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요즘 대학생의 주머니는 가볍다. 큰 맘 먹고 보지 않는 이상 문화생활은 생각보다 대학생에게 멀리 떨어져 있다. 그나마 영화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조조영화 덕에 꾸준히 접하고 있지만 그 외의 공연은 값이 비싼 게 현실. 하지만 공연계의 조조영화 ‘마티네 공연’이 이런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기존의 저녁시간대에 주로 몰려있던 공연 시간이 오전 같이 한가한 시간대로 달라졌고 티켓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주요 관객층은 대학생과 주부들로, 직장인의 퇴근시간에 맞춘 기존 공연과 달리 평일 오전에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공연과 멀었던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일반 마티네 공연을 기준으로 티켓 가격은 클래식 공연이 3만원, 뮤지컬이 2만 5000원에서 3만원, 연극이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부담도 덜하다.  

2004년에 시작해 현재는 객석 점유율 90%에 이르기도
‘Martinee’는 본래 프랑스 말로 ‘이른 공연’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즘은 평일 오전과 오후, 주말 오전 등도 마티네 공연에 해당된다. 국내에서는 2004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정통 클래식 공연 <김용배의 11시 콘서트>가 시작이었다. 고양아람누리 측은 “마티네 공연으로 인해 클래식 공연 관객이 늘었다”며 “대학생들도 클래식 공연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으로 시작한 마티네 공연은 재즈, 뮤지컬, 연극, 국악 분야까지 다양해졌다. 올해도 1월부터 <금발이 너무해>가 한 달 동안 수요일 낮에 40% 할인된 가격으로 관객을 만났고 그동안 <지킬앤하이드>, <빌리엘리어트>, <넌센세이션> 등도 30% 할인된 가격에 공연됐다. 마티네 공연을 자주 관람한다는 박지혜(여․21세, 건국대 경영10) 씨는 “뮤지컬은 보통 대학생들이 관람하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보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꼭 마티네 공연을 통해 관람한다”고 말했다. 현재 마티네 공연은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고양아람누리, LG아트센터 등에서 열리고 있고 객석 점유율은 약 80~90%에 이른다.  

▲ 김대진 교수가 토요콘서트에서 예술의전당페스티벌오케스트라(SFO)와 함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예술의전당

공연과 식사를 함께 기획해 관객 호응 이끌어
마티네 공연으로 인해 관객의 선택폭은 넓어졌지만 한가한 시간대에 열리는 만큼 관객 수가 처음부터 많지는 않았다. 결국 공연 기획자들은 공연방식의 변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고 주 관객층인 대학생과 주부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점심 식사를 주문하면 공연을 무료로 관람하는 식이다. 마티네 공연은 주로 오전 11시와 오후 3시 공연이 많아 보통 식사시간과 공연시간이 애매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작년 12월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재즈공연 <웬즈데이재즈>는 매 공연마다 관객 300여 명이 식당(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웬즈데이재즈> 공연을 관람한 임보미(여․22세) 씨는 “수요일은 오후 수업이 있어 공연과 식사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며 “수준 높은 공연을 식사비만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성남아트센터도 오후 12시에 공연하는 연극은 관람 후 공연장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마티네 패키지’ 상품을 기획했다. 식사까지 포함돼 있는 패키지 상품은 3만원으로 주말과 평일 저녁에 하는 공연의 반값정도다. 충무로 명보아트홀에서 올해 초 까지 열렸던 <화요 비빔밥 콘서트>도 9천 9백 원으로 ‘라이어 밴드’의 라이브 콘서트와 함께 식사를 제공해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관객과 공연자가 소통하는 공연도 인기
단순히 저녁시간의 공연을 낮 시간에 똑같이 하며 표 값을 할인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오직 ‘마티네’ 시간대에만 하는 공연도 있다. 관객층을 고려해 젊은 가수를 섭외하고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갖는다. 특정 공연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 때문에 주말 공연보다 수요일 공연이 더 빨리 매진되기도 한다. 성남아트센터 공연기획부 직원 윤송이 씨는 “싼 값에 표를 제공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다”며 “비싼 가격과 고정된 시간 때문에 자주 관람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성남문화재단, 국립극장 등은 공연과 함께 해설자가 공연에 대한 해설을 하는 방식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 마티네 공연을 신설했던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 사진출처 | 세계일보

클래식 특유의 진지함, 전통성 결여 우려도
공연전문가들은 마티네 공연으로 인해 클래식의 전통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클래식 마티네 공연의 경우, 젊은 관객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가볍게 구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객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독주보다는 오케스트라 중심의 연주가 주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 클래식이 갖고 있는 진지함과 전통성이 결여될 수 있다.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 교수는 “마티네 공연을 보고 클래식의 전부를 판단하면 안 된다”며 “마티네 공연을 정통 클래식 공연에 관심을 가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마티네 공연이 기존의 공연 뿐 만 아니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거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커뮤니티 형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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