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스낵처럼 가볍게 … 손 안에서 즐기는 웹드라마
스낵처럼 가볍게 … 손 안에서 즐기는 웹드라마
  • 최현슬 기자
  • 승인 2019.07.28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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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는 연출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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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교복 단추를 풀고 나타나, 시크하고 쿨한 말투를 한다면 도하나 병’, 갑자기 열공모드에 바른생활 소녀가 됐다면 김하나 병을 의심하라. 웹드라마 에이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스타일을 따라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단발머리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는 말괄량이 도하나와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모범생 이미지의 김하나는 어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연경(·19) 씨는 같은 고등학생 입장에서 태도, 학교생활, 연애 등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에이틴을 본다주인공이 쓰는 틴트나 쿠션 등의 화장품을 사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방영한 인기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에이틴의 누적재생건수는 자그마치 3억 뷰를 돌파하며 대세를 공고히 했다. 웹드라마의 누적재생건수 100만 건은 TV시청률 2%에 상응한다는 통계에 비추어보면, 작금의 웹드라마 열풍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스낵처럼 즐기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

  웹드라마는 전통적 매체인 TV가 아닌 웹 기반의 모바일 기기로 시청하기에 최적화된 드라마다. 웹이 이미 존재하는 영상을 단순히 재생하는 수단이었던 과거와 달리, 웹 환경 자체가 기반이 된 새로운 미디어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웹드라마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웹의 특성을 반영했다. 일상 속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간식(스낵, snack)처럼, 자투리 시간에도 부담 없이 짧은 시간동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스낵 콘텐츠로도 불린다.

  웹드라마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확산된 주요 요인은 매체이용 행태의 변화다. 공희정 문화평론가는 어느 하나에만 집중할 수 없는 복잡한 다매체 시대에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수용하는데 들이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TV와 같은 전통적인 고정형 매체가 아닌 이동형 매체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콘텐츠 이용 시간이 짧아진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시청자 층의 관심사에 기반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도 웹드라마 열풍 요인 중 하나다. 웹드라마는 대학생활과 연애, 취업이나 회사생활 등 특정 세대들이 공유하는 소재를 통해 각 세대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강세라(국민대 시각디자인학18) 씨는 대학생활과 연애 등, 20대가 흔히 가지는 고민을 다루는 웹드라마가 많다일반 드라마보다 나와 가까운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게 웹드라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웹드라마의 특성에 맞춘 촬영과 편집기법도 시도되고 있다. 인기 웹드라마 제작사인 tv’가 속한 와이낫미디어 브랜드팀 정규아 매니저는 또래 세대 이야기를 그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풀어내려 실험적인 연출을 시도하는 중이라며 “‘전지적 짝사랑시점이나 오피스워치에 등장하는 롱테이크(long-take) 촬영기법은 주변 일상의 한순간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느낌을 줘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기존 드라마가 긴 호흡으로 다루기 힘든 짧은 소재, 쇼트 테마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것 또한 웹드라마의 주요 특징이다. 드라마 속 세부 플롯으로 나눠지는 서사가 웹드라마에서는 주요한 플롯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예로 편당 1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 몰이한 웹드라마 우리 집 옆에 엑소가 산다내 옆집에 이사 온 아이돌이라는 짧은 에피소드 자체가 드라마의 주 소재가 됐다.

 

웹드라마와 광고의 결합, ‘브랜드라마

  대부분의 웹드라마 제작사는 기본 제작환경을 마련하고 전문적인 스태프를 구성하기 위해 외부 지원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웹드라마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제작 주체가 개입한다. 이용자 증가를 목적으로 웹드라마를 서비스하는 포털 사이트,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에 참여하는 기업과 뉴미디어 시장에 진입하려는 방송사, 신인 배우를 홍보하기 위한 연예 기획사나 정책과 지역을 홍보하려는 공공기관까지. 웹드라마 시장의 제작주체는 날로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웹드라마 생동성 연애를 연출한 MBC 박상훈 프로듀서는 최근 에이틴등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방송사의 웹드라마 제작은 지속될 추세라며 지상파도 주요 포털사이트와의 합작을 통한 웹드라마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기업과 공공기관 등 홍보를 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주체들은 브랜드와 드라마가 결합한 브랜드라마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브랜드라마는 시청자를 지치게 하는 기존의 과도한 간접광고의 대체수단으로써, 웹드라마 형식을 취한 새로운 광고형태다. 브랜드라마는 상품을 단순히 홍보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서사에 노출시키는 것을 넘어서, 브랜드가 가지고자 하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가구 제조 기업 이케아 코리아2016년 제작한 브랜드라마는 행복을 만드는 우리 집이라는 슬로건으로 가족과 집의 소중함을 조명했다. 제작을 맡았던 장진 영화감독은 이케아 브랜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의 행복함을 깨닫는 것을 의도했다제품의 단순 홍보 이상으로, 현대인에게 중요한 가치를 전달하고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려 했다고 말했다.

 ‘광고인 듯 광고 아닌브랜드라마의 광고효과 또한 긍정적이다. 모바일리서치기관 오픈서베이201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중 26.8%가 브랜드 웹드라마를 보고 브랜드 평가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으며 14.7%해당 브랜드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74.5%가 브랜드 웹드라마를 보고 직접 해당 브랜드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마동훈(미디어학부) 교수는 브랜드라마는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전략인 브랜드 저널리즘이 팽창하는 맥락에서 등장했다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해 시장입지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광고 유형으로서의 미래를 지켜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확보, 해외수출로 수익문제 해결해야

  새로운 미디어 장르로 부상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은 웹드라마지만, 수익구조 상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웹드라마의 1차 수입은 네이버 TV캐스트 등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얻는 동영상 스트리밍 광고 수익에서 나온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의 광고 요율에 따르는 수익구조에서는 특정 인기 작품을 제외하고는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지훈(미디어학부) 교수는 통상 웹드라마는 조회 한 건당 1원가량의 수익이 제작사에게 돌아간다인기 웹드라마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가 수익이 안 나 다수 기업이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웹드라마의 수익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웹드라마 콘텐츠가 유통되는 다양한 플랫폼의 확보가 제시된다. 한 예로 웹드라마 에이틴은 오는 29일부터 모바일 플랫폼뿐만 아닌 TV채널 엠넷(Mnet)에도 전편 방송을 앞두고 있다. 방송사가 제작사에게 판권 비용을 지급하고 편성한 것이다. 엠넷 관계자는 채널 주 시청자 층인 학생들의 여름방학 시즌을 맞춰 에이틴을 특집 편성했다“3억 조회수나 기록한 화제성 높은 인기 드라마를 편성해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고, 기존 시청자들에게 웹드라마라는 신규 장르를 선보인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수출을 겨냥해 웹드라마를 개발하는 것도 수익을 증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단순 수출을 통한 이익 창출은 민감한 외교문제에 직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웹드라마의 점유율이 높은 중국시장은 국내 제작사의 주요 수출 타깃이었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의 수출 실적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박상훈 프로듀서는 본래 중국 수출을 목적으로도 웹드라마 시리즈를 기획했으나, 사드 문제가 발생한 후에는 콘텐츠를 수출하기 어려워져 계획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박지훈 교수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작아 해외로 진출해야할 필요가 있지만, 적은 제작비로 제작된 웹드라마가 큰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베트남에서 큰 성공을 거둔 웹드라마 쉘위링크(Shall We Link)’와 같이, 적절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현재로서의 대안일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은 안정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지만, 시대 흐름에 맞춰 등장한 웹드라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있다.

 

글│최현슬 기자 purinl@

사진│김예정 기자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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