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우리 대학 캠퍼스를 보면 학생들의 예쁘고 발랄한 모습에 놀라고 감회에 젖는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30여 년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나아진 생활여건과 밝아진 사회와 가정환경으로 학생들은 훨씬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졌다. 이 젊은이들은 청운의 꿈을 품고 고대에 입학했고, 그들의 부모들은 “논팔고 소 팔아서 자식 교육시킨다”라는 심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성장을 도울 책임이 대학에 있으며, 이들이 평생 유용할 지식과 능력을 함양시켜야 한다는 고민이 대학내에서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최근처럼 급격한 사회변화로 창조적인 생존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우리 대학에서 기존에 추구하던 가치(연구중심 혹은 글로벌 대학)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와 필요를 반영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교육의 추구가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우리의 관점에서 창조적인 해법을 찾는 자주성(自主性)이 중시되어야 한다. 최근에 빠른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세계사회는 경제와 문화 등에서 상호 의존성이 심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의 발전은 그 단계와 방향마저도 선진국과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만의 특성을 보이면서 상이하게 다른 면도 많다. 결국 서구식의 가치, 제도, 정부정책의 소개와 함께 우리의 독특한 상황에 맞고 환경적 토양에도 부합하는 해법을 찾는 창조적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둘째, 실사구시의 교육을 위해 실용성(實用性)도 절실하다. 사회과학 중에도 경제학은 가장 이론을 강조하고 중시하는 분야로 유명하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이론의 충실한 소개와 함께 이들이 직면할 현실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그 이론이 어떻게 변형되어야 할지를 소개해야 한다. 국내의 경제학계에서 교육은 주로 영국과 미국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이론적 틀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국가들보다 산업화가 늦었던 독일이나 일본 등의 후발선진국, 한국 등의 아시아 신흥공업국들, 또 아시아의 개도국의 경제 구조나 작동방식은 공통점과 더불어 차이점도 크다. 결국 그런 차이를 배워야만 대학생들은 그들이 당면한 복잡한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런 실용적인 교육의 필요성은 문과대학이나 공과대학의 경우에도 중요하다. 덴마크나 유럽의 소국(小國)들의 경우, 문과대학의 외국어 교육은 그 국가의 언어나 문학 외에도 연관된 사회, 문화, 역사를 같이 가르쳐서 학생들이 해당 국가와의 교류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공과대학의 경우도 선진국의 공학에서 다루어지는 주제와 이론들을 우리 상황에 맞는 것으로 변형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이 우리의 문과와 공과대학에서 이미 제기되고, 여러 노력들이 경주되는 현실은 바람직하며, 대학차원에서 그런 목표는 재정립되고 독려되어야 한다.

셋째, 실사구시의 교육은 유연성(柔軟性)을 보여야 한다. 모든 학문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들은 세상이 변하기에 변해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유럽국가 등의 선진국만을 염두에 둔 경제학 교육에서 중국의 부상은 놀라운 변화이다. 중국은 올해에 국내총생산이 일본을 앞질러서 세계 제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에 국내와 중국의 교역예상액은 1700억 달러 정도로 한미와 한일의 교역을 합친 것을 초과한다. 중국 내륙지방의 경제성장이 두드러지고 노동자와 중산층의 구매력이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결국 우리 대학의 학생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될 미래에는 중국의 언어나 문화 및 경제, 경영, 산업의 이해가 더욱 중요해 지고 이를 반영하는 교육이 필요해 진다.

현대사회는 소비자의 요구를 맞추는 기업만이 성장하고, 국가마저 친환경적인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획기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추세처럼 대학도 대학생이라는 교육 수요자를 최고로 여기는 교육의 가치가 재정립돼야 한다. 이것은 국내에서 고려대학교를 최고로 여기고 존경심을 보이는 이 사회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다.

 

정주연 정경대·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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