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올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서울대 자퇴 학생이 369명에 이른다고 한다. 2010년 103명, 2011년 138명, 2012년 128명으로 증가 추세다. 이는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업에서 나와 외국에서 방황하고 있는 30~40대 한국인들을 많이 목격했어요. 해당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발휘하며 혈기왕성하게 일할 나이에 꿈을 잃고 방황하고 있더라고요.” 자녀와 함께 세계일주를 다녀온 옥봉수·박임순 부부의 말이다. 부부는 중·고교생 세 자녀와 숱한 공부 갈등을 겪다 탈출구로 세계여행을 떠났다. 공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부부는 여행길에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자녀들의 적성을 발견하곤 아이들과 논의해 귀국 후 관련된 직업 훈련을 받게 했다. 외국어는 한마디 못하면서 외국인과 잘도 어울리는 친화력의 귀재 첫째는 건강관리상담을, 한정된 공간에 수많은 짐들을 빈틈없이 정돈해 치수감각과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난 둘째는 건축설계를, 장부 기록과 환전 계산에 능한 막내는 회계를 배우고 있다. 학업은 관심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서 적성에 맞는지 판단한 뒤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공부하기로 순서를 바꿨다.

“○○가 되고 싶은데 성적이 나빠서… 적어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나요?”, 중·고등학교에서 진로 특강을 하면 흔히 듣는 학생들의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진짜 ○○이 되고 싶은 게 맞아요? ○○이 되면 뭘 하고 싶죠?” 그러면 학생들은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대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는 ○○일을 하는 ○○이 되고 싶다’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게 보이는 ○○이 되고 싶다’를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오지에서 의료 봉사하는 의사, 불치병을 연구하는 의사,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사, 살인사건을 쫓아다니며 사인을 추적하는 의사 등등. 같은 의사라도 목표와 역할이 모두 다르다. 어떻게 살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아에게 스스로 수없이 되물어야 하는 이유다.

당신은 실패할 준비가 돼있습니까
23살 주 의원 낙선, 25살 배우자 사망, 재혼 후 두 아들 사망, 29살 하원 대변인 낙선, 31살 34살 하원의원 낙선, 39·46·49살 상원의원 낙선, 47살 부통령 낙선. 미국 51대 대통령이 되기까지 링컨이 겪은 담금질의 시간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인내력의 바닥을 쉽게 내보인다. 특히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유희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참는 시간이 짧아지고 잭팟을 노리는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실패를 회피하고 요령을 구하는 데 더 매달린다.

이제부터 실패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반갑다 실패야. 하루라도 빨리 찾아와줘서 더 높이 성공하는 길을 찾게 됐어”라고.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는 하루 매출 2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SNS게임 ‘애니팡’의 개발자다. 지난 5년 동안 다른 게임들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전략을 가다듬은 결과다. 그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어떤 마음 자세를 갖는가가 선두 업체를 주저앉히고 후발업체를 1위로 만들기도 한다”며 “실패가 약이 됐다”고 했다.

앞으로 실패의 길을 걸어갈 여러분께 안병욱 숭실대 명예교수의 수필집을 꼭 권하고 싶다. 청년이 길러야 할 자질과 역량에 대해 조언을 담은 수필집들에서 그는 “시간·정력·감격성·이상주의·용기는 청년만 갖고 있는 5대 자본이라며 이를 믿고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을 멈추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저마다의 손엔 나침반이 쥐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지로 가는 이정표와 길을 찾는 수고는 자신의 몫이다.

박정식 중앙일보 교육섹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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