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7 19:38 (월)
한글의 조형원리, 창작의 영감이 되다
한글의 조형원리, 창작의 영감이 되다
  • 김예정 기자
  • 승인 2019.10.06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한글박물관 한글실험프로젝트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
한글의 기본 모음 석 자(· ㅡ ㅣ)를 형상화한 백색 자기는 한글의 실용적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모아쓰기'는 초, 중, 종성의 구조가 가진 형태와비례를 기하학적 예술로 재해석했다.
'모아쓰기'는 초, 중, 종성의 구조가 가진 형태와비례를 기하학적 예술로 재해석했다.
하나가 된 듯 이어진 상의, 코트, 가방이 한글의 유연한 확장성을 연상하게 한다.
하나가 된 듯 이어진 상의, 코트, 가방이 한글의 유연한 확장성을 연상하게 한다.

  과학적 우수성과 체계성을 널리 인정받는 한글은 조형적으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예술적 측면에서도 많은 의의를 가진다. 국립한글박물관의 세 번째 한글실험프로젝트인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은 한글 창제 원리가 가진 조형적 특성 중 조합모듈개념을 중심으로 한글에 내재한 고유의 질서와 기하학적 형태를 재해석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글이 어디 있나의아하지만, 금세 낯선 환경에 놓인 한글을 새로운 방식으로 찾게 된다. 99일부터 개최된 이번 전시는 내년 2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한글은 제품, 시각, 패션의 세 가지 영역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중 제품은 한글의 모아쓰기 구조를 평면이 아닌 입체로 제시한다. 전시장 초입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백색 자기 ‘· ㅡ ㅣ(천지인)’ 역시 한글의 기본 모음을 도드라진 입체로 표현했다. ()을 상징하는 원형 백자 접시, ()를 상징하는 사각 백자 도판, ()을 상징하는 원형 백자 화병. 표면에 자음과 모음을 조각한 후 불의 소성을 빌려 완성한 결과물이다. 타이포그래피 수업에서 현장 체험을 온 시각디자인과 학생 무리에서도 끝까지 남아 작품을 살피던 한국 폴리텍대 19학번인 손모 씨는 전시장을 떠나기 전 다시 그 앞에 섰다. “한글의 자소가 직관적으로 표현돼 특히 눈에 들어왔어요. 쓰임을 중시하는 도자공예의 목적과 백성의 삶을 위해 한글을 빚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  시각은 이러한 한글의 초, , 종성의 구조가 가진 형태와 비례를 활용해 모아쓰기 체계에 대한 다양한 구성을 꾀했다. 벽 한편에 늘어선 작업물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선명한 컬러감이 도드라지는 작품 모아쓰기. 여러 개의 실크스크린 인쇄를 조합해 아홉 종류의 모아쓰기를 하나의 기하학적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비워진 초, , 종성의 자리를 보며 테트리스를 맞추듯 조합해보는 재미는 덤이다. 고개를 이리저리, 그렇게 아홉 개의 액자를 한 액자인 양 결합하는 데 성공한 차제우(·32)씨는 그 찰나의 잔상을 사진으로 남겼다. “처음에는 무엇을 의도한 건지 찾기 어려웠는데 자연스레 한글의 자소들이 제자리를 찾으며 맞춰지더라고요.”

  ‘패션은 자음과 모음 기본 8자에서 11172자까지 확장되는 한글의 유연성을 담았다. 새하얀 광목천이 유려하게 떨어지는 ‘1+1+1=1’도 연결되고 해체되고 섞이는 한글의 유동적인 모듈을 닮았다. 자세히 살피면 남성복 상의와 코트, 그리고 그것을 담는 옷가방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유연하게 결합됐다. 한글의 자소처럼, 각각의 오브제지만 쉽게 한 글자로 완성되고 매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전시회에 푹 잠겼던 관람객들도, 다시 원래의 성질을 찾고 각각의 개인이 돼 전시장을 나간다.

김예정기자 breeze@

사진최은영기자 emilych@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