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시대에 그려진 초상화가 귀족적이었다면, 근대에 등장한 독재자들의 초상화는 훨씬 노골적인 정치선전을 목적으로 한다.


한쪽 팔과 손을 일직선으로 치켜든 이른바 히틀러의 ‘총통 포즈’는 수많은 사진과 그림으로 재생산돼 강한 지도자상을 어필했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에는 포스터를 통한 정치 선전의 전략이 잘 나타나 있다. ‘선전을 과학의 가르침처럼 만들면 잘못이다. …(중략)…선전의 기술은 대중의 감정적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선전을 위한 초상에는 극단적인 명암 처리나 자극적인 원색이 들어갔다.

스탈린도 자신의 초상에 다양한 시각적 암시를 동원했다. 러시아 사회주의의 원조로 남아있는 과거 레닌의 이미지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우위에 서기 위해서였다. 스탈린의 선전 포스터로 △스탈린이 파이프를 들고 연설하고 레닌이 경청하는 그림 △스탈린을 가운데에 놓고 레닌은 구석 깃발에만 나타낸 그림 △스탈린의 체구를 레닌보다 월등히 크게 표현한 그림 등이 그려졌다. 레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대신 대중에게 우회적인 암시를 주입한 것이다.

북한의 경우 김정일과 김일성의 초상화에 특별한 회화적 처리나 시각적 암시는 없지만 ‘초상화 취급법’이 유독 특별하다. 각 가정집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모셔놓고 숭배하며, 초상화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 혹은 방치하는 행위는 중죄로 취급한다. 초상화가 단순한 선전 도구가 아니라 지도자 그 자체로 여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집집마다 초상화를 배치하는 것은 각 집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실제로 자리하는 듯한’ 효과를 준다. 제사를 지낼 때도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에 인사를 먼저 한 후에 조상들에게 예를 갖춰야 하는 북한의 유별난 풍경은 이를 잘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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