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인정하는, 아니 이웃, 친척, 세상이 인정하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 우리는 약 8살 때 본 받아쓰기부터 12년간 항상 우리의 능력을 평가받아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노력했고, 온갖 사회적 혜택과 행운과 함께, 고려대학교라는 선을 넘어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 길을 12년 동안 달리며 청소년 시기에 나의 것을 하나씩 하나씩 포기하는 법을 몸소 실천하고 배워 나갔다. 어느 순간, 이 평가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의미가 나에겐 건강, 식습관, 친구, 가족보다도 우선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계급이 명시적으로만 없어진 세상에서, 화폐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계급이 높은 직업인 변호사, 검사, 회계사, 대기업 등등 또 다른 선을 넘어가기 위해서 다시 4년의 시간을 교수님이라는 사람으로부터 평가를 받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만큼이나, 현재 우리 사회에선 이 평가는 절대 가볍지 않다. 학점은 타인에게 절실히 자신의 가치를 증빙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단이다. 그 평가하는 방식이 우리의 생명, 사회의 생명과 직결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프라인 기말고사라는 선택지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선택을 강의의 책임자이신 교수님의 평가 선택권리로 존중할 수 있다. 하지만 대체 과제, 온라인 시험 등등의 다른 평가방식의 선택지도 존재하다. 그럼에도, 학생들과 사회의 건강에 현재 가장 큰 위협요소인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우려해야 하면서까지 오프라인 기말고사로 진행한다면, 우리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고 더 우선적인 것이 있음을 우리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시험이 분명 열심히 노력한 학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있어서, 변별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는 교육부에 매년 학생 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교수님의 입장과 자신이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의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평가를 하고 받아야 하는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연 어떤 이가 자신의 건강권을 위협받으며 평가받는 방식을 택하겠는가?

 우린 분명 강의를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 학생의 본분으로 열심히 수업을 듣고 그 평가절차에 충실히 이행할 도의적인 의무가 있다. 하지만, 나는 학생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나의 생명권과 사회의 건강을 보호하고자 이 오프라인 시험에 반대한다.

 

최성호(경영대 경영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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