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6일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는 완벽하게 ‘여왕의 귀환’을 선포했다. 김 선수는 쇼트 프로그램 ‘뱀파이어의 키스’와 프리스케이팅 ‘레 미제라블’을 선보였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급’이 다른 기술과 완벽한 연기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름다운 의상도 주목받았다. 바로 그 의상 제작을 담당한 안규미 디자이너를 만나 피겨스케이팅 의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 디자이너는 피겨 프로그램이 정해지면 의상에 주제를 잘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먼저 듣고 작업을 시작한다. 그녀는 “내 패션쇼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난 의상으로 프로그램을 빛나게 만드는 조력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의상 두벌 모두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연아 선수 본인이 그런 스타일을 선호한다. 김 선수의 단아한 외모와 흰 피부, 가늘고 긴 팔다리엔 심플한 디자인이 잘 어울리기도 한다. 의상 장식을 할 때 비즈나 보석 조각을 주로 쓴 것도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뱀파이어의 키스’ 의상에는 주로 보석 조각을 접착제로 붙여 장식했고, ‘레 미제라블’ 의상에는 비즈를 손으로 직접 일일이 꿰어 작업했다. 비즈장식이 스팽글처럼 눈에 띄게 반짝거리는 효과를 내지는 않지만 고전적인 우아함을 줬다”

- 고전적인 느낌을 의상에 어떻게 표현했나
“‘레 미제라블’ 의상을 제작할 때 김 선수가 고전적인 스타일을 제안하며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피겨 의상이 어깨부터 손목까지 완전히 달라붙는 것과 달리 팔 부분에 풍성한 느낌을 줬다. 목 부분도 라운드 형 보다는 각지게 처리했고 가슴 부분의 문양도 부드러운 물결무늬로 꾸며 고전 드레스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또한 카키색으로 드레스를 표현해 19세기의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나타내려 했다. 원작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잿빛을 섞어 어두운 이미지를 표현했다”

- ‘뱀파이어의 키스’ 의상에서 목 부분 장식이 피 흘리는 모습처럼 보인다
“피의 느낌을 내려고 한건 맞지만 피가 흐르는 것을 묘사한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보면 빨간색이 실제보다 훨씬 강렬하게 보여 그런 것 같다. 실제로 의상을 보면 파란 보석과 빨간 보석 모두 회색이 감도는 차가운 느낌이다. 유혈이 낭자함을 표현하기보다 차가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넣었다. 하늘색 드레스도 자세히 보면 회색빛이 도는데 이것도 같은 의도였다”

- 두 의상에서 디자이너의 개성을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선이나 장식보다 색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래서 염색을 직접 할 때가 많다. 이번에도 색 하나를 내기 위해 마음에 들 때까지 염색을 했다. 또한 치마가 날릴 때의 여린 느낌을 좋아해서 얇은 원단을 여러 겹 겹쳐 너풀거리게 했다”

- 피겨스케이팅 의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기회로 하게 됐다. 원래 댄스스포츠 의상을 만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겨 선수들에게서 의상 의뢰가 들어와서 한 벌, 두 벌 제작하게 됐다. 처음엔 곽민정 선수 의상을 여러 번 만들었다. 그 뒤로 김진서, 김민석 선수 옷도 만들다가 2011년 갈라쇼부터 김연아 선수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 피겨 의상 제작에 특별한 보람이 있다면
“댄스스포츠와 달리 피겨스케이팅은 프로그램마다 정해진 주제에 맞춰 의상을 제작하는 게 재미있다. ‘아리랑’처럼 한국적인 프로그램엔 의상에 색동을 넣고, 어린 선수의 프로그램 주제가 ‘꼬마 악마’일 땐 작은 꼬리를 달기도 한다. 디자이너 혼자서 만들어내는 의상이 아니기 때문에 선수와 코치, 부모님과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이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도 경기장에서 내가 만든 의상이 선수의 연기와 하나가 된 모습을 볼 때면 보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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