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아

게임 자체보다 몰두가 문제

“우울장애에 주목해야”

 

허지원 교수는 인터넷 게임이 폭력적 행동에 주는 영향은 
허지원 교수는 인터넷 게임이 폭력적인 행동에 주는 영향에 관한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7월 발생한 신림동 칼부림 사건에서 피의자의 심각한 게임 중독 상태가 지적됐다. 일각에선 게임이 범행 원인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FPS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허지원(심리학부) 교수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보다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 게임이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나

  “인터넷 게임이 폭력적인 행동에 주는 영향에 관한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처음 게임이 등장했을 땐 폭력성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게임이 위험한 행동을 증가시킨다는 방향으로 접근했기에 게임이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죠. 이후 인터넷 게임을 부정적으로 봤던 기존 시각과 다른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건강한 관계로 게임을 오래 하면 개인의 인지 지능이 향상한다고도 합니다. 사회적인 기술이나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나왔습니다. 긍정적인 보호 요인이 많은 셈이죠.”

 

  -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유는

  “충동성이나 통제력 저하 등의 기질적 특성을 가진 사람이 게임에서 쾌락적 요소를 경험하고 중독됐기 때문입니다. 행동을 조절하고 욕구를 통제해야만 한다는 인식은 학교생활이나 사회적인 상호작용에서 길러집니다.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기에 게임에서 즉각적인 보상을 경험하면 문제가 될 수 있죠. 게임이 정서 표출이나 즉각적인 쾌락을 경험하는 데 좋은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하고 싶다는 충동과 게임을 통해 경험한 긴장감 완화가 과한 게임 이용으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에 몰두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좌절을 경험하거나 욕구 통제 능력을 기를 시간을 놓친 거예요. 그런 사람들은 단지 게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 자체에 몰두하면서 폭력성이 높아졌다기보다 ‘몰두하는 행동’ 자체가 문제였던 겁니다. 이를 게이밍 디스오더(Gaming Disorder)라고 말합니다. 단순한 게임 중독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수준의 게임 중독 혹은 게임에 지나치게 오랫동안 몰입하고 있는 게 문제죠.”

 

  - 충동적인 사람에게 더 문제인가

  “충동성이 크거나 자기 억제력이 부족하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어요. 그런 사람들이 게임에 오래, 다양하게 참여했던 것도 폭력의 원인이었습니다.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셈이죠. 많은 게임이 만들어질 때부터 중독되게끔 만드는 장치들을 프로그래밍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우울한 감정이 있거나 자기 조절이 어려운 사람들의 욕구를 충분히 해소했던 거죠.

  게임사의 패착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거예요.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기능하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게임을 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게임 산업이 발달할 당시에는 최대한 오래 게임에 몰두하면서 많은 돈과 시간을 써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게임사가 이용자들이 쉬어갈 타이밍을 줬어야 했는데, 장시간 돈과 노력을 투입하게끔 유도했기에 악순환의 고리가 끊기지 않았던 거죠.”

 

  - 게임 이용자가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는

  “게이밍 디스오더를 앓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좌절을 경험하면 다른 사람을 위협하고 상처를 입히거나 신체적 싸움을 벌이는 빈도가 높아집니다. 그 과정에서 게임은 쉽게 오명을 뒤집어 썼죠. 물론 게임도 잘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게임에 오래 노출될수록 현실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대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에 몰두한 사람들은 본인이 무기를 소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한 사람들이 폭력이나 따돌림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돌림 피해에 더 취약해 자신을 보호하려고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불안감에 휩싸이면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전두엽을 포함한 여러 가지 뇌의 피질 영역에서 억제 반응을 해야 하는데, 뇌가 억제 반응을 비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거예요. 더 위험하고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하기에 결과적으론 더 심각한 폭력과 약물, 알코올 문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이 자기 욕구를 해소하거나 도피하기보다 우울함이나 좌절을 해결할 방법이 더 필요합니다. 실제로 게이밍 디스오더 개념이 처음 의학적으로 확립됐을 때 우려가 컸어요. 사실 그분들은 우울한 사람들이거든요. ‘우울장애’가 뒷전으로 밀리고 ‘게임 행동’에만 집중돼서 비난이나 따돌림의 대상이 된 겁니다. 그분들이 회피하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그들이 게임을 했다는 사실을 조명하지 말고 우울장애와 불안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글 | 장우혁 기자 light@

사진제공 | 허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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