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보다 중독이 위험

“게임물관리위원이 게임 몰라”

규제로 산업 위축돼

 

김학범 교수는 한국중독범죄학회에서 게임물 규제 방안을 연구했다.
김학범 교수는 한국중독범죄학회에서 게임물 규제 방안을 연구했다.

 

  게임사가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게관위는 게임에 연령 등급을 부여하는데, 이유 없이 등급 분류 자체를 거부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한다. 분류되지 않은 게임은 출시할 수 없다. 한국중독범죄학회에서 게임물 규제 방안을 연구한 김학범(세명대 경찰학과) 교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 등급 분류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분류 거부 이유도 밝히지 않는다”며 “게임물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설치된 이유는

  “게임은 다른 문화콘텐츠보다 접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영화도 선정성이나 폭력성 문제가 있지만, 아무리 좋아해도 영화관에 몇십 번씩 가긴 어렵잖아요. 게임은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어 과다 이용, 중독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학업 부진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사행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죠. 그래서 전문 기관을 두고 사행성, 선정성, 폭력성, 과다 이용 문제를 관리합니다.”

 

  - 규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게관위는 사행성 규제에 지나치게 초점을 둡니다. *P2E(Play to Earn) 방식 게임이나 게임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전하는 게임을 무조건 규제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저는 사행성보다는 중독성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관위가 게임 등급을 분류할 때 중독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요. 미국 오락 소프트웨어 등급 위원회(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 ESRB)와 기준이 유사한데, 미국은 주로 콘솔 게임이고 우리나라엔 온라인 RPG 게임이 많습니다. 게관위의 심의는 동의하지만, 국내 게임 특징을 반영해 규제 방향을 수정해야 합니다.”

 

  - 게임 규제로 산업이 침체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규제 때문에 게임 산업이 엄청나게 위축된다고 말합니다. 게임을 열심히 개발해도 등급 분류조차 못 받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게임은 오랜 기간 개발에만 몰두해야 만들 수 있습니다. 공들여 만든 게임이 분류도 받지 못하면 오랜 노력이 날아가죠. 게관위가 등급 심의를 거부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업계는 이유를 모르니 답답하죠. 예를 들어 ‘선정성과 사행성이 문제’라고 알려주면 게임을 수정해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데 전혀 알려주질 않으니, 재심의를 신청할 수도 없습니다. 회의록 역시 비공개가 원칙이라 등급 분류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회의록이 공개되면 게임사가 이의를 제기하고 재분류 신청을 준비할 수 있는데,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산업을 잘 조정하면 국가 주요 산업으로 이끌 수 있는데 너무 규제만 하고 있어요.”

 

  - 유저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불만이 많은데

  “문제는 게관위에 게임 산업 종사자가 없다는 겁니다. 교수, 시민단체, 변호사가 게임을 얼마나 해봤을까요? 중독성이 거의 없어 심심풀이로 즐기는 게임도 있고, 중독성이 심한 게임도 있는데, 이를 구별하지 않고 타박합니다. 학회에서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과 대화해 보면 사고 방향이 전혀 다릅니다. 다들 ‘게임을 하면 히키코모리가 되고, 친구 관계가 끊기고 심하면 묻지마 범죄도 일으킨다’고 얘기하죠. 게임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게임을 해본 사람이 정책 결정권자가 돼야 유저들의 불만이 줄어들 겁니다.”

 

  - 사전 등급 심의 자체는 문제 없나

  “행정청의 사전 내용 검열은 헌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원을 위촉하고 있으니, 게관위도 준 행정기관입니다. 게관위의 사전 심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해요. 게관위가 주장하는 ‘사전 심의’는 말장난입니다. 출시 전에 내용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검열이죠. 게임은 놀이 문화입니다. 중독성 문제를 해소하며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게임 산업계가 스스로 규제 원칙을 만들면 지나치게 기업에 유리할 수 있으니, 국가가 사후에 개입해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규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P2E(Play to Earn): 게임을 하며 얻은 아이템을 현금화해 돈을 벌 수 있는 게임 방식.

 

글 | 장우혁 기자 light@

사진제공 | 김학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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