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베이비파우더에서 유해성분인 석면이 검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며칠 후 여성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에서도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해당 화장품 회사를 공개하지 않고 화장품 속 유해성분들에 대한 연구들이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불안감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본교생들은 화장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사용하고 있을까? 본지는 지난 4일(월)부터 6일(수)까지 본교 여학생 191명을 대상으로 피부에 접촉해 유해성 여부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초화장품’ 사용실태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에 명시된 기초화장품은 △스킨 △로션 △크림타입의 제품 △기능성제품 △자외선차단제 등을 범주화했다.

‘사용하고 있는 기초화장품의 개수가 몇 개나 되냐’는 질문에 ‘3~4가지’라고 답한 학생이 48.4%로 가장 많은 수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초화장품을 5가지 이상 사용하는 학생의 비율도 26.1%나 됐다. 6가지 정도의 기초화장품을 사용한다는 박혜진(문과대 국문06)씨는 “스킨과 로션 외에도 아이크림, 에센스, 수분크림은 물론 자외선 차단제까지 챙겨 쓰다보면 대여섯 가지는 기본적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제품기획팀 측은 “제품마다 컨셉과 타켓으로 하는 고객층이 다르고 매년 소비자층이 더 다양한 기능들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이 나오게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향장미용을 전공하는 구희연, 이은주 연구원은 저서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을 통해 여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잘못된 의식을 지적했다. 이들은 여러 단계로 기초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시중에 나와있는 기초 화장품은 점성과 탄성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은 같은 성분의 제품들”이라며 “공통성분을 가진 제품을 중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결국 그 제품들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덧바르는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기초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 먹어 탄수화물 과잉으로 비만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한편, 미백 및 주름개선 등의 효과를 표방하는 ‘기능성 화장품’의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51.6%의 학생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 화장품 중 몇 가지 복합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사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엔, ‘2가지 정도의 기능이 합쳐진 것을 주로 사용한다’는 비율이 28.1%로 가장 많았다. 김연정(생과대 생명과학05)씨는 “기능성화장품을 개별로 사용하는 것은 번거로워서 복합기능성화장품을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은주 연구원은 “식약청이 지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기능성 고시원료만 함유되어 있으면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며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제품은 각각의 기능을 모두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이크림과 수분크림을 20대부터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74.5%였다. 김예원(언론학부07)씨는 “눈가는 예민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른 시기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주름이 생긴다고 들어서 아이크림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희연 연구원과 이은주 연구원은 “눈가가 수용할 수 있는 화장품의 양은 다른 부위가 흡수하는 양의 50% 미만이므로 공급해주는 유·수분량도 적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피부가 흡수할 수 있는 양 이상의 화장품을 바르면 잉여량이 표피 위에 머물면서 모공을 막고 피부 호흡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아이크림을 바르면서 눈가를 자주 만지는 것이 오히려 눈가피부에 자극을 주어 피부가 쳐지거나 주름이 더 빨리 생기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화장품의 성분과 유해성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최근에 화장품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77.6%의 학생들이 ‘알고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도 화장품의 습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람은 16.7%에 그쳤다. 박보라(문과대 한문06)씨는 “석면검출이 된 보도를 보았지만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화장품을 고를 때도 성분보다는 보정이나 기능을 기준으로 고르게 된다”고 답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성분표시제’에 대해서도 79.1%의 학생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본교생들의 설문결과에 대해 본교 김일환(의과대 피부과학교실)교수는 “피부가 연약한 20대 때는 과도한 화장품 사용을 피하고 목적에 맞는 최소한의 화장만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자신의 피부상태를 자세히 알고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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