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부착과 투사로 구현

도시 연출 방식으로 자리 잡아

 

LED 부착 기법을 활용한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파사드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명동 신세계 백화점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눈앞의 신세계 백화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화 같은 건물이 새로 지어진다. 창문 너머의 스노우볼로 화면이 전환되며 벽면 위에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녹색의 크리스마스트리와 화려한 장식들이 백화점 벽면을 가득 채운다. 화면 위의 수많은 빛은 코끼리를 불러오기도, 연회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도심 속 건물 벽면에서 마법 같은 경험을 만들어준 빛들은 다시 눈이 돼 내려온다.

  작년 겨울, 연말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던 신세계 백화점의 ‘Magical Holiday’ 프로젝트는 건물의 외벽을 수놓으며 거리를 오가는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도심 속 건물에 마법 같은 경험을 선사한 건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이다. 미디어 파사드는 미디어(media)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facade)’의 합성어로 건물이나 조형물의 벽면에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 아트 기법이다. 건물 위를 꾸미는 문양이나 장식에 미디어 기술이 결합해 등장했으며, 국내에는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외벽에 처음 적용됐다. 미디어 파사드는 외벽에 LED 전구를 직접 부착해 입체적인 화면을 구현하거나, 프로젝터를 이용한 빛 투사로 다양한 영상을 선보인다. 이현진(연세대 영상예술학) 교수는 흔히 마주치는 건물들에 색다른 변화를 주는 미디어 파사드는 무딘 일상 속에서 시민들의 감각과 인식을 새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LED 부착 기법:

자체 발광건물로 빛내는 도시

  도심 속 건물에서 쉽게 관람할 수 있는 미디어 파사드는 대부분 LED 부착 기법을 활용한다. 건물 외벽에 LED 전구를 직접 붙여 미디어 콘텐츠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삼성역의 SM TOWN 코엑스 아티움과 서울스퀘어의 대형 스크린에 구현되는 영상은 LED 부착 방식을 사용한 미디어 파사드의 대표적인 예시다. SM TOWN 코엑스 아티움의 대형 스크린에선 각종 광고나 K-POP 아이돌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된다. 특히 2020년 상영된 ‘Public Media Art#1_WAVE’는 화면 속에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을 구현해 거리 위 관람객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최근 이슈된 신세계 백화점의 ‘Magical Holiday’ 또한 LED 부착 방식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다. 서울스퀘어 미디어 파사드를 제작한 고기영 비츠로앤파트너스 대표는 “LED 부착 방식은 건물 자체가 스스로 발광하며 아트 캔버스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코엑스 아티움에서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된 호랑이

  LED 부착 형식의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과 관람자의 거리에 따라 보이는 작품의 형태가 다르다. 그렇기에 작품 설계 시 특정 거리에서 보이는 이미지를 고려해 LED의 간격과 해상도, 밝기 및 색상을 조절한다. 고기영 대표는 기획 시 시민들이 서울역 역사를 나오는 순간에 가장 완벽한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영상 픽셀의 밀도와 해상도를 신경썼다고 말했다. 또한 LED가 부착된 건물은 미디어 파사드의 상설 운영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역 SM TOWM 코엑스 아티움과 서울스퀘어 모두 시기에 따라 테마를 바꿔가며 상설 전시를 운영 중이다.

 

프로젝션 맵핑:

빛의 투사로 디자인 범위 넓혀

 

프로젝선 맵핑을 활용해 덕수궁 석조전에 구현된 미디어 파사드

 

  LED 부착 방식은 문화재나 자연물처럼 외벽을 변형할 수 없는 곳엔 활용되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 빔프로젝터를 활용해 건축물의 외관에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기술이 활용된다. 프로젝션 맵핑 기술은 구현 가능한 건물의 제약이 적기 때문에 디자인의 다양성이 높다. 김형수(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프로젝션 맵핑은 건물의 특성에 맞춘 빛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외벽의 질감까지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제작된 덕수궁 석조전의 미디어 파사드는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해 덕수궁 석조전을 빛으로 물들이며 유럽식 건축 양식의 특징을 돋보이게 했다. 자연 구조물에도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해 미디어 파사드를 구현할 수 있다. 광명 동굴 예술의 전당에서는 동굴 벽을 스크린으로 삼아 화려한 색깔로 물들였다. 강렬한 색채로 만들어지는 입체감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몽환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최근엔 프로젝션 맵핑을 이용해 건물 외벽뿐 아니라 실내 공간에서도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기도 한다. 유현주(연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실내에서 구현되는 미디어 파사드는 영상으로 사방을 뒤덮어서 관람객이 가상공간을 거니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위치한 빛의 벙커전시관에서는 90대의 프로젝터로 벽면과 바닥에 영상을 투사해 명화로 에워싸인 체험형 실내 공간을 구축했다.

  건축물을 빛으로 수놓는 미디어 파사드는 단순한 옥외 광고를 넘어 하나의 도시 연출 방식이 됐다. 미디어 파사드는 도시적 공간 속 관람객들에게 비일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김형수 교수는 국내에도 여러 건물이 공동으로 연출을 이루는 등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는 미디어 파사드 콘텐츠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시현 기자 poem@ 
사진 | 강동우·김예락 기자 press@
사진제공 | 김형수(연세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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