명료함이 생명이다. 문장체보다는 단어와 기호 중심의 메모법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단어 중심으로 메모할 때 형용사, 조사 등과 같은 수식어는 생략한다. 또한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면 자기 나름대로의 약어나 상징어를 익혀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때 빼놓아서는 안 될 점은 △당시의 날짜 △시간 △상황에 대한 정보다. 메모를 할 때 일정한 분류 체계를 사용해 조직화하면 전체 내용 속에서 핵심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에 의견을 더해라
객관적인 사실에 지나치게 집중할 경우 메모의 생산성은 낮아진다. 메모를 할 때는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만의 견해와 관점을 세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듣고 메모를 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자신을 중심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 때 사실과 자신의 의견을 구분해서 메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훗날 내용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자신을 독려하는 효과도 있다.

리뷰 하는 시간을 가져라
보통 사람들은 메모를 나중에 기억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메모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없다. 하지만 메모는 ‘기억보완용’이 아닌 ‘자기반성용’이 돼야한다. 자신이 기록한 것을 정리하고 정보를 재입력하지 않으면 많은 양의 정보가 유실되기 마련이다. 메모한 내용을 다시 ‘리뷰(Reviw)’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은 효과적인 정보 입력법이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공병호 소장은 “기록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일, 기회를 포착하는 일 그리고 기존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이기 때문에 기록의 일상화와 습관화가 필요하다” 며 “효과적인 기록법을 참고하되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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