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로 여러 사회 불안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 징병제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현 징병제의 대안으로 '모병제''여성 징병제' 등이 제시되고 있다.


재래식 무기 많아 인력 필요

상비 병력 50만 과도해”

 

  2021년 4월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한 달이 지나 청원이 종료됐을 때, 글은 29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젠더·정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 속에서 전문가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과 김재을 서울시 용산구 재향군인회장은 ‘여성 징병제’에 대해 대립이 아닌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징병제의 현 상황은

  황수영|“‘모병제’나 ‘여성 징병제’처럼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상황은 선거할 때마다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해결하지 못해 지금까지 온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징병제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어 현재 50만 명 수준의 징집이 불가능한 상황이죠.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병역제도 개편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여성 징병제는 반대합니다. 여성 징병은 병력이 부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저는 병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규모를 줄일 시기지, 더 많은 수요를 확보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한 여성 징병제를 위해선 사회적 비용부터 법 개정까지 경제적, 행정적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감수할 정도로 병력이 부족한지 의문입니다.”

  김재을|“남북 간 대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 수준인 50만 명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총, 전차 같은 재래식 무기가 많아서 인력도 그만큼 필요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 많은 부대가 없어졌어요. 첫 번째 이유는 인력 부족이죠. 우리나라 인구 추세를 보면 현역병 가능 인구로는 이제 충족이 안 됩니다.”

 

황수영 팀장은 “적정 병력이 얼마인지 추산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30만 명까지 감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황수영 팀장은 “적정 병력이 얼마인지 추산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30만 명까지 감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어떤 식의 개편이 필요한가

  황수영|“필요한 적정 병력이 얼마인지 추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징병제의 대안은 모두 50만 명의 상비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경우에는 30만 명 수준으로 감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전했는데도 상비 병력이 50만 명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유사시 북한 점령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이 병력으로 점령 작전을 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그렇기에 지킬 수 있는 30만 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면 모병제 전환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니 일부 지원병 제도를 도입해 향후 병역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지 논의하고, 여군과 간부의 비율을 늘리는 식으로 개편이 필요합니다.”

  김재을|“여성과 남성 간에는 틀림없이 힘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해요. 보직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방안이 되겠죠.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으로만 편성된 부대가 존재해요. 여군 부대에 걸맞은 임무를 주고, 행정, 정보 등의 문제를 다루죠. 이런 방식으로 개편을 진행해야 합니다.”

 

김재을 회장은 ‘여성징병제’에 대해 “찬반 토론이 아닌 장단점 나열을 통한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을 회장은 ‘여성징병제’에 대해 “찬반 토론이 아닌 장단점 나열을 통한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여성 징병제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수영|“20대 남성들에게만 군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대체하기 힘든 젊은 시기에 보내는 18개월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요. 궁극적으로 복무기간 단축이 가장 시급한 것 같습니다. 많은 병력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병역제도 개편 논의가 단편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징병제 아니면 모병제, 모병제 아니면 여성 징병제식의 논의가 아니라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여러 제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필요한 적정 인력이 얼마인지 분석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재을|“전문가 토론을 보면 보통 여성 징병제 찬반 토론을 해요. 이 토론 형식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필요한 것은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지, 토론을 통해 멀어지자는 것이 아니거든요. 어떤 정책이라도 장단점은 모두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여성 징병제의 장단점을 투명하게 나열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남성들이 분노했던 이유는 군 복무 이후 인센티브 같은 것을 정치권에서 그저 표를 보고 접근했기 때문이죠. 여야 모두가 진심 어린 태도로 해당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글|박진우 기자 jin@

사진|문원준 사진부장 mondlicht@

사진 제공|황수영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