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로 여러 사회 불안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 징병제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현 징병제의 대안으로 '모병제'와 '여성 징병제' 등이 제시되고 있다.


북한 등 주변국 잠재적 위협 증가

모병제 수당과 혜택 선행 필수

 

  ‘전쟁 양상의 변화’, ‘동맹군의 존재’ 등을 이유로 ‘모병제’가 징병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징병 가능 인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모병제는 대한민국 병역제도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최병욱(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와 김민호 육군 교육훈련정책연구위원을 만났다.

 

  - 징병제의 현 상황은

  김민호|“한 나라의 병역 제도는 가용인력 자원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해당 국가에 나타나 있는 안보 위협을 고려해야 합니다. 위협이 클 수록 군사력을 더 강하게 키워야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의 직접적 위협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잠재적 위협도 증가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복무 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사실 안보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인구 측면에서 모병제는

  최병욱|“병역 자원이 많을 때, 가고 싶은 사람이 가는 것이 모병제예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역 자원이 워낙 부족한 상황이죠. 지난해에 태어난 인구가 25만 명이 안 돼요. 남자만 따지면 13만 명 정도인데, 그 인구가 다 와도 이제 30만 명을 못 채우는 것이죠. 군인에 대한 위상이 높은 미국도 모병이 어려워 상당히 애를 쓰는데, 정반대인 우리나라에서 모병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산수의 문제죠.”

  김민호|“모병제를 시행하기 위해선 동일 연령대 청년들이 군대에 들어왔을 때 받는 돈이 밖에서 받는 급여보다 대등하거나 높아야죠. 더불어, 이들이 전역한 후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의 보답으로 복지 혜택을 줘야죠. 예컨대, 5년 동안 복무를 했을 때 취업 가산점이나 국민연금처럼 일정 기간 수당을 제공해 줘야 해요.”

 

김민호 연구위원은 “현대전은 병력 자원수보다 국가의 과학, 경제, 정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호 연구위원은 “현대전은 병력 자원수보다 국가의 과학, 경제, 정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 전쟁의 양상이 변화했는데

  김민호|“현재 전력은 북한이 120만 명 정도, 우리나라는 50만 명 정도입니다. 예비전력은 북한이 760만, 우리나라는 140만이죠. 단순히 병력 수로 비교하면 안 되고 무기 체계나 경제력, 정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가령 북한이 어느 날 핵실험을 한다면 보통 미국에서 항공모함을 동해로 보내고, 유엔 안보리에서 경제적 제재를 가해요. 이런 것들이 모두 핵무기 억제 수단이거든요. 요즘 현대전은 병력 수보다 국가의 과학 기술, 경제, 정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최병욱|“과학 기술의 발전과 다행히 맞물려서 우리나라가 병역자원이 부족해도 그나마 괜찮은 것이죠. 그러나 모병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모병제는 군대에 올 사람들만 오는 것이에요. 우리나라에 필요한 병역 자원을 얻으려면 적어도 오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미국의 2배, 유럽의 3~4배가 넘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 모병제의 실현 가능성은

  최병욱|“요즘 모병제와 징병제가 혼합된 징모혼합제 방식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결국 부사관의 숫자를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징병제는 군대를 안 가면 감옥 간다는 뜻이에요. 현 상황에서 직무 혼합제를 수행하겠다는 것은 그저 간부만 확대하겠다는 것이죠. 군대를 선택하는 모병제와 거리가 멉니다. 그나마 비슷했던 사례는 유급지원병제입니다. 초기에 몇만 명 정도를 유급지원병으로 하려 했지만, 지금 6000명 정도밖에 못 뽑아요. 지금 장교와 부사관들도 충원이 안 돼서 전전긍긍하는 상황이에요. 월급을 많이 주는 부사관들도 충원율이 80%가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병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김민호|“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54조 원 정도입니다. 이것은 크게 ‘전력 운용비’와 ‘방위력개선비’로 나뉘어요. 전력 운용비는 쉽게 말해서 먹고, 자고, 정비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으로 국방 예산의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방위력개선비는 전투기를 도입하는 등 방위를 개선하는 데 쓰는 비용으로 국방 예산의 30% 정도에요. 모병제를 실시하게 되면, 기존보다 인원이 줄게 되니 ‘전력 운용비’를 군사들의 복지로 전환할 수 있죠. 이렇게 군인들의 처우를 개선해 주면 원하는 수만큼의 모병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최병욱 교수는 “군인에 대한 위상이 높은 미국도 모병이 어려워 애쓰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모병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최병욱 교수는 “군인에 대한 위상이 높은 미국도 모병이 어려워 애쓰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모병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 모병제를 제외한 징병제의 대안은

  최병욱|“현재 간부가 20만 명, 사병이 30만 명 정도인데, 이를 더 줄여나가야 합니다. 대신에 군무원과 같은 민간 인력을 많이 늘리고, *아웃소싱도 확대해야죠. 예를 들어, 미국에는 돈을 세는 재정 병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청소, 무기 장비를 수리하는 등 전투 외적인 부분은 민간에 외주를 주거나 군무원이 하도록 하고, 현역은 전투 임무만 몰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더불어, 군에 오고 싶다는 여군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현재 여군을 선발하는 숫자가 적어서 오고 싶은데도 못 들어오는 상황이에요. 지금 여군 비율이 8.8% 정도인데, 미국이 18%대인 것을 고려하면 15% 정도까지는 올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웃소싱(Outsourcing) : 기업이나 기관이 비용 절감, 서비스 수준 향상 등의 이유로 기업에서 제공하는 일부 서비스를 외부에 위탁하는 것

 

글|박진우 기자 jin@

사진 제공|김민호·최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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