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욕망 투영된 결과

반복되는 전개에 피로감도

“작품 다양성 보장돼야”

 

네이버웹툰의 금요일 인기 작품 순서. ‘광마회귀’, ‘역대급 영지 설계사’ 등 회빙환 소재를 다룬 작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네이버웹툰의 금요일 인기 작품 순서. ‘광마회귀’, ‘역대급 영지 설계사’ 등 회빙환 소재를 다룬 작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회귀물’이 웹툰 시장을 휩쓸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요일별 인기 작품 10개 중 평균 3개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역대급 영지 설계사’, ‘전지적 독자 시점’, ‘부활남’으로 대표되는 회귀물에서는 대부분 미래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주인공이 활약한다. 전문가들은 시원한 전개와 대중의 욕망에서 회귀물의 성공 요인을 찾는다. 한편, 일부 독자들 사이에선 획일화된 장르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회귀 바라는 독자 욕망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 소재는 판타지와 액션 장르에 잘 어울린다. 임재환(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주인공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기에 시원한 액션과 사이다식 전개가 등장한다”며 “이는 회빙환의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독자를 노린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도 회빙환은 단골 소재다.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보혜(영산대 웹툰학과) 교수는 “최근 로맨스 장르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단순히 사랑에 빠지는 작품보다 현실 세계에서 도태된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에서 사랑을 쟁취하는 전개의 스토리를 더욱 선호한다”고 전했다. 독자들이 각박한 현실을 잊고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해 판타지 세계 속 이상적인 인물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회귀물은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대중들의 욕망과 욕구를 투영한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콘텐츠는 시대의 거울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며 “‘내가 예전에 코인을 그만큼 샀다면?’ ‘과거로 돌아가 강한 파이터로 태어났다면?’ 등 독자들의 아쉬움이 회빙환 소재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혜 교수도 “독자들은 작품 속에서라도 자신의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며 “현 웹툰의 소비자들에게 극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소재”라고 이야기했다.

  새로 유입된 독자가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회귀물 소재를 접하는 독자들은 대부분 유사한 스토리 전개를 예측하며 작품을 이용한다. 서범강 회장은 “회귀물은 관습에 충실한 작품이기에 기존의 스토리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웹툰을 새롭게 접하는 독자들도 원하는 즐거움을 충족하며 쉽게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재탄생된 웹툰도 많다. 홍난지(청강문화산업대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는 “웹소설의 대다수를 회귀물로 정의해도 될 만큼 광범위하게 쓰이는 소재”라며 “기존 독자층을 바탕으로 한 시나리오가 이미 나와 있는 작품이기에 비교적 빠른 시간에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제한 증식하는 ‘회빙환’ 코드

  회빙환 코드를 차용한 작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회귀물이 20개 이상 연재되고 있다. 임재환 교수는 “하나의 작품이 성공하면 그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공급자들은 수요에 맞춰 유사 작품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소재의 반복에 피로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많다. 7년간 웹툰을 즐겨온 독자 A씨는 “과거에 비해 ‘나 혼자만~’, ‘회귀’와 ‘전생’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늘어났다”며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찍혀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최효준(남·20) 씨는 “회귀물 덕에 웹툰에 입문했지만, 최근에는 싫증이 나 다른 작품들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사 소재의 작품이 제한 없이 증가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서범강 회장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 콘텐츠의 역할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한 가지에 매몰되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임재환 교수는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춘 작품이 더욱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홍난지 교수는 “현재 회귀물은 일시적 유행에 불과하기에 앞으로도 회귀물을 계속 읽게 만들기 위해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벼운 서사만으로 장르가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입체적인 구조를 갖춘 작품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도한세 기자 dodo@

이미지출처|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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