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병력 유지 위험

북한·주변국 위협 고려해야

획기적 모집 방안 필요”

 

  “군대 갔다 왔어?” “군대 언제 가니?” 대한민국 20대 남자가 언제 어디서나 빠짐없이 듣는 질문이다. 대한민국은 1948년 국군창설 후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는 헌법을 만들었다. 해방 이후 미군정 시절에는 약 10만 명 규모의 지원병 기반 군대를 운영하기도 했다. 1949년 8월 6일, 이를 기초로 ‘병역법’을 제정해 대한민국 모든 남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여했다. 최근에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가 눈앞에 닥치면서 병역 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역법에 따라 모든 남성은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신체 및 심리 상태가 군 복무에 적합한지 검사받아야 한다. 정도에 따라 1급~4급은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할 수 있고, 5급은 전시근로역, 6급 병역 불가, 7급은 재검사로 판정받는다. 현역은 신체 등급, 학력, 연령 등을 고려해 입대하거나 의무경찰, 의무소방대 등의 전환 복무를 선택할 수 있다. 보충역이나 특정 분야 특기자는 사회복무요원, 공중보건의사 등으로 병역 의무를 대체해 복무할 수 있다.

 

국방부가 2021년 발표한 국방통계일보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역병 수요보다 실제 입영 인원이 적었다.

 

  병역 수요보다 공급자원 모자라면 병력 유지 불가

  병역제도는 병역 자원과 병력 규모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적정 병력 수요는 주변국 병력, 입대 가용자원, 군사 작전 환경, 국민 정서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도출한다. 한국은 분단국가이기에 북한의 위협도 고려해야 한다.

  이세영(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북한 정규군이 120만 명이고, 중국 200만, 러시아 65만, 일본 자위대도 24만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 남침 시 많은 병력으로 남한 전 지역을 점령하려고 할 것이기에 최소 북한 정규군의 절반 수준인 60만 명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무춘(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논문 ‘국방개혁의 핵심으로서 육군 군 구조 개편계획에 대한 제언(2020)’에서 “병력 자원이 급속히 감소해 상비 병력 규모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적 결정으로 상비 병력 규모가 먼저 결정되고 그에 맞춰 부대 구조와 전력 구조를 설계해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방개혁에 한계가 나타났다”며 “군사적 관점에서 부대 구조와 전력 구조를 설계하면서 병력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복합적인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병력 수요와 달리 병역 자원의 공급은 출산율에 따라 정해진다. 특정 연도의 병역 자원은 20년 전 태어난 남성 인구수에 따라 도출되고, 병역판정검사를 거쳐 평균적으로 20세 남성의 약 90%가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게 된다. 병역 수요와 공급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충원 병력보다 병역 자원이 많으면 입영을 장기 대기하는 ‘입영 적체 현상’이 나타난다. 오랜 대기 끝에 신체 등급이 낮은 사람은 보충역에서 면제가 되기도 하고, 복무 기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랄 때다. 적정 상비 병력을 유지하지 못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

  2035년부터는 입대 인원이 급감해 남성 인구만으로 군대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높게 추산해도 2023년에는 20세 남성 인구가 25만 명이 된다. 이세영 교수는 “현재의 출산율 추세를 고려하면 상비 병력 60만 명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획기적인 병역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력 수요 줄일 제도 있으나 실행 어려워

  정부는 2006년부터 국방개혁을 통해 상비 병력을 줄여 왔다. 2022년까지 상비 병력을 50만 명으로 줄이고, 간부 비율을 점차 늘리고 있다. 2022년 발표한 국방백서에서도 첨단 과학 기술에 기반한 AI 과학 기술 강군을 육성해 병력 감소에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복무 기간을 늘려 상비 병력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 조홍용(경남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논문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정책에 관한 연구(2017)’에서 복무 기간이 18개월일 경우에는 2023년부터 50만 규모를 유지할 수 없지만, 복무 기간을 21개월로 늘리면 2025년까지, 24개월로 늘릴 시 2038년까지, 법정 최대한도인 30개월로 연장할 경우 2059년까지 병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체 복무, 전환 복무 제도를 폐지해 병 공급을 늘리는 방법도 있다. 국방부는 2023년까지 전환 복무 제도를 폐지하고, 대체 복무 제도 중 산업지원인력 규모를 줄여 현역 입영 대상을 늘리고 있다. 병역 판정 기준도 조정해 82% 수준인 현역 판정률을 88%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역 판정률을 높일 경우, 복무 부적합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던 인원이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국방연구원 안석기 국방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역 판정률을 현행 82%에서 88.9%로 높여도 입대 인원은 2035년 이후 20만 명 이하로 줄어든다.

  여성을 징집해 병역 자원을 공급하는 방법 역시 가능하다. 병력 공급이 두 배로 늘어 병력 소요보다 많아진다. 그러나 여성 징병제는 젠더 이슈로 부각되기 쉽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청년의 사회, 경제적 역할이 늘어나 여성 징집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중앙일보 이철재 외교안보부장은 “군 복무 기간 연장이나 여성 징병제 도입 모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며 “현실화하기 어려운 대안”이라고 말했다. 송윤선(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도 저서 <인구절벽 시대의 한국군 병력충원과 정책혁신>에서 “복무 기간 연장은 대부분 정치적 판단이나 국민적 요구로 인해 정권 차원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여성 징병제에 관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군사적 필요성 검증이 요구된다”며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되려면 장기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고 여성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기에 현재 여건에서는 도입이 어렵다”고 바라봤다.

 

병역가능인구가 병역 소요보다 낮아지는 2025년과 2038년에 수급 위기를 맞는다.

 

  병력 수요 충족할 다양한 방법 필요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복무 기간, 남성 징집을 유지한 채 부족한 인원을 부사관과 간부로 충원하면서 장기적으로 상비 병력의 대다수를 모집병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송윤선 교수는 전문 직업군인(숙련자) 1명, 단기 지원 병력(부분 숙련자) 2명, 징집병(비숙련자) 3명이 각각 동일한 전투 능력을 보유했다고 가정한 뒤, 상비 병력 중 모자란 징집병 규모를 능력 비에 근거해 단기 지원병(현 단기하사)과 간부로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는 병력 충원 가능성,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단기 지원병을 모집하는 데에 큰 어려움 없이 이른 시일 내 시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역사와 쟁점으로 살펴보는 한국의 병역제도>를 쓴 김신숙 전 국방부 전력정책과장은 “한국군 병역제도 변화의 기본 방향은 병력을 감축하면서 직업군인으로서 부사관, 장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충원해야 할 인원이 많으면 간부 지원율이 낮은 여건상 병력 유지가 어렵기에 직업군인의 평균 복무 기간을 늘려 충원 수요를 줄여야 한다.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안신영 중령 역시 논문 ‘저출산시대 지속 가능한 한국군의 병역제도 적용방안에 관한 연구(2022)’에서 징집병 수를 점차 줄이고, 전문하사 수를 늘려가다가 장기적으로는 지원병, 전문 직업군인으로 상비 병력을 구성하는 모병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서술했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상근·비상근 예비군 제도, 외인부대, 예비군 정예화, 민간 인력 활용 확대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대 구조, 병력 구조 효율화 등을 통해 군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효율적인 병력 규모, 최소한의 병력 수요를 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재 기자는 “군 당국과 국방부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나서서 관련 논의를 이어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전수현 기자 iamsoo@

이미지출처│2021 국방통계연보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