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학번 이 모씨(영문06)는 미국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미국문학에 대한 전체적인 배경지식도 없을뿐더러, 관련 강의의 가짓수가 너무 많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지난 학기 준비 없이 문학 수업을 들었다가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해 부담스럽기도 하다.

영문학과 전공 강의는 세분화 돼 있다. 예를 들어 미국문학의 경우 △현대 미국소설 △미국소수민족문학 △초기미국문학 △미국산문 △미국문학의흐름 △미국영화 △19세기미국문학 등의 강좌로 나뉘어 있다. 덕분에 학생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만 그만큼 길을 헤매는 영문학 전공자도 많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수많은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 줄 ‘지도’같은 수업이 있다.

진경혜 교수의 ‘미국문학의 흐름’은 방대한 미국문학의 큰 틀을 잡아주는 강의다. 이 강의에서 학생들은 영국 식민지 시절의 William Bradford부터 20세기의 Ernest Hemingway까지 미국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들을 통해 문학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작가와 작품을 선별했음에도 교재가 2권일 정도로 양이 많고 장르의 제한이 없어 시, 소설, 수필, 편지 등 다양한 미국문학을 접할 수 있다.

강의의 학습 목표는 학생들이 시대순에 따라 작품을 학습하며 미국문학의 기본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문학의 흐름뿐만 아니라 독립전쟁, 흑백갈등, 인디언과의 갈등 등 미국의 역사적 사건을 상징하는 작품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수업은 2~3명이 조를 이뤄 교재 내 작가에 대해 연구·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품 해석의 여지가 다양할 경우 진 교수는 보편적인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발표자들의 해석을 최대한 존중한다. 주입식 강의 방식에서 탈피해 문학작품과 친숙해지는 것도 이 수업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수업 중에 자신의 생각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다.

중간·기말 시험에는 그동안 배운 작품의 일부가 출제된다. 작품의 이름과 작가를 적고 작품이 상징하는 의미를 짤막하게 적는 문제와 정해진 주제로 에세이를 쓰는 문제가 중심이다. 에세이의 주제는 시험 전 공지해준다. 한 번 시험을 볼 때 10명 이상의 작가들과 작품을 공부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수업시간에 충실히 임했다면 크게 어려움은 없다.

지금도 길을 헤매는 학생이 있다. 길을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헤매고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영문학으로의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도를 한 번 훑어보고 떠나는 것은 어떨까. 이 강의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멋진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